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9월 A매치 명단이 28일 발표됐다. 25명의 엔트리 중 손흥민, 김민재를 비롯한 해외파가 14명이고, K리그 선수는 11명이다. 이들은 다음 달 유럽으로 이동 웨일스(9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9월 13일)와 원정 친선경기를 소화한다. 대부분이 국가대표 유경험자들인 가운데 3명의 선수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김천 상무 골키퍼 김준홍과 前 성남 FC 수비수 김지수(現 브렌트포드), 광주 FC 소속 미드필더 이순민(광주 FC)이 그 주인공이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들은 어떤 활약을 통해 합류하게 됐을까.

김준홍은 K리그 혈통 축구를 이어받고 있는 2세들 중 한 명이다. K리그에는 이호재(성남 이기형 감독 子), 김준호(포항 김기동 감독 子), 이태석(용인시축구센터 총감독 이을용 子), 신재원(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子) 등 여러 2세 선수들이 활약중이다. 그들 중 김준홍만이 유일하게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 포지션이다. 아버지 김이섭(인천유나이티드 골키퍼 코치)의 포지션을 이어받은 셈이다. A대표팀 발탁의 이유는 전반기 U-20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U-20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로서 3월 AFC U-20 아시안컵에 출전, 5경기 1실점의 완벽한 방어를 선보였다. 이어 5~6월 FIFA U-20 월드컵에도 참가해 조별 예선 3차전을 제외하고 모두 선발 장갑을 끼면서 대표팀의 최후방을 지켰다. 그 결과 U-20 대표팀은 4위를 달성, 지난 2019년 준우승에 이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월드컵 이후 소속팀에 복귀해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리그 22라운드 경기에서 통산 첫 선발 풀 타임을 소화했고, 25라운드에서는 통산 첫 클린시트를 달성했다, 총 6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내 골키퍼 중 가장 좋은 승률(6경기 4승 2패)을 기록중이다. 그 결과는 김승규, 조현우의 뒤를 받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써드 골키퍼 자리 확보였다.

시즌 중반까지 K리그 성남 FC에서 활약했던 김지수 또한 진작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성남 유스 출신으로 192cm의 큰 키에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센터백인 김지수는 U15, U19 대표팀을 거치면서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후 성인무대에서의 성장도 알찼다. 2022시즌 전 성남과 준프로 계약을 체결했고, 17경기 연속(12~28R) 선발로 출전하면서 팀의 최연소 주전 수비수 자리를 확보했다. 그 해 K리그 올스타팀인 팀 K리그에 선발됨으로써 프로무대에서 확실하게 인정도 받았다. 2023 시즌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U-20 국가대표로서 FIFA U-20월드컵에 출전해 세계무대를 경험했고, 4강 진출을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그 이후는 꽃길이었다. 김지수의 활약상을 지켜본 EFL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브렌트포드로부터 오퍼를 받았고 이적이 확정되면서 올 시즌 중반부터 유럽 무대에서 뛰게 됐다. 브렌트포드 B팀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지수에게도 생애 첫 A대표팀 선발이라는 선물이 도달했다.

이순민은 이번 A대표팀의 신데렐라다. 데뷔 후 연령별 대표팀 경험도 없었던 이순민의 발탁은 오롯이 그의 최근 폼으로부터 기인함이 9할 이상이다. 2020시즌부터 광주에서 활약한 이순민은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된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광주는 K리그2 최소 경기, 최다 승리, 최다 승점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강등 1시즌 만에 1부로 승격했고, 이순민은 ‘2022 K리그2 베스트 일레븐’ 수상으로 본인의 활약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올 시즌 성과도 가시적이다. 승격 첫 시즌 팀은 3위를 달리면서 구단 역대 최고 순위를 바라보고 있고, 선수 본인은 K리그 올스타인 ‘팀 K리그’에 선정되는 명예를 누렸다. 지난 7월 27일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친선경기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골까지 터뜨리면서 상대적으로 낮았던 인지도마저 끌어올렸다.
사실 이순민은 지난 시즌 기록한 2골이 커리어 하이일만큼 공격포인트와는 거리가 먼 포지션의 선수다. 팀의 중심을 잡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에 쓰임새가 있는 선수로 국가대표팀 발탁은 그 역량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다행히 선발 시점은 좋다. 벤투호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정우영(칼리프 FC)이 발탁되지 못하면서 최근까지 울산에서 활약했던 박용우(알아인FC)와 함께 토종 K리거로서 기회를 얻었다. 활약 여부에 따라 본인의 성장과 확장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순민으로서는 여러모로 커리어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국가대표팀 축구 팬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이 3명의 선수들은 이미 K리그에서 검증이 완료되고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첫 대표팀 선발이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역량들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들은 이번 A매치 기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까?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A대표팀을 경험한 선수가 늘어나는 것은 K리그의 발전과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여러모로 득이다. K리그 팬들은 K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의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