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가 되고, 시험 보는 날 아침 미역국을 먹으면 떨어진다는 이야기. 속설, 일명 징크스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선수들의 다양한 루틴(특정한 절차적 행동)과 징크스입니다. 경기 전날 특정한 음식을 먹거나 경기장에 들어서는 발을 왼발로 시작하는 것처럼, 선수들마다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따르는 작은 습관들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 전 반드시 팀 버스에 가장 마지막에 오르고 마지막에 내리는 습관을 지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루틴이죠. 루틴은 선수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과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어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곤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경기일수록 루틴은 더욱 강한 영향을 미치며, 선수들에게 징크스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징크스는 어떤 사물이나 행동이 좋은 운을 가져다주거나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원인과 현실적인 결과 사이에 실제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놀랍게도 징크스의 영향력 자체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습니다. 좋은 영향이라면, 징크스를 지켰을 경우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져 안정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반대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악영향을 끼칠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긍정적인 영향만 가져가기 위한 행동이 루틴입니다.
그렇기에 징크스와 루틴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왼발로 경기장에 첫 발을 내딛는 선수나 경기 전 특정 화장실에 들르는 선수처럼, 다양한 루틴이 선수들 마음속에 심리적 평온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축구와 같은 고도의 신체적 집중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에서는 선수의 신체적 능력과 전술 수행 능력 외에도 정신력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성공 귀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징크스에 따른 루틴이 바로 선수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높이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징크스는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팀이나 국가에도 적용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가는 그 다음 대회에서는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두고 '월드컵 우승국 징크스'라 부르며, 우승 후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공한증'도 하나의 징크스입니다. 공한증은 중국 축구 대표팀이 한국 축구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좀처럼 이기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중국 팀 입장에서는 이 징크스가 실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경기 전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되곤 합니다.
사실 징크스나 루틴은 스포츠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특별한 루틴을 지키며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려 합니다. 우리 삶의 루틴은 비록 소소해 보일지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축구 선수들이 루틴을 통해 스스로에게 심리적 안정을 부여하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 같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거나, 향초를 태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곤 합니다.
그러나 징크스나 루틴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거나, 익숙한 루틴을 따라하지 못하는 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날엔 자신의 실력과 노력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선수들 또한 징크스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이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궁극적으로는 경기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듯 징크스와 루틴은 중요한 순간에 자신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다지는 작은 수단으로 활용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여러분의 하루 루틴은 무엇인가요. 혹시 불편한 징크스나 벗어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이겨내기 위해 오늘 한번 새롭게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징크스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에서 뜻하지 않은 상황이 닥치더라도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고 나아간다면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축구 선수들이 징크스를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우듯이, 우리도 인생의 경기장에서 마음껏 도전하고 승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에필로그
우리는 징크스를 무마하기 위해 자신을 옥죄이는 루틴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평안한 마음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좋지 않은 기운은 모두 벗어버리고 좋은 날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사람별하트'에 수록된 시 <도배>를 보냅니다. 과거의 벽지를 뜯어내고, 새롭고 아름다운 여러분의 벽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도배>
김승현
1.
도배를 했다
2.
지난 날의 흔적들
압착된 모기의 흔적
삐뚤삐뚤 추상화의 흔적
못의 녹물 자국 흔적
습한 벽을 벗삼아 자라난 쾨쾨한 점박이들
이렇게 누렇게 뜬 얼룩진 곳을 덮었다
3.
하얗게 발라진 벽
그 속에 숨겨진 곰팡이들
풀이 마르고
새것과 과거의 것이 한 몸 되었을 때
느끼겠지
스멀스멀 검은 반점이 올라오는 걸
4.
언젠간 또 덮이겠지
다시 하얀 종이를 펴고
밀가루 버무린 풀을 바르고 덮을거야
5.
도배를 자주하다 보면
벽에 쌓인 종이들은 두꺼워지고
내 방은 점점 좁아져
6.
지금은 벽의 종이를 모두 떼어낼 때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