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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코너플래그] 소년의 봄

K리그의 휴식기, 축구 팬들의 관심은 유럽에 많이 쏠려있었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빅클럽들의 경쟁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곤 합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손꼽히는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에겐 더욱 시선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명의 한국 유망주가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세계 축구의 중심, 4대 리그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리그들이 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그리고 스페인 라리가가 그것입니다. 이들 리그는 각기 다른 색깔과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룹니다.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가 경쟁하는 EPL, FC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강세를 보이는 분데스리가, AC 밀란과 유벤투스가 격돌하는 세리에A,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로 상징되는 라리가는 선수들에게 있어 최고의 무대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그리고 우리 한국 선수들에게 이 무대는 여전히 높고 험난한 벽입니다.

 

한국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이 어려운 이유

 

유럽 빅리그로 가는 길이 여러 험난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각 클럽은 외부 선수보다는 자국 선수이거나 소속 클럽 유망주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처럼 완성형 선수 영입(갈락티코)을 선호하는 몇몇 구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클럽은 자체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육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한국 선수들에게는 '군 복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전성기에 해당하는 20대 초반을 군대에서 보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은 유럽 클럽들이 한국 선수 영입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손흥민 선수처럼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이상, 군 복무 이후 빅리그 도전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한 유럽 진출을 돕는 국내 에이전시가 많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선수 영입은 단순히 경기력만이 아니라, 클럽과 에이전시 간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많은 유럽 구단은 기존에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던 에이전시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계에서는 이런 네트워크를 충분히 구축한 에이전시가 많지 않습니다.

 

각 구단은 선수의 피지컬, 경기 이력, 부상 정도 등의 정량적 평가와 더불어 선수의 성향과 가능성 등의 정성적 평가도 스카우트의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이는 구단과 선수를 소개하는  에이전시와의 상호간 ‘신뢰’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양민혁, 도전의 첫걸음을 내딛다

 

불리한 여건이 많지만 희망은 늘 피어납니다.

 

양민혁. 2005년생의 이 젊은 미드필더는 한국에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일 년간 K리그에서 큰 이슈를 몰고 다니며, 졸업한 직후 곧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습니다. 그의 토트넘 입단은 손흥민 선수 이후 스타 선수의 탄생과 더불어 한국 유소년 선수의 빅리그 진출의 좋은 예시가 될 것입니다.

 

비록 당장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챔피언십(2부 리그) 소속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로 임대를 떠났지만, 이는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QPR에서 데뷔전을 치르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첫 경기에서부터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어린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는 이를 확실히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축구는 결국 ‘기회의 스포츠’입니다. 출전 시간, 적응력, 그리고 운이 맞물리며 선수의 커리어가 결정됩니다. 양민혁은 이제 막 유럽 무대에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 시간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앞으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토트넘의 1군 무대에서도 손흥민 선수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날이 올 것입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빛나고 있는가

 

유럽 리그가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K리그의 가치가 결코 뒤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무대가 있고,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양민혁 선수의 도전처럼 여러분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자신을 잃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는 곳에 계신지요.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스스로 뛸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여러분은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추운 겨울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만의 찬란한 봄을 맞이할거라 생각합니다.

 

#. 에필로그

 

추운 날씨만큼 추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독자분들이 많습니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 속에는 봄의 씨앗이 움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몇 해전 제주신인문학상에 입선되었던 <꽃봉오리>라는 시를 보냅니다. 따뜻한 봄에 보게 될 양민혁 선수와 여러분의 만개된 꽃을 기대해봅니다.

 

<꽃봉오리>

 

                     김승현

 

가지 찢어낸 아픔으로 꽃잎 피어났다

 

꽃잎 떨궈낸 슬픔으로 열매 맺어냈다

 

 

그리고

 

젊음과 이상의 열매는

 

새(鳥)에게 도둑맞았다

 

 

열매가 달콤함 게 

 

죄(罪)였던가

 

외려 외면받아 땅에 떨어져 양분되기를 바라는 게

 

선(善)이던가

 

 

가지 찢고 나온 봉오리

 

너무 아팠다

 

하지만 그게 꽃이 될 줄이야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간사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