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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코너플래그] 시그니처

인간은 자신이 기억되길 원합니다. 기억의 매개는 보통 이름이죠. 어느 한 분야에서 드러나는 특정한 기술을 보며, 특정 사용자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만큼 영예로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서도 '시그니처'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됩니다. 시그니처는 그 선수를 상징하는 기술이나 스타일을 의미하며, 많은 팬들이 선수들의 개성과 실력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선수의 시그니처는 단순히 한 가지 기술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의 모든 플레이에서 묻어나는 독특한 특징일 수 있습니다.

 

특정 기술을 보면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선수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 그 선수는 이미 축구 역사에 깊이 새겨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숙달을 넘어서, 그 자체로서 그 선수의 상징이 되는 영예로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축구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은 ‘마르세유 턴’으로 유명합니다. 마르세유 턴은 지단의 유연한 플레이 스타일을 상징하며, 그의 경기를 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멕시코의 콰우테모크 블랑코는 축구 팬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되었습니다. 또한 이 경기는 '개구리 점프'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특정 순간에의 인상 깊은 플레이는 시간이 지나도 축구 팬들의 마음속에 남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 선수가 특정 위치나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플레이 또한 시그니처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축구의 자랑 손흥민 선수는 상대 골문 좌우에서 감아 차기를 골로 성공시키는 능력으로 ‘손흥민 존’이라는 본인의 시그니처 지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른 발을 활용한 넓은 가로 뛰기와 감아차기가 일품인 세계적인 공격수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활약했던 뤼트 판 니스텔루이 선수는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어차피 공은 반니의 발 앞에 있을 거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그의 위치 선정 능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선수의 위치나 특정 상황에서 보여주는 능력도 그들의 시그니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반면 화려한 기술이나 대중의 이목을 끄는 플레이가 아니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특기인 선수들도 있습니다. 강원FC에서 전북 현대 모터스로 이적한 한국영 선수는 이러한 예시 중 하나입니다. 그는 강인한 체력과 많은 활동량으로 팀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미드필더로서 공격수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하는 능력으로 국가 대표에 승선하며 팀의 중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처럼 눈에 띄지 않아도 팀의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선수들의 기여는 그들만의 중요한 '시그니처'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그니처는 무엇인가요. 비록 그것이 눈에 띄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역할을 해내고 있을 것입니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훌륭한 시그니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당신 자신이, 당신을 아는 이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모른다 해도 나만의 '시그니처'를 완성했다면, 이미 그 자체로도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요. 

 

#. 에필로그

 

‘나의 시그니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나를 찾는 질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자리를 찾는 멋진 여러분을 기대합니다. 별처럼 밝게 빛나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오늘은 시 <우리는 별이다>를 보냅니다.

 

 

 

<우리는 별이다>

 

                            김승현

 

하늘에 떠 있는 돌을

 

별이라 부르고

 

별은 땅 위의 돌을

 

별처럼 바라보네

 

의미 없다 생각해도

 

당신만 모르는

 

당신만의 찬란

 

모두가 별이다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