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이 빅버드에서의 2부 시즌을 거절했다.
29일 오후 2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 2022’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수원 삼성과 안양 FC의 경기가 펼쳐졌다. 홈 팀 수원은 연장 후반 종료 5초전에 터진 오현규의 결승골로 끈질긴 경기를 펼친 안양을 2:1로 뿌리치고, 잔류에 성공했다.
안양 홈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던 수원은 홈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 사활을 걸었다. 득점없이 리셋된 2차전에서는 더 이상의 리셋은 없었다. 안양은 창단 10년만에 1부 승격에 가장 근접했다. 승리한다면 역대 최고 성적과 바뀐 승강 플레이오프 첫 수혜자의 기쁨을 모두 누릴 수 있었다.
오현규와 안병준의 투톱을 내세운 수원은 중원을 이종성과 사리치가 받쳤고, 좌우 측면에 명준재와 류승우를 배치했다. 포백은 이기제, 불투이스, 고명석, 김태환이 나섰고, 골문은 양형모가 지켰다. 안양은 1차전과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정민기 골키퍼와 백동규, 이창용, 박종현 쓰리백을 후방에 배치했고, 미드필더진은 김동진, 황기욱, 홍창범, 구대영으로 시작했다. 최전방은 백성동과 조나탄, 아코스티를 출격시켰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수원은 1차전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았다. 전반 16분 도움왕 이기제의 코너킥을 안병준이 헤더로 잘라먹으면서 수원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승강 PO 직전 파이널 라운드 3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렸던 안병준의 재각성이었다. 수원은 계속되는 공격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안양 백동규, 이창용, 박종현의 센터백 라인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37분 류승우의 결정적인 슈팅마저 정민기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전반은 1:0으로 마무리됐다.
전반을 잘 버틴 안양은 후반 안드리고와 주현우를 투입하면서 반격을 개시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후반 16분 안양 주현우의 크로스가 아코스티의 머리에 제대로 걸렸고 안양의 동점골이 만들어졌다. 1:1이 되면서 원정석의 응원열기가 달아올랐고, 원점에서 피말리는 접전이 다시 시작됐다.
한 점이 승강을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수원은 좋은 기회를 잡았다. 후반 21분 오현규가 안양 박스 안에서 파울을 유도해냈고, 패널티킥(PK)를 얻어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사리치의 슈팅을 정민기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해내면서 수원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이 후 남은 시간 양 팀은 혈투를 벌였다. 승강이 걸려있는 경기이기에 거친 몸싸움이 후반 내내 이어졌고, 안양 수비진은 다리에 쥐가 나면서 수시로 경기장에 쓰러졌다. 90분의 정규시간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의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 전반 9분 수원 전진우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득점에 실패하자 경기장엔 무승부의 기운이 감돌았다. 승부차기에 돌입한다면 승패의 향방은 더욱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수원은 그리고 오현규는 승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연장 후반 14분 마나부의 크로스에 이은 강현묵의 헤더가 문전으로 향했고, 오현규가 두 차례 헤더를 연이어 따내면서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렸다. 연장 후반 5초전에 터진 극장골이었다. 홈팬들의 환호가 경기장을 뒤덮였고, 경기는 수원의 2:1 승리로 끝났다.
결승골을 터뜨린 오현규는 “올해가 길었다. 형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라며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오현규는 이어 "찬스가 많지 않았는데 하나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라면서 "수원을 위해서 믿고 지지해주시는 팬들과 동료선수들 감독님을 위해서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이라고 결승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또한 팬들을 향해선 "내년엔 ACL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면서 "다시는 팬들이 마음 졸일 일이 없도록 더 좋은 축구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1, 2차전 합산 2:1로 승리한 수원은 ‘난적’ 안양을 힘겹게 제압하고 잔류에 성공했다. 창단 이후 첫 강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뻔했던 위기도 가까스로 넘겼다.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12,842명의 관중이 입장한 경기에서 잔류에 성공하면서 자존심을 회복했고,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키웠다.
바뀐 승강제도의 첫 수혜자가 될 뻔했던 안양은 연장 종료 직전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하면서 눈물을 삼켰다. 승격에 실패했지만,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1부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공수에서 색채를 증명했다. 내년 시즌은 2부 1, 2위 팀이었던 광주와 대전은 1부로 떠나고, 성남과 김천이 새로이 2부에 합류한다. 새로운 팀들과의 우승 경쟁에 돌입, 자동 승격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