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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파랗게 물든 빅 버드의 120분

수원-안양 승강 PO 2차전, 12,842명의 구름 관중 몰려
“ ”

29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12,842명의 관중이 경기를 관람했다. ©풋볼먼데이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안양의 승강 플레이오프는 2022년 K리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였다.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승부 만큼 그라운드 밖의 열기도 대단했다. 풋볼먼데이>는 30일 그 현장을 찾아 지지대 혈투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빅 버드 가는 길 #수원역 #아주대 

 

수원과 안양의 PO 2차전의 시작은 29일 14시였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12시 수원역 앞. 수원 월드컵경기장 방향의 버스 정류장에는 수원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잔류와 강등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지만 역 주변은 시민들의 바쁜 움직임에 묻혀 응원과 직관의 분위기는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후 1시, 아주대 삼거리에서 아주대 정문 삼거리로 뻗어 있는 도로에서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도로변 가게마다 수원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팬들과 연인들이 들어차 있었다. 영화 ‘바람’에서 서면시장 장면처럼 팬들이 하나, 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향해 무리지어 걷기 시작했다. 경기장 앞 원형 육교에 걸린 수원과 안양의 플레이오프 2차전 현수막이 빅버드 입장을 알렸다.

 

29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앞 육교에 걸려져 있는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현수막 ©풋볼먼데이

 

경기장을 향하는 수원 팬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경기 전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기 시작 전 #수원 삼성 팬 #인터뷰(이모씨, 21세)

 

-수원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소감은.

 

"좋지는 않지만, 팬들이 간절한만큼 선수들도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강등당하더라도 응원을 계속할 것이다. 선수들이 간절히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제부터 수원 경기를 보기 시작했나.

 

"2011년에 첫 직관을 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마음은 없었다. 2015년 빅버드에서 펼쳐진 슈퍼매치에서 서울을 5:1로 이겼을 때 수원 축구가 재밌다고 느껴서 본격적인 직관을 시작했다."

 

-수원의 모든 경기를 보는지.

 

"매 경기는 힘들지만, 학교가 인근이다 보니 올해는 12경기 정도 챙겨본 것 같다."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에 관중들 많이 찾은 것 같다.

 

"슈퍼매치 이후로 가장 많이 오신 것 같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슈퍼매치보다 많게 느껴진다. 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강등 PO의 중요성 때문인 것 같다. 안양 팬들도 거리가 가깝다 보니 많이 오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승강 PO 1차전에서 고전했는데.

 

"너무 약하게 나갔던 것 같다. 공격수들이 심판 변수에 영향받지 말고, 앞에서 버텨주는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냥 넘어지면 남는 게 없지만, 버티다 넘어지게 되면 패널티 킥(PK)도 유도해낼 수 있다"

 

-상대팀 안양에서 경계해야할 선수는.

 

"구대영 선수다. 1차전에서의 전 소속팀(수원)을 죽일 각오로 뛰더라(웃음). 수원 수비진이 고명석 선수를 제외하고는 발이 느리다보니 아코스티나 김경중 선수도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

 

-구대영 선수에 대한 마음은 어떤지.

 

"우리 팀에서 꽃피우지 못한 선수가 상대 팀에서 활약하니 안타깝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시즌 후 수원이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포지션이나 요소가 있나.

 

"베스트 일레븐은 타 팀에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비진도 현재 괜찮고, 미드필더진도 고승범, 권창훈 선수가 돌아오면 더 좋아질 것이다. 스트라이커도 오현규가 있다. 뎁스의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처럼 베스트 일레븐 위주로 돌린다면 보강이 필요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미드필더 진영에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사리치 선수와의 동행은.

 

"재정 여력이 된다면 사리치도 잡고, 다른 외인도 더 영입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름다운 이별로 끝냈으면 한다. 이종성 선수와 고승범 선수를 보완할 수 있는 활동량이 더 많은 선수를 영입했으면 좋겠다."

 

-경기 중 선수들의 적극적인 응원 독려가 팬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팬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기에 좋게 본다. 그런 모습들이 팬들에게는 자긍심이 된다."

 

 

N석에서 응원을 펼치는 수원 삼성 서포터즈 ©풋볼먼데이

 

#경기 중 #응원

 

리그 제일로 손꼽히는 수원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의 응원은 여전히 웅장했다. 응원가가 경기전부터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원정팀 안양의 응원가도 만만치 않았지만, 수원의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리그 승강이 걸려있어서일까. 입구에서 나눠준 파란색 풍선과 깃발을 든 W, E석의 일반 관중 팬들도 이날 뜨거웠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체크하고, 피드백했다. 실수에 대한 비판도 잠시, 교체 들어가는 선수들을 이름을 불러가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하며 격려했다. 안양의 거친 플레이와 심판의 판정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비난을, 수원의 움직임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홈 팀 선수들에게 강력한 어드밴티지를 선물했다.

 

현장 판매 창구에서 매진된 E석에 가득찬 관중들 ©풋볼먼데이

 

경기는 수원 안병준이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안양 아스코티가 동점골을 만들어내면서 연장에 돌입했다. 그리고 승부차기를 코앞에 둔 연장 후반 14분 오현규가 문전 앞 헤더로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리면서 빅버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우승을 한 것도 아니고 잔류지만 그 순간 120분간 응원에 진심이었던 수원 팬들은 승리에 환호했다. 물론 잠시 뒤 ‘이게 좋아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소위 '현타'스러운 말들과 자조적 농담도 오고 갔다. 

 

살아남은 수원도, 분전했던 안양도 박수받으며 경기가 마무리됐다. 긴장됐던 경기장 분위기도 안도의 축제로 바뀌었다. 기쁨을 만끽하던 수원 팬에게 소감을 물었다.

 

#경기 후 #수원 삼성 팬 #인터뷰(조규봉, 21세)

 

-잔류를 축하드린다. 승리 소감은.

 

"1차전에 고전했었다. 2차전도 선제골을 넣었지만, 동점골을 허용했고 연장 후반 막판에 극적으로 이겼다. 보는 입장에서 심장이 쫄깃했지만, 짜릿했다."

 

-안양의 동점 골 이후 무슨 생각을 했나.

 

"동점 골 이후 안양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연장전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연장전에서의 승리를 기대했는데 연장 후반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약간 체념하고 봤다. 오현규 선수가 골을 넣어서 다행이다."

 

-수훈선수를 꼽는다면.

 

"전방에서 잘 버텨준 오현규 선수와 안병준 선수다."

 

-상대팀 안양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센터백(백동규, 이창용, 박종현)들이 기억에 남는다. 오현규 선수를 잘 막아서 고전했다."

 

-팬들의 불만과 야유도 크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수원을 응원하는 팬들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리액션이다. 경기 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니 터프하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안양 감독님이 잘 준비한 전략이었다고 본다. 경기 초반 안양 홍창범 선수가 중원에서 터프하게 수원 공격의 맥을 커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교체아웃 되기 전까지 수원 입장에서 제일 성가신 선수였다."

 

-공격진의 결정력이 다소 아쉬웠는데.

 

"중앙 공격수들의 실력은 만족스럽다. 측면 공격수들은 창의적이지만 시즌 내내 마무리가 아쉬웠다. 결정력 있는 윙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이벌 서울도 시즌 내내 부침이 있었다. FA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있는데, 어느 팀을 응원하나.

 

"솔직히 두 팀 모두 졌으면 좋겠다. 우승컵은 수원에 주면 좋을 것 같다. 아챔에 나가고 싶다(웃음). 정말 힘들지만, 굳이 꼽자면 같이 '하스'에서 놀았던 서울이 우승해서 인천이 아챔에 못 나가는 그림이 재미있을 것 같다."

 

*인터뷰 뒤 익일 치러진 FA컵 결승 2차전은 전북이 승리했고, 서울의 아챔행은 불발됐다.

 

-수원은 소위 '코어 팬'이 많다고 느껴진다. 처음 찾는 팬분들도 수원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나?

 

"빅 버드 주변에 놀거리가 많다. 행궁동이나 아주대 상권에서 시간을 보내시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빅버드에 오시면 팬이 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 후 경기장 밖에서 카니발을 즐기는 수원의 팬들 ©풋볼먼데이

 

경기 종료 후 경기장 밖에서는 승리한 수원 팬들의 카니발이 진행했다. 경기장 주변을 행진하면서 승리와 잔류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S석 출구 쪽 안양 팬들은 다음 시즌 승격을 기약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하나원큐 K리그 2022’는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빅버드 가득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