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연말의 휴일을 넘어 우리에게 평화와 사랑, 그리고 함께하는 기쁨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날입니다. 거리 곳곳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초록과 빨강, 형형색색의 트리가 우리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채웁니다.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경계를 넘어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입니다. 이날은 인류애를 실천하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인류애를 생생하게 증명한 사건이 1914년 12월 24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뛰어넘는, 전쟁터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당시 벨기에 전선의 영국 육군 런던 소총병 여단 장병들과 독일 작센 왕국군 2군단 104, 106연대 장병들의 이야기 입니다 .
그날은 전쟁 한가운데의 날이었습니다. 참호에 몸을 숨긴 영국과 독일 병사들은 총성과 긴장 속에서 서로를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이 다가오자, 독일 병사들이 먼저 참호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캐럴은 곧 영국 병사들에게도 전달되었고, 그들은 노래로 화답하며 참호를 떠나 중간 지대에서 서로 마주쳤습니다.
적대 관계를 잠시 잊고 손을 맞잡은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작은 선물을 교환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즉흥적으로 축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그날의 축구를 기록하는 공식 자료는 없어서 누가 골을 넣었는지도 모르고, 영국이 독일을 3대2로 이겼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병사들은 잠시나마 생사의 두려움과 증오를 내려놓고, 평화와 인류애를 나눴던 것입니다.
이후 다시 전쟁은 계속되었고, 이 특별한 정전의 순간은 강력한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평화의 시간은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따뜻한 본성을 증명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공통의 룰을 바탕으로 한 축구가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 인류를 하나로 묶는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크리스마스는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날일 뿐 아니라, 현재를 따스하게 만드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계시나요? 우리의 따뜻한 이야기는 과거형으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현재진행형이 되어야 합니다.
축제의 전야제가 축제의 당일보다 더 각광을 받는 이유는 내일의 기대감과 희망이 있어서이지 않을까요. 내일은 더 좋은 일이 넘쳐 나길, 더 따뜻한 사랑과 생각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평화와 사랑을 노래한 병사들처럼, 오늘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그런 희망이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에필로그
의미와 상징이 난무한 한 해의 마지막이 찾아왔습니다. 선물의 날이기도 한 크리스마스의 이브입니다. 선물을 만들기 위해 한 해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물론 산타에게 대행(?)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따스한 마음은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지난 글에서 안팎으로 소란스러운 날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아직까지 소란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의 혹은 조금이라도 사랑과 평화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시집 '사람별하트'에 수록된 시 <산타클로사우르스>를 보냅니다. 즐거운 성탄절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산타클로사우르스>
김승현
한 해 동안 빠진 뼈를 다시 맞추며
새어나간 골수의 총합을 모아 따지며
마지막 달의 마지막의 시작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만든 선물 꾸러미
일정한 시기마다 찾아오는
한 장 남은 달력의 24일 같은 행사
주인의 날인 25일은 희미해져가고
우리가 만든 선물과
우리의 이름은
산타에게 빼앗기며
동심의 시대가 도래했다
고결한 흰 수염의 그에게
빨간 옷의 그에게
이름을 빼앗긴 오늘
거대하고 무서운 공룡이 되어버린
클로사우르스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