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가 코리아컵 최초 우승팀이 됐다. 포항은 이로써 통산 6번째 우승으로 역다 최다 우승팀에 등극했다. FA컵까지 포함하면 포항은 최초의 FA컵 우승팀이자 마지막 FA컵 우승팀, 그리고 코리아컵도 처음으로 들어올렸다.
포항은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울산 HD 호랑이에 3-1로 이겼다.

남은 눈도 녹인 서울에서의 '동해안 더비'
경기 시작 전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달아올랐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다. 가로로 검정빨강을 아로새긴 포항의 팬들과 푸른색과 노란 포인트가 눈에 띄는 울산 팬들이 상암 경기장 앞 광장에서 북적거렸다.
포항의 팬들은 무려 100대가 넘는 차량을 동원하며 대거 상경했다. 간이 사진 부스를 설치하는 등 마치 스틸야드를 옮겨온 것 같은 분위기를 뽐냈다.
울산 팬들도 속속 도착했다. 포항의 대규모 원정 응원단 못지 않은 숫자의 울산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다만 울산 응원단 쪽 경기장 지붕에 낙설 위험 문제로, 절반 가까운 자리를 비워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울산 응원단은 운영 미숙에 항의했지만 결국 상당수의 팬들이 코너석으로 이동해 경기를 관람해야 했다.
양팀은 경기장을 뒤흔드는 응원으로 서로에게 맞불을 놨다. 장내 운영진은 중간중간 양 팀의 응원 데시벨을 표시하면서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울산의 압박 통했던 전반, 포항의 속도 폭발한 후반
선제골은 울산의 몫이었다. 리그에서 우승하며 '더블'을 노리던 울산은 강한 압박으로 포항을 밀어붙였다. 결국 38분 이청용의 크로스를 주민규가 헤더로 밀어넣으면서 경기를 리드했다. 주민규는 포항 팬들의 앞에서 '산책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포항이 살아난 것은 후반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듯한 울산을 상대로, 주장 완델손을 앞세워 빠른 역습으로 울산을 위협했다.
결국 정재희가 68분 박스 앞에서 날린 슈팅이 굴절되면서 리그 MVP 조현우도 손 쓸수 없는 곳으로 향했다.
양팀은 서로 결정적 기회를 주고받기도 했으나 결국 정규시간 내 경기를 마치지 못하고 연장으로 향했다.
연장전은 포항이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 속도를 무기로 울산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던 포항은, 연장 후반 김인성이 헤더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울산은 동점을 노리며 포항의 골문 앞에서 막판 공세를 펼쳤지만, 골 까지는 이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경기 종료 직전 강현제의 역습에 한 골을 더 허용했다. 3:1 포항의 승리. 포항 팬들은 추위를 잊고 승리를 즐겼다.
아시아 무대로 향하는 티켓
포항은 리그에서 6위에 그치며, FA컵 우승팀에게 늘 주어졌던 ACL(현 ACLE) 티켓 획득엔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ACL2는 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주FC가 ACLE에서 우승하고, 전북 현대 모터즈가 ACL2에서 우승하는 K리그 동반 우승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다음 ACL2엔 참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