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도 어느덧 중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곳곳에서 꽃다발로 물든 졸업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졸업은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선수들에게도 그러한 '졸업'이 있습니다. 바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은퇴라는 과정이죠. 오늘은 2025년 1월 14일, 그라운드를 졸업하는 한 선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주장 구자철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구자철 선수를 생각할 때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2011년 아시안컵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른 그의 모습일까요. 아니면 독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를 거치며 9년간 활약했던 기억일까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주장을 맡아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던 순간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경력을 마무리한 모습, 혹은 2022년 제주유나이티드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해외 생활을 마무리한 그의 귀환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각자의 기억 속에서 구자철 선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제가 본 구자철 선수의 최대 강점은 단연 '넓은 시야'와 '예측 능력'입니다. 비록 주력이 빠르지 않았지만, 그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분데스리가에서 호평받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역동작을 유발하는 플레이. 그리고 허를 찌르는 ‘킬패스’는 그의 시그니처 기술이었습니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구자철 선수는 더욱 빛나는 인물이었습니다. 넓은 시야와 예측 능력은 물론, 의리와 겸손, 그리고 배려까지 겸비한 그는 여러 방면에서 귀감이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제주유나이티드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그는, 어린 시절 녹록지 않았던 운동 환경을 기억하며 후배 운동 선수들을 위해 기부를 이어갔습니다. 이 사실은 한동안 몇몇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었죠. 더불어, 2019년에는 자비를 들여 제주에서 '구자철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하며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구자철 선수와 관련된 미담과 에피소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는 일반적인 축구 선수를 넘어, 인생에서 본받을 만한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은퇴는 인생의 한 챕터를 마감하는 일입니다. 매일같이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는 일이 쉽지 않은 법입니다. 그동안의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그 순간, 그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수많은 기쁨을 안겨줬던 구자철 선수가 이제 선수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그에게 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그의 열정과 헌신에 대한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며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구자철 선수.
마지막으로 우리와 구자철 선수가 함께 했던 지난 날들의 기록을 보여드립니다.
2025.01.~ 제주 SK FC
2022.03.~2025.01. 제주 유나이티드 FC
2021.08.~2022.02. 알 코르 SC (카타르)
2019.08.~2021.07. 알 가라파 SC (카타르)
2019 제17회 AFC 아시안컵 국가대표
2018 제21회 러시아 월드컵 국가대표
2015.08.~2019.08. FC 아우크스부르크 (독일)
2015.01. 제16회 AFC 아시안컵 국가대표
2014 제20회 브라질 월드컵 국가대표
2014 .01.~2015.08. FSV 마인츠 05 (독일)
2012.01.~2013.06. FC 아우크스부르크 (독일) 임대
2012 제30회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국가대표
2011.01.~2014.01. VfL 볼프스부르크 (독일)
2010.12. 제15회 AFC 아시안컵 국가대표
2010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국가대표
2010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07.01.~2011.01. 제주 유나이티드 FC
#. 에필로그
오늘 칼럼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에필로그 같네요.
아시는 분은 다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제 칼럼에 소개된 ‘독일의 모선수’는 구자철 선수를 지칭합니다. 저와 친분이 깊다보니 선수의 이름을 내비치는 것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뒤에서 모르게 하는 선행에, 괜한 미담을 풀어내다 보면 오히려 그의 행동에 방해가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잠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퇴하는 시점에 좋은 일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방향을 전환해 보려합니다.
유소년 선수 시기 구자철 선수는 운동이 끝난 후 운동장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곤 했답니다.
구자철 선수의 유튜브의 초기 이름이 ‘슛별친’이었던 이유입니다.
별을 사랑한 구자철 선수에게 시집‘사람별하트’에 수록된 구자철 선수를 향한 헌시 <북극성>을 보냅니다.
그동안 ‘선수로의 구자철’을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여러분들의 응원도 기대해봅니다.
자철아. 앞으로의 너의 길에 행복이 깃들길 바란다. 그동안 수고했어.
<북극성>
김승현
어두운 하늘 북쪽 정중앙에
밝게 빛나는 북극성
400광년 떨어진 그곳의 밝음은
400년 전의 빛
보라
과거의 빛으로
배를 띄우고
잃어버린 길을 찾고
어둠 속 한 줄기 빛을 찬양하리
별의 꽃이 되어
빛의 향기를 이어가리
수많은 별들의 하나
당신은 별 중의 별
그리하여
밝게 빛나라
400년 후 당신의 빛을 따라가는
그들을 위해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