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노한 독자들이 계시다면 먼저 사과드린다. 혹시라도 대한축구협회(축협) 관계자분들이 실수로 누르기를 바라면서 제목을 썼다.
기사 제목이다 보니 조금 줄여서 오해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의 해체에 준하는 쇄신을 응원한다.
언론사를 표방하면서 어떻게 이런 수준 낮은 말장난을 칠 수 있냐고 묻거든, 고개를 들어 축협을 보게 하라.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자축하는 의미로 (16강을 못 가게 할 뻔했던 이들을) 용서했다. (1차 가해가 없었던 피해자들의)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차라리 말장난이었으면 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한 사건이며, 이미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었기에 얼마간 신중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기에 작은 목소리나마 보태야 한다고 판단했다.
본 사설의 주제가 생략됐지만 축구팬들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믿고 적었다. 지난 28일 있었던 기습적인 승부조작범 사면 이야기다.
축협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명분은 축구계 대통합이다.
영구 제명된 가해자들을 여전히 축구계라는 카테고리로 한데 묶고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본질을 아예 부정하는 종목 살해 시도다. 어째서 본인들의 생계 근간을 흔들었던 흉악범들에게 자비를 베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명분은 차치하고 실리가 무엇인지도 불투명하다. 협회는 이번 사면 대상자들이 '지도자, 심판, 선수, 관리담당자로서 활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하다'라고 명시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사면인지도 명확히 알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정몽규 협회장 본인 개인은 물론, 현대산업개발의 이미지마저 상처받을 위기에 처했다. 국가대표를 비롯해 한국 축구계를 오랫동안 후원 중인 하나은행은 무슨 죄인가. 이래저래 잃을 것만 가득한 행보였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사면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일 것이다. 본지도 이렇게 연맹을 직설적으로 응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연맹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한다.
지금도 많은 축구팬들과 언론인들이 축협의 결정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어려운 작업이 될 확률이 높다. 결국 축구팬들도 행동으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를 권유 드리고 싶다. 연맹을 지지하는 이들은 경기장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서포터즈들을 중심으로 경기장에 걸개가 걸리는 등 이런저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연맹이 힘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리그 '판'을 더 키워야 한다. 침묵은 높은 확률로 암묵적 동조다.
현시대의 권력은 귀족들의 군림이 아닌 시민들의 지지와 존중에서 나온다. 축구팬들은 축협의 신민(臣民)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삶 일부를 기꺼이 축구라는 스포츠에 내어놓은 시민들이다. 축협의 권력을 위해서라도, 축협이 이번 사면 결정을 재고(再考)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