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원FC 서포터즈 <리얼크루>와 수원FC 구단 사무국이 만나 오해를 풀었다고 했다.
수원시 담당자의 공식적 사과가 있었고, 그 뒤 최순호 단장과 사무국장, 서포터즈 운영진 등이 편한 자리에서 소통했다는 소식이다.
모든 것이 잘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여러 일이 동시에 얽히다 보니 본질이 조금 흐려졌다. 그래서 기자는 한 가지, 바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사건부터 정리해보자. 리얼크루와 수원FC를 운영하는 수원시의 마찰은 지난 시즌 단장 교체설부터 시작됐다. 수원시는 김호곤 단장 재계약 불발에 대해 팬들을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 신임 최순호 단장이 소통을 약속하고 나서기까지, 리얼크루는 팬들을 대표해 1인시위, 트럭시위 등을 통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여기까지 읽은 축구팬들은, '뭐야, 흔한 K리그 팬과 구단과의 마찰이잖아?'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실제 그랬다. 세계 어디든 구단과 팬들의 사이가 마냥 좋겠는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리얼크루가 격분할 만한 포인트가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어용 단체' 발언이다. '김호곤 단장이 서포터즈를 조종해서 재계약 운동을 했다'라는 내용이 골자다.
친구들과 다투든, 부부싸움을 하든 해서는 안될 말이 있는 법이다. 자칫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역린'이다. 어용(御用 :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그런 단어에 해당한다.
K리그 팬들은 자신의 유·무형의 비용을 불태워 가며 구단을 지지한다. 소위 '해축'팬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내 환경에서도 자신의 긍지와 애정을 동아줄삼아 응원을 이어간다. 그런 이들에게 '어용'이라는 것보다 큰 모욕은 많지 않다.
리얼크루는 그 발언에 가장 분노했고, 결국 당사자의 공식적인 사과를 이끌어냈다. K리그에선 낯설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까, 언론의 많은 주목도 받지 못했다. 리얼크루의 한 운영진은 본지 통화에서 "모욕에 대해 화가 났고, 진정성있는 사과를 원했을 뿐인데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여져 서럽기까지 했다"라고 토로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불거진 경남FC 경기장의 해프닝도 상당히 위험한 사건이라고 본다. 수원FC의 경우엔 다행히 단장과 사무국장의 적극적 중재 등이 겹치면서 일단락됐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결국 공개 사과했다. 경남FC도 이를 선례 삼아 모쪼록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
축구는 못하다가도 잘하고, 잘하다가도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이 부정받은, 그 순수성이 호도된 이들은 다시는 경기장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을, 구단과 지자체들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