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도, 쌍방울도 떠났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유일한 프로구단은 전북현대모터스뿐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는 우리의 일부이며, 직면하지 않으면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전북 현대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전북은 이번 시즌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주시의 소극적인 지원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짙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전주 시내와 한옥마을 곳곳엔 전북현대(녹색)와 울산현대(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전북현대는 전주성 개관 이후 첫 만석을 기록했다. 이러한 모습은 전북도민의 축구 열기와 K리그 흥행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다.
전북도민의 높은 축구사랑은 역사가 깊다. 지난 10년간 평균 관중(코로나 제외)은 249,805명으로 FC서울 다음으로 높다. 인구 대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20R를 지나는 현시점 194,805명을 기록,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는 만큼 지난 시즌 입장객 수(295,642)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전북팬 일각선 시의 행정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나아가 전주시의 소극적인 행정은 팬들 사이에 ‘제2의 KCC·쌍방울이 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축구박물관 건립 무산 △원정팀 연습장 철거 △ 잔디 관리 등은 팬들의 불만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2018년부터 추진하던 축구박물관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시는 추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고, 지금은 관련 계획조차 남아있지 않다. 아울러 시는 원정팀 훈련장인 전북종합경기장이 올해 3월 철거하면서, 원정팀 배려가 부족하다는 타 팀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시의 잔디관리 소홀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열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2) 8강 1차전이 예정된 홈구장이 아닌 용인시에서 개최됐다. 잔디 상태가 ACL 기준에 미달한 탓이다. 결국 전북은 해당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경기를 마친 이승우 선수는 "홈인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했으면 좀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라며 홈 이점을 온전히 누리진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전북뿐만 아니라 다수의 K리그 구단은 잔디관리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에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전주시가 마냥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전주시는 구단 지원을 위해 관람 환경 개선과 팬 이동 편의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2023년 전주시가 관람 편의를 위해 엣지형 관람석 600석 교체하고, 동측 경관 조명과 보안등을 전북현대 팀 컬러인 초록색 LED로 교체했다.
이와 함께 개막에 맞춰 전주시는 팬들에 다양한 편의를 제공했다. 지난 3월 시가 '1994 버스’운행을 밝히며 주말 및 공휴일 홈경기에 팬들의 이동 수단을 지원했다.
그러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최근 창원서 불거진 사건이 한몫한다. 다른 종목이지만, 최근 화제가 됐던 NC의 연고 이전 논의는 단순한 갈등이 아닌, 행정 신뢰 붕괴에서 비롯된 후폭풍이었다. 이에 창원시민들이 다이노스의 지역 이전을 노심초사하게 바라보고 있다. NC가 행정적 연속성의 부재와 약속의 미이행으로 ‘지역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고, 다수의 지자체와 협상을 진행했다.
한 창원시민은 시 홈페이지를 통해 “창원은 인구도 계속 빠지고, 주말에 쇼핑할 곳도 없고, 놀 곳도 없고, 솔직히 시민들이 즐길 거리가 부족한 도시”이며 “NC가 만약 떠나기라도 한다면 상상도 하기 힘들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사실 전주시와 전북 현대와의 상생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주시는 창원-NC 사태처럼 미흡한 행정이 프로팀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프로구단과 지자체의 창단은 장단점이 공존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민의 자긍심 제고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세금이 특정 구단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군산대학교 이국용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보게 되면 모든 프로구단이 대도시에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 이유가 바로 지역과의 연계를 통한 상생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지자체와 프로구단과의 협력은 지역 경제 활성화 및 문화 인프라 조성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K리그 홈경기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지역 소비·관광 효과를 만들어낸다. 경기 당일, 전주 한옥마을과 시내는 외지 팬들로 붐비고, 식당과 숙박업소 등 지역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인 경제 이익이 돌아간다.
한 매드그린보이즈(전북 현대 모터스의 서포터즈) 팬은 “프로팀의 성장은 곧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며 “전주시와 전북현대가 갈등보다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시와 전북현대가 풀지 못한 과제들이 남아있다.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와 문화콘텐츠로서 축구 활용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스포츠 진흥을 넘어 지역소멸해소, 인구유입 가능성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시가 제2의 쌍방울, KCC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협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팬들의 시선은 다시 전주시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