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이라면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백 넘버(Back number)를 외우고, 그 번호가 담긴 유니폼을 구매해 경기장에서 착용하며 응원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축구장에서 유니폼에 새겨진 백 넘버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백 넘버는 선수의 개성과 상징을 대변하며, 팬들에게는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축구 선수와 관련된 백 넘버 이야기를 해봅니다. 

 

축구 백 넘버는 1933년 에버튼과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경기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각 선수를 식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각 번호는 고유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1번은 주전 골키퍼의 상징입니다. 1이라는 숫자의 모양처럼 팀을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기둥의 포지션을 담고 있습니다. 최후방을 지키는 책임감을 담고 있지요. 

 

2번에서 5번까지는 주로 수비수에게 주어집니다. 특히 4번은 수비의 중추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사용합니다. 마치 상대 공격수에겐 지옥의 수문견인 케르베로스와 같은 선수들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네덜란드의 반다이크,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가 있습니다.

 

5번은 축구 지능이 높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로 사용합니다. 우아하면서도 때로는 거친 마초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 선수로는 지네딘 지단, 카를레스 푸욜,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떠올리면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죠.

 

미드필드에서의 번호는 6번부터 8번까지 주로 사용됩니다. 7번은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오가며 속도와 발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스타일리시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데이비드 베컴, 손흥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선수들에 의해 전설적인 숫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9번은 득점의 대명사로, 일명 춤추는 센터포워드라 불리는 레반도프스키와 홀란드 같은 정통 스트라이커들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축구에서 가장 상징적인 번호라면 단연 10번일 것입니다. 팀 최고의 재능이며 에이스 스타플레이어가 사용합니다. 메시, 네이마르가 이 번호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입증해왔죠.

 

백 넘버는 축구 경기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이름과 역할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직장에서 불리는 직책, 가족관계에서 불리는 이름,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쓰이는 호칭들 말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이름은 때로 우리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그러다 때로는 그런 이름들 속에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이름 뒤에는 본래의 '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축구장에서 백 넘버가 선수들의 개성을 상징하듯, 우리의 이름도 각자의 삶을 반영합니다. 어떤 이름을 부여받았든, 어떤 역할을 맡았든, 나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름으로 대표되지만 이름에 갇히지 않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을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이름 속에 담긴 진정한 자신은 어떤 모습인가요.

 

 

#. 에필로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오늘은 시 <담금주>를 보냅니다. 묵혀두고 있고, 잠시 잊고 있던 무르익은 당신을 만나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소중한 사람이며, 각자의 자리에서 찬란히 빛나는 사람입니다.

 

 

<담금주>

 

                        김승현

 

간간이 귀를 간지럽히는 바람과

 

촉촉이 발등을 적시는 비와

 

술잔 너머의 당신과

 

들려오던 명랑한 소리

 

 

흐르던 기억들은

 

가슴에 고이 담가두고

 

아쉬웠던 추억들은

 

잔술에 남겨두네

 

언제 꺼내 볼까

 

묵혀둔 그대와의 사연들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