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이 홈 9경기 무패에도 웃지 못했다.
25일 오후 7시 30분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전북 현대와 대전 하나시티즌의 28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시즌 3번째 맞대결 경기에서 전북은 대전 티아고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송민규가 빠르게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힘겹게 승점 1점을 챙겼다.
상호간 갈길 바쁜 경기였다.
‘추격자’의 기세로 리그 3위까지 도달했던 전북은 다시 ‘쫓기는 자’ 신세였다. 4위 서울과 5위 광주와의 승점 차는 2점으로 경기 결과에 따른 순위 변동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최근 2경기에서는 승리가 없었다. 그러나 홈에서는 8경기째 무패(7승 1무)를 이어갈만큼 막강했다. 26라운드 퇴장으로 지난 경기 결장했던 홍정호가 수비 라인에 복귀한 가운데, 송민규와 아마노 준이 오랜만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7위 대전은 전북을 제물 삼아 파이널 A 진입을 노렸다. 6위 인천과의 승점 차는 1점, 3위 전북과는 5점으로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 상승의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원정 3연패와 연패 기간 9실점을 허용한 불안한 수비력은 선결과제이자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지난 2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득점 1위에 등극한 티아고의 파트너는 김인균이 낙점됐고, 김현우-안톤과 발을 맞출 쓰리백의 한 자리는 변준수가 차지했다. 중원에는 스토크 시티 이적이 임박한 배준호가 사실상 친정팀에서의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전반 전북은 대전의 빠른 측면 공격진을 수비진의 피지컬을 활용한 몸싸움으로 차단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공격 루트도 이채로웠다. 스로인 상황에서 정우재의 롱스로인과 페트라섹의 헤더 연계를 통해 세컨드 볼 기회를 창출했다. 실제 전반 13분 페트라섹의 헤더가 문전 쇄도하는 아마노에게 연결되면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에 맞서 대전은 김인균이 좌우 측면을 누비며 전북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지난 4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순간 최고속도에서 36.39km/h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김인균은 거친 견제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했다. 이민성 감독의 김인균 카드는 적중했다. 전반 33분 역습상황에서 공을 살려낸 김인균이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파고들던 티아고가 가볍게 전북 골문에 밀어넣으면서 득점을 만들어냈다. 김인균의 시즌 9번째 공격포인트(5골 4도움)와 티아고의 3경기 연속골 겸 시즌 13호 골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티아고의 선제골로 대전은 1: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전북은 홈에서 강했고 구성원들은 영리했다. 실점 후 4분 뒤 프리킥 상황이 만들어졌고, 백승호의 빠른 패스가 송민규에게로 향했다. 패스의 결을 살린 송민규가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대전 수비진과 골키퍼를 타이밍을 뺏어내면서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송민규의 시즌 6호골로 스코어는 1:1 동점이 됐고, 이 후 추가 득점이 터지지 않은 채 양 팀의 전반은 종료됐다.
후반 대전은 조유민을 투입하면서 수비 안정화에 나섰다. 조유민은 지난 5월 14라운드 부상 이후 3개월만의 복귀전이었다. 이에 맞서 전북은 후반 16분 구스타보와 문선민을 투입함으로 높이와 측면 스피드를 강화, 승점 3점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추가 득점이 쉽사리 터지지 않는 가운데 교체 카드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전은 전병관, 신상은에 유강현, 주세종까지 더했고, 전북도 안현범과 박창우를 투입하면서 오른쪽 측면 엔진을 쉴새 없이 가동했다. 교체카드 총력전에도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전북은 후반 39분 구스타보의 헤더가 골대를 맞으면서, 대전은 후반 44분 유강현의 헤더가 김정훈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마지막 아쉬움을 삼켰다. 최종 스코어 1:1. 지난 22라운드에 맞대결에 이어 이번에도 승점 3점의 주인공은 없었다.

전북은 패배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힘겹게 승점 1점을 더했다. 3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서울과 광주의 승리시 꼼짝없이 3위를 내어줘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동점골의 주인공 송민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2경기 무승, 현대가 더비 패배에 이어 오늘 경기의 결과도 아쉽다.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팀 득점력이 저조한만큼 더욱 분발해서 팀을 승리로 이끌도록 하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전은 올 시즌 전북과의 3차례 맞대결을 무패(1승 2무)로 장식, 상대 전적에서의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이번 라운드에서 7위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파이널 A 울타리 진입 도전은 다음 라운드로 미뤄졌다. 선제 득점 후 실점으로 승점을 놓치는 경기를 반복. 향후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정규라운드의 막바지를 향한 레이스는 다음 주말에도 이어진다. 대전은 9월 1일(금) 징검다리 승패를 반복하는 수원 FC를 홈으로 불러들여 승점 사냥에 나선다. 6라운드 원정에서는 3:5로 대패했지만, 12라운드 홈 경기에서는 2:1로 승리하며 설욕에 성공한 바 있다. 전북은 9월 3일(일) 제주 원정에 나선다. 올 시즌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2:0으로 완승했던 전북은 제주전 스윕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