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보러 가는 일은 복합적인 행위다. 스포츠 관람이자 관광이고 식도락 여행이다. 특히 한국인에게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경기 전후로 먹을 곳을 못 찾으면 서운하다. 그래서 <풋볼먼데이>가 준비했다. 직관을 즐기는 리그 팬들을 위해 발로 뛰어 찾는 맛집 탐방기, ‘직관의 맛’ 이다. -편집자 주

 

FC서울의 홈구장 서울월드컵 경기장은 접근성이 좋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다. 지하철역이 사실상 연결돼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홍대입구역까지 나가면 먹을 곳이 이미 즐비하다.

그러나 지금 승리의 흥분을 이동으로 식히기 싫다면 근처에서 맛집을 찾아야 한다. 마침 마을버스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적당한 곳이 있다. 뒤풀이로 음주를 좋아하는 축구팬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정보를 풀겠다.

홍대 정문과 월드컵경기장을 잇는 8번 마을버스의 노선엔 ‘성미산 약수터’ 정류장이 있다. 정류장에 내려 6차선 도로 건너편을 보면 빌딩 사이 홀로 골조를 유지하고 있는 2층 집 음식점이 있다.  바로 '덕이 설렁탕'이다. 상호는 '덕이네'지만 단골들 대부분은 그냥 '덕이 설렁탕'이라 부른다.

마당 겸 주차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반지하 층을 개조한 조리실이 보인다. 성산동 일대에 밀집했던 2층 집 주택단지의 흔적 중 하나다. 조리실 창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가마솥 두 개는 곰탕이 쉬지 않고 만들어지는 곳이다. 역시 반 층 정도 높은 층고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얼마 전까진 좌식만 있었는데 트렌드에 맞춰 우측 홀엔 입석을 도입했다.

 

이곳의 주메뉴는 꼬리곰탕, 도가니탕, 설렁탕이지만 사실 이곳의 진미는 안주류에 있다. 내공이 꽤 있는 집이니 만큼 설렁탕의 맛도 크게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직관의 맛이 이곳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바로 매운꼬리찜 때문이다.

자리를 잡으면 기본찬이 나온다. 여느 집과 비슷하게 조금 작게 썰린 섞박지와 배추김치가 셀프로 덜어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고, 시그니처 기본 찬인 ‘콩나물 무침’이 듬뿍 나온다. 요리가 나오기 전까지 짭짤한 콩나물무침을 먹으며 메인 요리를 기다린다.

중자 사이즈를 주문하면 지글거리는 지름 약 28cm 돌판이 등장한다. 고추 베이스의 매콤한 양념과 채소, 꼬리찜이 함께 볶여서 가지런하게 상에 오른다. 제법 화끈하지만 난폭한 맵기는 아니다. 점잖은 매운맛이랄까, 입안에 난리가 나도 쌀밥 한 숟갈 정도면 제압되는 맵기다.

눈치 없는 독자라도 이미 술을 부르는 맛임을 직감했으리라. 꼬리찜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한반 더 나아가보자. 이곳에서 한잔 걸쳐본 사람은 설렁탕을 함께 주문한다. 소면과 파가 올라간 설렁탕이 보글거리며 등장하면 우선 꼬리찜 하나를 앞접시에 덜어낸다.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낸다. 볶음 채소를 얹어 함께 먹는다. 그리고 밥을 잘 말아 설렁탕을 호호 분 뒤 입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취향에 따라 술을 한 모금 들이켠다. 공격-수비-응원까지 완벽했던 경기의 재연이다.

 

배가 슬슬 불러오면서 꼬리 끝에 붙은 콜라겐이나 꼬리뼈에 붙은 마지막 살을 발라 먹는 것도 묘미다. 아차 하는 순간 식탁 위는 비고 허리띠는 조여온다. 한 끼 식사와 안주로 손색이 없다. 승리의 여운을 매콤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직관러'들에게 추천하는 숨겨진 별미다.

덕이설렁탕 24시

인근구장 : 서울월드컵경기장

영업시간 : 24시간

추천메뉴 : 매운 꼬리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