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관의 첫 발은 자신을 돌아봐라.
정규라운드가 1경기 남은 가운데 득점왕 쟁탈전이 치열한 모양새다. 현재 싸박이 득점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위 이호재· 3위 전진우(14골), 4위 주민규(13골)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득점 차가 겹겹이 좁혀진 형국이다.
먼저 콜롬비아 출신 싸박(파불로 사바그)은 28경기에 출전해 15골(경기당 0.54)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전에는 많은 외국인 선수가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싸박은 데뷔 시즌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리그에 녹아들었다.
8월은 싸박의 달이었다. 그는 4경기에서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내에서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달의 선수상에 선정됐다. 더불어 이번 시즌 베스트 11에는 6회, 라운드 MVP에는 2회 이름을 올렸다.
수원이 하위 스플릿이 확정된 가운데 싸박의 남은 대진표는 나쁘지 않다. 그는 멀티골을 터뜨렸던 제주와 울산을 하위 스플릿에서 다시 상대한다. 또한 2골을 기록했던 안양을 다시 만나 후반기 득점 레이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신흥 에이스'로 불리는 이호재와 전진우다. 이번 시즌 두 선수의 활약은 잠잠했던 잠재력이 마침내 폭발한 결과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약을 펼쳤고, 공교롭게도 첫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이호재는 최근 5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득점 순위 2위(경기당 0.48)에 올랐다. 2021년부터 포항에서 활약한 그는 192cm의 큰 피지컬을 활용해 공중전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매년 출장 기회를 늘리며 경험을 쌓았고, 지난 시즌 27경기 9골 5도움으로 차세대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수원 삼성 유스 출신인 전진우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수원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2018년 18세의 나이로 K리그에 데뷔해 12경기 2골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지만, 이후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수원에서의 통산 기록은 120경기 11골이다.
결국 지난해 친정팀을 떠나 전북으로 이적했고, 그곳에서 은인을 만났다. 바로 거스 포옛 감독이다. 전진우는 포옛 감독 아래 31경기에서 14골을 기록하며 완전히 날아올랐다. 특히 4월부터 6월 사이에만 10골을 몰아넣으며 4·5월 이달의 선수상을 연속 수상했다.

여기에 ‘득점왕 선배’ 주민규도 여전히 위협적이다. 리그 통산 105골을 기록한 그는 매 시즌 최정상급 마무리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도 득점포를 재가동하며 팀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특히 30라운드 대구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시즌 12·13호 골을 기록, 득점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네 선수 모두 완벽하진 않다. 싸박은 첫 하위 스플릿 무대, 이호재는 오프더볼, 전진우는 기복있는 득점력, 주민규는 체력 관리가 각각의 과제다. 네 선수 중 누가 먼저 어려움을 극복하느냐가 득점왕 왕관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