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울산 현대 팬들의 17년간 쌓인 한을 풀어주며 리그 우승에 발화점 역할을 했던 미드필더 아마노 준이 ’현대家 라이벌‘ 전북 현대로 이적한다.
아마노는 K리그 임대 후 1시즌 만에 울산과 전북이라는 두 강팀을 모두 경험하게 됐다. 4시즌 동안 우승과 준우승을 놓치지 않은 팀들의 러브콜을 모두 받음으로써 K리그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아마노는 2014년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데뷔, 2019년 벨기에 리그 임대 전까지 원 클럽맨으로 활약했던 공격형 미드필더다. 2020시즌 다시 팀에 임대 복귀해 1시즌 반을 소화했고, 2021시즌에 공격포인트 14개(5골 9도움)를 기록하면서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폼을 과시했다. 2022시즌 전 윤빛가람과 이동경의 이적으로 공격 스쿼드에 누수가 생긴 울산에 아시아 쿼터로 합류, 리그 우승을 이뤄내면서 마침내 K리그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마노의 데뷔 시즌 활약은 눈부셨다.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9골 1도움)를 기록했고, 화려한 개인기와 날카로운 왼발로 상대 수비진의 혼을 빼놓았다. 2라운드 성남전부터 PK 유도 포함, 2골을 직접 만들고 해결하면서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고, 8, 9라운드에서는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팀의 9경기 연속 무패를 견인했다. 골을 터뜨린 경기에서 팀이 8승 1무로 무패를 기록하면서 울산 무패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득점을 기록하며 두루 활약했고, 빡빡한 스케줄의 한 시즌을 큰 부상없이 소화해냈다.
강한 멘탈과 성숙함도 보여줬다. 아마노는 시즌 초 6라운드 포항전에서 신광훈으로부터 비신사적인 업어치기를 당했다. 당황스러울 법한 상황이었지만 훌훌 털고 일어났고, 코너킥 도움으로 팀 승리를 견인하면서 본인의 본분을 다하면서 승자가 됐다. 지난 7월 열린 K리그 올스타와 토트넘과의 친선 경기에서는 핸들링 파울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어진 프리킥 기회를 살려 바로 만회골을 터뜨리면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내내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준 아마노를 전북의 레이더망은 놓치지 않았다. 김상식 감독은 내년 시즌 통산 10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위한 키 플레이어로 아마노를 낙점했고, 울산과의 계약 경쟁에서 승리했다. 아마노 영입으로 시즌 내내 아쉬웠던 중원의 숙제를 선결했고, 울산 전력에 타격을 주는 효과도 누렸다. 시즌 중 쿠니모토가 방출되면서 번뜩이는 플레이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전북 현대는 내년 시즌 중원에서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울산은 연령별 국가대표팀을 거치고, 스웨덴 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미드필더 다리얀 보야니치를 영입하면서 당장의 전력 누수는 피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영입하고 리그에서 검증한 아마노를 라이벌팀에 빼앗기면서, 스스로 벼린 칼에 겨누어지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아마노의 전북 이적으로 내년 시즌 현대가 더비의 열기는 스토브 리그부터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