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임인년도 어느새 4분의 1이 지나갔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도 어느덧 9라운드를 통과했다. 시즌도 4분의 1을 향해 가는 시점에, 호랑이 기운(?)을 받는 선수들을 소개한다는 것이 실기(失期)는 물론이거니와 벚꽃이 흩날리는데 겨울옷을 진지하게 쇼핑하는 것마냥 낯설다. 하지만 기획은 기획인지라 늦으면 늦은 대로 각 팀 별 호랑이띠 선수들을 소개해보고자 하니 독자 제현의 이해를 바란다.
2010년생은 아직 데뷔 전인만큼, 98년생들이 기사의 주인공이다. 곧 불혹을 바라보는 86년생들도 팀별 상황에 따라 조연으로 출연했다. 기사는 승격한 김천 상무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 최종 순위의 역순으로 선수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김천 상무>
김천은 구단의 특성상 대부분의 선수가 94년생으로 구성돼 있다. 여물대로 여문 형님들 사이에서 98년생 주인공이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 싶지만 뜻밖에 김천뿐 아니라 리그, A대표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조규성이다.
조규성은 지난 시즌 김천 상무 1기(2021년 3월 8일 입대) 멤버로서, 김천의 K리그1 승격을 이끌어 낸 승격 공신이다. 승격 후 K리그1에서 보여주고 있는 폼도 심상치 않다. 9라운드까지 7골을 몰아치면서 쟁쟁한 K리그1 공격수들 사이에서 인천 무고사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최종 승선이 유력하다. 2022년은 9월 제대와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라는 겹경사가 그를 기다린다. 김천 상무 소속으로 득점왕까지 해낸다면 2022년 가장 화려하게 포효하는 호랑이들의 호랑이가 될 것이다.
<강원 FC>
강원엔 서민우가 있다.
2020 시즌 강원에서 데뷔한 서민우는 22세 이하 쿼터로 1부리그 데뷔 후 B팀에서 경험을 쌓고, 다시 1부로 복귀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난 시즌까지 미드필더로 뛰었던 서민우는 올 시즌 임채민의 이적으로 인한 팀 사정상 센터백을 맡았다. 김영빈과 임창우 등 노련한 선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잇몸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고, 초반 7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는 헌신에 최용수 감독은 신뢰를 듬뿍 보낸다는 후문이다. 초반 4경기까지는 1실점의 짠물 수비를 보여줬고, 올 해를 본인의 포지션 소화 범위를 넓히는 고무적인 시즌으로 만드는 중이다.
<성남 FC>
성남은 최지묵-강의빈 센터백 라인 듀오를 가졌다. 시즌 초반 수비라인이 난조를 겪는 상황에서 최지묵은 5경기, 강의빈은 8경기를 출장하면서 구멍난 포지션을 열심히 메워줬다.
최지묵은 178cm, 70kg로 수비수로서 그리 크지 않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2020년 성남서 데뷔한 뒤 3년째 성남의 왼쪽을 담당중이다. 포항에서 권완규가 이적해오면서 출장시간의 감소가 예상됐음에도 꾸준히 출장기회를 얻고 있다.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팀에도 소집될 만큼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강의빈은 벌써 성남이 세 번째 팀이다. 2020년 경남에서 데뷔해서, 지난 시즌 부천을 거쳐 올 시즌 성남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부천에서 많은 경기를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189cm, 86kg의 좋은 신체조건으로 제공권 싸움이 가능하기에 성남에서 경쟁력을 가진 오른쪽 센터백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포항 스틸러스>
포항에는 ‘폴스 나인(false nine)’ 타입으로 분류되는 이승모가 있다.
포항제철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포항 유스 출신으로, 연령별 대표팀을 소화하면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원래 주 포지션은 미드필더지만 포항의 팀 전술상 제로 톱 공격수로 출전한다. 지난 시즌부터 선발 출전 기회가 많이 주어졌고, 골보다는 수비를 끌고 내려오면서 좌우 윙 포워드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그 영향으로 다른 포워드들에 비해서 많은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올 시즌 7경기는 ‘제로톱‘으로 선발 출전, 2경기는 교체 출전했다. 2라운드에서 팔라시오스의 골과 8라운드 신진호의 골을 도우며 2개의 도움을 기록중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만큼 올 시즌은 득점력까지 폭발하는 공격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천 유나이티드>
인천의 호랑이띠 기대주는 김보섭이다.
2017시즌 인천에서 데뷔한 김보섭은 2021시즌 중반 상무서 제대하며 비교적 이른 나이에 군필로 팀에 복귀했다. 지난 시즌 득점은 없었지만, 21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하면서 풀타임 시즌 준비를 마쳤다. 장점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측면돌파다. 올 시즌 4번의 선발 출전경기를 소화하면서 공‧수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김준엽과의 출전 시간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해서 인천의 오른쪽 윙백 주전자리를 꿰차는 것이 올 시즌의 당면 과제다.
인천의 호랑이 띠 조연은 노장 강민수다.
86년생으로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강민수는 1라운드 선발 출장해서 7분 만에 부상을 당했지만, 2라운드에 바로 선발 출장하면서 투혼이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줬다. 델브리지와 오반석 복귀까지 초반 공백이 있던 인천 수비라인을 잘 이끌어주면서 상위권을 달리는 팀의 상승세에 기반을 만들었다. 서서히 세대교체 중인 인천 수비 라인의 빈틈을 메우고 궃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FC 서울>
서울은 로스터에 유독 호랑이띠 선수들이 많다. 강상희를 비롯해 김진야, 윤종규, 차오연, 이상민 등이다.
그 중에서 올 시즌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익수볼’의 오른쪽 윙백 자리를 꿰찬 윤종규다. 지난 시즌 32경기를 출장했던 윤종규는 올 시즌 8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활동량이 많이 필요한 중요 포지션에서, 꾸준히 선발기회를 받고 있어 그에 대한 안익수 감독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1라운드 경기에서는 힐패스로 조영욱의 골을 도우면서 공격포인트도 기록했다.
인천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이적해온 김진야도 주목할만한 호랑이띠 선수다. 좌우 윙백 이태석과 윤종규의 팀내 입지가 워낙 탄탄해 선발 출전 기회는 많이 잡지 못하고 있지만, 교체 출전한 2라운드 인천전에서 극적인 동점골로 팀을 패배에 수렁에서 건져냈고, 선발 출장한 5라운드 울산전에서는 전력을 다해 전반 내내 엄원상의 돌파를 막아냈다. 7라운드 포항전에서도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패널티 킥(PK)를 유도해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이기에 이번 시즌 공수에서 어떤 비약적인 발전을 할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수원 삼성>
수원은 수비수 박대원이 1998년생이다. 180cm, 70kg의 박대원은 매탄중/매탄고를 나온 수원 유스 출신으로, 지난 시즌 27경기에 출전하면서 수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은 불투이스와 이한도가 영입되면서 입지가 좁아졌지만, 올 시즌 9경기 중 5경기를 선발로 출전하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시즌은 38라운드까지 진행되므로 꾸준히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투이스와 이한도, 민상기, 장호익과의 경쟁속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수원 수비진의 뎁스뿐 아니라 본인의 포지션 뎁스도 깊어지는 시즌이 될 것이다.

<수원 FC>
수원 FC는 어느새 이 이름을 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바로 이승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을 거친 이승우가 드디어 K리그에 안착했다. 라스와 양동현, 김현처럼 높고 무게감 있는 스트라이커 중심의 수원 FC에서 이승우의 존재와 위치는 특별하다. 교체출전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이승우는 5라운드부터 선발 출전하기 시작했고, 6라운드에서 시즌 1호 골, 7라운드에서 2호 골, 9라운드에서 3호 골과 1 도움을 기록했다. 특유의 자신감과 셀레브레이션으로 리그에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기대주라기보다는 이미 흥행메이커이자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라스, 김현과의 호흡이 궤도에 오른다면 본격 득점왕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의 존재감에 가려져 있지만, 신재원도 기대되는 호랑이띠 선수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축구팀을 이끌고 있는 전 국가대표 신태용 감독의 아들이다. FC 서울에서 데뷔했지만 출장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했고, 올 시즌 수원 FC로 이적했다. 정동원의 부상으로 오른쪽 윙백 출전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고 있는 시즌 초반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증명한다면 수원 FC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86년생 조연으로는 양동현이 있다. 지난 시즌에 리그 100호 골을 기록하면서 K리그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올 시즌은 공격수들이 풍부하기에 우선 치열한 경쟁속에서 본인의 역할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교체 출장 기회를 잡았을 때나 팀이 어려울 때 한 방을 터뜨려줄 수 있는 노련한 베테랑의 모습을 보인다면 본인과 팀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시즌이 될 것이다. 스스로 빛나기보다는 빛내주기 위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폭풍 영입으로 높아진 이름값의 제주에서도 올 시즌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호랑이띠 선수는 이정문이다.
2021년부터 제주에서 뛰기 시작한 이정문은 센터백과 미드필더를 거친 포워드다. 194cm에 80kg의 체격조건은 상황에 따라 어느 포지션에서건 활용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만하다. 지난 시즌 주민규의 존재감에 가려져서 많은 시간을 출전하지 못했고, 올 시즌도 김주공이 영입되면서 주전 공격수 자리 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제공권이 필요한 상황에서 본인만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다른 공격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도 어리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꾸준히 출장시간을 확보하고, 경험을 쌓는 쪽으로 올 시즌 목표를 잡는다면,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
<대구 FC>
대구는 1986년생 플레잉코치 이용래가 유일한 호랑이띠다.
소위 ‘취업사기‘를 당했다는 농담까지 나올 만큼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시즌 경기보다는 경험을 전수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대구의 팀 사정상 경기에서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대구에는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세징야와 라마스 뒤에서 든든하게 중원을 지켜줄 수 있는 믿을맨이 필요하다. 경험 많은 이용래가 적격이다. 가마 감독 지휘 아래 출장 시간이 줄어들고 있지만, 선수들의 정신적 리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베테랑 플레잉 코치의 역할이자 장점이라 하겠다. 대구의 중앙 미드필더들의 성장과 육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목표설정을 하고 도움을 준다면, 팀도 본인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울산 현대>
울산이 국가대표 풀백 홍철을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것은 설영우의 존재 때문이다.
현대중‧현대고를 졸업한 울산의 성골 유스인데다 준수한 외모는 덤이고, 좌우측면 풀백을 맡을 수 있고, 공격 재능마저 돋보이는 설영우는 이미 울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올 시즌은 울산에서 주전 왼쪽 풀백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사실상 첫 시즌이다. 설레임과 부담감이 공존하겠지만, 9라운드까지 벌써 2개의 도움을 기록한 것을 보면, 설레임의 비중이 더 커 보인다. 6라운드 포항전과 7라운드 인천전에서는 김영권과 김태환이 빠진 수비라인의 공백으로 인해 센터백까지 소화하며 포지션의 영역을 넓혔다. 나이 대비 풍부한 선발 경험과 노련함, 성장세는 그의 장점이다. 조규성이나 이승우 등 이미 국가대표 수준의 동갑내기들이 많지만, 설영우의 존재는 호랑이 해의 주인공은 호랑이 구단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몇몇 울산 팬들은 국가대표 풀백 자리도 울산에서처럼 홍철로부터 이어받는 기대도 품고 있을 정도다.
<전북 현대>
시즌 전 전북은 안양 FC에서 FA가 된 1998년생 맹성웅을 영입했다.
이미 수준급 미드필더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전북은 팀의 미래를 바라보고, 박진섭, 김진규 등 2부리그에서 돋보였던 자원들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전북의 미래 투자 중 한 명인 맹성웅은 19년 데뷔 후 21년까지 안양에서 2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고, 21시즌에는 34경기를 소화하며 개인 통산 첫 골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특별하지 않지만 궃은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맹성웅을 전북은 한 발 앞서 붙잡았다. 백승호, 류재문, 박진섭, 김진규 등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전북에서 주전자리를 확보하고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최고의 역사를 가진 팀에서 1부리그 데뷔를 할 수 있었던 올해는 맹성웅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것이다.
전북의 86년생 호랑이 띠 조연은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 이용이다. 시즌 초반 전북의 부진은 이용의 부상으로 인한 부재도 크다. 어쩌면 알게 모르게 동기부여가 떨어졌을지 모를 이용에게 새로 영입된 김문환과 A대표팀 복귀 및 월드컵 출전이라는 목표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팀별로 1~2명의 선수들만을 뽑았지만, 이들 외에도 많은 호랑이띠 선수들이 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만큼 주‧조연으로 주목받지 못할지라도,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시즌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축구장에서 달리는 호랑이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