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다.
아직 3라운드 로빈에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K리그2의 승격을 향한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하나은행 K리그2 2024’는 오는 27(토)~29(월) 25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아직 팀당 13~14경기씩 남아 있기에 승격 후보군을 바로 확정할 수 없지만 윤곽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5라운드엔 보다 선명한 구도를 그려줄 매치업도 있다. 안양(1위)VS충남아산(3위), 전남(2위)VS서울이랜드(4위)의 경기 결과는 질주와 혼전 구도의 가늠자다. 부산(6위)과 충북청주(9위), 김포(7위)와 수원(5위)의 경기도 준PO 후보군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있는 경기들이다.

◇숨 고른 안양, ‘2전 3기’ 다이렉트 승격 도전
현재 K리그2 1위는 안양이다. 최근의 안양은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 매 시즌 승격에 근접했다. 2021시즌 리그 2위를 기록하고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지만, 대전에게 덜미를 잡히며 승강 PO 기회를 잃었다. 2022시즌에는 3위 자리를 지켜내고 승강 PO에도 진출했지만, K리그1 수원 원정에 막히면서 고배를 마셨다.
올 시즌은 다이렉트 승격을 노려볼만큼 분위기가 좋다. 22경기 승점 43점에 득실차(+11) 리그 2위로 공수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다. 시즌 개막 후 6경기 무패에 4연승을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도 끊었다. 최전방 단레이(4골)의 부상 이탈은 아쉽지만 김운(4골)과 야고(4골)가 출전 시간 대비 고효율을 내고 있고, 리그 도움 1위(6도움)이자 팀 내 최다 골(5골)을 기록중인 에이스 마테우스의 폼도 건재하다.
불안 요소는 시즌 초 대비 페이스다. 1라운드 로빈(10실점) 대비 2라운드 로빈 실점(13실점)이 증가하면서 패전이 늘었다. 시즌 5패 중 4패가 2라운드 로빈일만큼 주춤한 상태다. 성남(17R)과 안산(24R) 등 최하위권 팀들에게 덜미를 잡힌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승격의 아쉬움을 몸소 느꼈던 주현우, 이창용, 김동진 등 베테랑들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K리그2 6년차’ 전남, 7년 차에 K리그1 복귀 시동
최근 K리그2에서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은 전남이다. 1위 안양을 승점 2점차로 추격중인 전남은 서울 이랜드에서 이어 팀 득점 2위(40골)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공격력을 자랑한다. 1라운드 로빈에서는 5경기 무승으로 정체기가 있었지만, 이후 11경기 연속 무패로 탄력을 받으면서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무엇보다 강점으로 꼽히는 면은 기세다. 전남은 3연승만 3번을 기록할만큼 흐름을 타면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다. 그 중심엔 ‘광양 예수’ 발디비아와 ‘상남자’ 하남이 있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상(MVP)과 도움왕(14도움)을 수상하며 데뷔와 동시에 K리그2를 평정했던 발디비아는 올 시즌도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아직 시즌 중이라 지난해 공격 포인트 28개(14골 14도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미 12개(7골 5도움)를 기록하면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발디비아의 활약에 더해 최전선에서 발을 맞추는 선수는 하남이다. 지난 시즌 전남에 합류한 하남은 7골 3도움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올 시즌도 이미 8골로 커리어 하이를 갱신한 하남은 최근 5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선보이면서 전남의 확실한 피니셔로 자리매김중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뒷문 보강(류원우 골키퍼 영입)으로 승격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전남은 우승을 통한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는 안양과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크호스 충남아산, 10위-8위-6위-10위-3위?
시즌 전 충남아산이 승강 PO 경쟁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창단 후 4년간 리그 5위 내 성적표를 받아본 적이 없었고, 경쟁팀들 대비 화려한 전력 보강도 없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쟁쟁한 팀들과의 경쟁을 이겨냈고 3위를 달리면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부침은 있었다. 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했고, 김현석 감독의 사퇴 의사 표명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구단의 만류로 다시 지휘봉을 잡았고, 이 후 팀이 더 단단하게 뭉치면서 반등이 시작됐다. 지표부터 좋아졌다. 경기당 득점은 1.3골(1라운드 로빈)에서 2골(2라운드 로빈)로 늘었고, 실점은 1.6골(1라운드 로빈)에서 0.8골(2라운드 로빈)로 줄었다. 2라운드 로빈 8번의 클린시트 경기는 상승세의 척도였다. 3승 5무 4패(1라운드 로빈)의 성적은 쇄신 후 7승 2무 2패(2라운드로 로빈)으로 바뀌었고, 리그 3위까지 도달했다.
희망과 위기가 혼재한다. 리그 1위 안양(승점 43점)과의 승점차는 6점으로 아직 13경기가 남아있기에 또 다른 우승 후보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다른 팀들의 추격 또한 거세다. 1경기를 덜 치른 서울이랜드(승점 34점)와 수원(승점 33점), 부산(승점 32점)이 바짝 붙어 있어서 매 경기 방심할 수 없다. 3팀에 추월당한다면 구단 통산 첫 승강PO 기회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시즌 초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신인 정마호와 팀 내 공격포인트 1위 주닝요(7골 5도움), 시즌 내내 중원에서 꾸준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김종석의 후반기 활약이 주목된다.

◇공격축구 김도균, 서울 이랜드의 승격도 이끌까?
서울 이랜드는 시즌 전 수원 FC의 1부 승격을 이끌었던 김도균 감독을 비롯해 네임드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현재 성적은 리그 4위(승점 34)로 투자의 결과물로서는 다소 아쉽다. 하지만 김도균 감독이 리그 최다 득점으로 자신의 색을 입혀가고 있고, 창단 이후 가장 좋은 순위에 랭크되면서 K리그1 승격도 가능한 희망적인 상황이다. 서울 이랜드로서는 목전에 다가온 25R 전남 전이 중요하다. 전남 전 승리 시 충남아산을 제치고 리그 3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고, 안양과 전남의 우승 경쟁에 참여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 패한다면 급전직하다. 4위 수원과 5위 부산의 승리 시 6위로 추락한다. 위로 치고 올라가느냐 아래에서 치열한 이전투구를 벌이느냐의 갈림길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근 4경기 3승 1패로 큼직하게 승점을 쌓았고, 그 기간 경기당 3.5골(4경기 14골)을 터뜨리며 화끈한 득점력도 과시했다. 시즌 중 3연패도 있었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승격의 관건은 결국 경험 많은 선수들의 활약이다. 최근 호흡이 좋은 오스마르와 카즈키가 남은 시즌 부상 없이 중심을 잘 잡아준다면 승격 전쟁에서 버틸 수 있다. 리그 공격포인트 1위 브루노 실바(10골 5도움)와 ‘슈퍼 서브’ 변경준(5골 3도움), FC 서울에서 임대 영입한 김신진 등도 든든한 전방 자원이다. 서울이랜드 영입의 잭팟인 박민서의 왼발(5골 4도움)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병기다.

◇수원의 ‘젊은 명장’. K리그2 승강 구도 태풍의 눈.
수원의 K리그2 첫 시즌은 변성환 감독 부임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부임 전 성적은 15경기 6승 1무 7패. K리그2 팀 중 유일하게 5연패를 기록했고, 승격 도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변성환 감독 부임 후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8경기 무패를 달리며 패배 DNA를 지워냈고, 젊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역동성과 결정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8위도 불안했던 순위는 5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강등 첫 시즌에 다시 승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용병술도 돋보였다. 최전방 김현이 부상, 뮬리치가 결정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자 영건들을 활용했다. 20~21R에서 교체 투입 된 박승수(1골 1도움), 이규동(1골 1도움)이 좋은 감각을 선보이자 24R에서 김지호-이규동-배서준의 22세 이하 공격수 3명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그 결과는 3:0 완승. 선발 출전한 김지호와 이규동이 모든 득점을 합작하며 변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수원의 강점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승리 DNA를 장착한다면 승강PO 경쟁자들의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전남을 제외한 안양-충남아산-서울이랜드가 아직 변성환 감독의 수원을 만나지 못했기에 더욱 흥미진진한 상황이다. 젊어진 수원의 승강 PO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와신상담’ 부산의 되살린 불씨. 끝까지 간다.
부산은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김천에게 허무하게 우승을 빼앗겼다. 그리고 치러진 수원 FC와의 승강PO에서도 원정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패전의 쓴맛을 맛봤다. 두 번의 기회를 모두 놓친 부산의 상심은 컸다. 올 시즌 초반은 들쑥날쑥이었다. 승리 후 패배가 반복됐고, 연승도 단 한차례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시즌 팀을 승격 직전까지 이끌었던 박진섭 감독이 사임했고, K리그1 인천 감독직에서 물러난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최근의 분위기는 좋다. 5경기 무패에 3연승을 달리면서 리그 5위 수원(승점 33점)을 승점 1점차로 추격중이다. 6위지만 사실상 동일선상의 PO 경쟁이다.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으로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전북에서 임대 영입한 이준호는 최전방의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다양한 공격옵션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전남에서 영입한 유헤이는 23라운드 경기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득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대전에서 장신 공격수 음라파를 영입했다. 기존 선수들의 활약도 좋아지고 있다. 은사를 다시 만난 이동수는 23R 멀티골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고, 라마스(7골 6도움) 또한 왼발의 영점이 잡혀가면서 공격포인트 숫자를 늘리고 있다. 과연 부산은 추격에 성공해 승강 PO 재수를 달성할 수 있을까? 25R 충북청주전은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위 6팀이 승강 PO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지만, 나머지 팀들에게도 희망은 남아 있다. 7위 김포(승점 30점), 8위 부천(승점 29점), 9위 충북청주(승점 29점)는 그 후보군이다. 5위 수원(승점 33점)과의 승점 차가 크지 않아 준PO 티켓 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0위 천안(승점 24점)은 5위가 현실적인 목표다. 팀 공격의 핵심인 파울리뇨를 수원으로 보낸 부분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가 변수다.
11위 경남(승점 21점), 12위 성남(승점 20점), 13위 안산(승점 20점)은 아직은 이르지만 준PO 티켓 확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연패를 쌓지 않는 경기력 유지가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