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전야의 설렘 속에서 축구라는 또 다른 삶의 무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축구를 통해 배우는 인생의 교훈 중 하나는 바로 '기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프로 축구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란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오늘은 축구 선수들의 경기 출전 기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봅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포진한 선수 라인업에서 유스 출신 선수들이 즉시 전력감인 주전 선수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로테이션의 일부로서 리그 경기 후반에 잠깐 얼굴을 비추거나,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한 FA컵 초기 라운드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는 데 그칩니다. 짧은 출전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에, 모든 순간이 그들에게는 경기가 아닌 전투나 다름없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던 한 선수의 초창기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는 출전을 위해 자신의 준비된 모습을 감독에게 어필하려고, 마치 시위를 하듯 웜업을 하며 코너플래그에서 하프라인까지 전력 질주를 반복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처럼 선수들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출전 기회를 위해 항상 최선의 준비를 다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제한적이며, 한 번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현실은 그들에게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웜업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다가도, 교체 카드가 모두 사용되면 벤치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럴 때 느끼는 심리적 좌절은 그들의 일상에 늘 따라붙는 그림자와도 같습니다.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실망은 더욱 크지요. 하지만 축구는, 그리고 인생은 언제나 또 다른 기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좌절을 끝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하면 실패로 남겠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도약한다면 그것은 성공의 과정일 뿐입니다.
버티고 이겨냈을 때 오는 보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로 다가옵니다. 제 칼럼을 읽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프로 선수들, 그리고 유소년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많은 시련과 좌절을 겪어왔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선수로서 그라운드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곧 그 시련을 이겨냈음을 뜻합니다. 왠만한 아픔쯤은 마음에 굳은살이 배겨 타격감조차 없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언제나 그래왔듯 앞으로 다가올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낼 것입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의미가 깊은 새해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1월 1일 이후 어느덧 28일이 지났습니다. 새해에 계획했던 일들은 여전히 유효하게 실현되고 있는지요. 작심삼일로 끝났더라도 괜찮습니다. 차분히 준비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여러분이 바라는 성공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코너플래그에서 시작한 선수들의 이야기가 하프라인을 넘어 골문 앞까지 이어지듯, 어느덧 우리도 우리가 생각한 자리에 위치해 있을 겁니다.
다시 찾아온 설날, 그리고 다시 도약할 하루. 삶의 무대에서 준비를 다지고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 에필로그
과거 우리 민족의 정신을 약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을미개혁을 통해 양력을 도입하면서 음력설의 비중이 약해졌었습니다. 이게 이어져서 양력 1월 1일을 우리 민족의 설 명절로 인식되었지요. 신정과 구정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양력 1월 1일부터 1월 3일까지 휴일이었습니다. 음력 1월 1일은 하루만 휴일이었지요. 하지만 인식이 바뀌어 음력 1월 1일을 다시 설날로 찾게 되었습니다. 이젠 ‘구정’ 대신 ‘설날’이라는 말을 써야 하지요. 진정한 설날이 왔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날입니다.
지난 12월 17일에 올렸던 <다시 선물>이 두 번째 시집의 타이틀 후보로 올라있습니다. 다시 온 새해처럼 새로이 시작하는 의미에서 다시 올립니다. 여러분에게 다시 돌아올 기쁨과 사랑을 기대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시 선물>
김승현
세상의 수많은 꽃 중에
예쁜 꽃을 모아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 하나
꽃잎 하나 꺾고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의 자리
꽃자리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간사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