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팬들이 추운 겨울을 견디며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2023 하나원큐 K리그1’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유독 뜨거웠던 이적 이슈가 많았다.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흥미로운 매치업이 만들어졌다. ‘관전잼’으로 시작하는 ‘2023 하나원큐 K리그1’의 개막일 경기를 살펴본다.

‘아마노 매치’
울산 VS 전북(25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개막전부터 빅매치다. 지난 시즌 울산의 17년만의 우승으로 잠시 잠잠했던 라이벌전의 불씨는 한 선수의 이적으로 다시 타올랐다. 주인공은 지난 시즌 울산의 우승 멤버였던 미드필더 아마노 준이다. 지난 시즌 9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필드를 지배했던 아마노는 올 시즌부터 전북 유니폼을 입는다. 울산 홍명보 감독이 이례적으로 “내가 만나 본 일본인 선수 중 최악”이라고 신랄한 비판 인터뷰를 했을만큼 이적 과정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더해 2021시즌 울산의 공격을 이끌었던 이동준마저 국내 복귀팀으로 울산이 아닌 전북을 선택하면서 열기에 기름을 더했다.
지난 20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전북 김상식 감독의 “라이벌 울산의 선수들은 늘 탐난다“는 발언에 울산 홍명보 감독이 “우리팀을 저격하는 선수는 우리 벤치에 앉혀 둬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답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양 팀은 아마노 이슈 외에도 울산 주민규와 마틴 아담, 전북 조규성과 구스타보가 맞서는 최전방부터 정승현과 김영권 대 홍정호와 정태욱의 센터백 라인까지 팽팽한 스쿼드로 대치중이다. 2023 현대가 라이벌들의 우승 경쟁 서막이 올랐다. 개막전 주요좌석은 이미 매진됐다는 후문이다.
‘잔류왕의 신분 상승’
서울 VS 인천(25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
서울과 인천은 1라운드를 ‘경인 더비’로 시작한다. 라이벌전인 ‘경인 더비’에서 뿐만 아니라 K리그에서의 두 팀의 위상 변화는 이미 진행중이다. 지난 시즌 맞대결은 인천이 1승 2무로 우세했다. 지난 20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많은 팀들이 인천을 울산, 전북과 함께 4강 후보로 뽑았다. 반면 대한민국의 수도를 대표하는 서울의 위상은 안익수 감독의 인터뷰 안에서 머물렀다. 바뀐 위상과는 별개로 올 시즌 ‘경인 더비’는 ‘현대가 더비’ 못지 않은 흥행을 기대해 볼만하다. 양 팀 모두 오프시즌동안 알찬 영입을 진행했고, 스쿼드에서는 지난 시즌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서울은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를 단기(5개월)로 임대했고, 김경민과 임상협 등 결정력 있는 윙 포워드들을 영입했다. 전반기만큼은 공격에서 일을 낼 준비를 마쳤다.
인천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팀에 걸맞게 정비를 마쳤다. 제주에서 ‘크랙’ 제르소를 영입하면서, 에르난데스, 음보쿠에 더해 막강한 외국인 선수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신진호를 영입하면서 이명주-신진호의 ‘꿈의 중원’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무엇보다 김도혁, 이명주 등 기존 선수들과의 연장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 선수들과의 안정감 있는 동행도 이뤄냈다. 첫 경기에서 어느팀이 ‘경인 지역의 강자’임을 증명해낼지 주목된다.
‘버티는 힘과 치고 올라가는 힘’
수원 VS 광주(25일 오후 4시 30분 수원 월드컵경기장)
수원과 광주의 키워드는 ‘와신상담’이다. 지난 시즌 수원은 강등 플레이오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으면서 K리그1에 마수걸이로 잔류했다. 수원이 기록한 10위는 구단 역대 가장 낮은 순위로, 명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올 시즌 과제는 단연 명예 회복이다. 광주 역시 남다른 각오로 시즌에 임한다. 강등된 지난 시즌 역대 최다 승리와 최다 승점, 최단기간의 기록으로 K리그2 우승을 거머쥐었다. 공격축구로 K리그2를 초토화시켰고, 한 시즌만에 K리그1 복귀에 성공했다. 그 자신감은 지난 20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이정효 감독은 “올해 광주만의 색깔을 낼 것이고, 소신을 꺾지 않고 밀고 나가겠다. 수원 팬분들에게 광주의 축구를 알려주겠다.”며 호기롭게 선전포고를 했다. 수원은 오현규가 떠난 빈자리를 뮬리치, 아코스티, 김경중 등 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로 보완했다. 전역한 고승범과 테크니션 김보경의 영입도 지난 시즌보다 플러스 된 요소다. 광주는 승격을 이뤄낸 이정효 감독의 소신 있는 축구와 구성원들의 자신감, 조직력으로 다시 한 번 K리그1 뿌리내리기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