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체력이 발목을 잡은 걸까. 전북이 ACL 결승행 티켓을 결국 놓쳤다.
25일 오후 7시 30분 일본 Saitama Stadium 2002에서는 ‘2022 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의 경기가 펼쳐졌다. 사실상 동아시아 결승전이라고 볼 수 있는 이 경기에서 전북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지만, 우라와에 패하면서 통산 4번째 ACL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전북은 16강과 8강 모두 연장전 120분을 소화하고 4강에 합류했었다. 체력적인 부분이 부담스럽지만, 연장전에서 보여줬던 뒷심은 상대팀이 방심할 수 없는 강점으로 자리잡았다. 우라와는 16강에서 조호르를 5:0, 8강에서 BG 빠툼을 4:0으로 제압하면서 동남아시아 클럽팀에게 참교육을 시전했었다. 2경기 3골을 기록한 모베리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홈 구장에서 ACL 결승진출을 노렸다.
전북은 이범수 골키퍼가 토너먼트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고, 김진수와 김문환 국대 센터백 듀오가 변함없이 좌우 사이드를 지켰다. 8강전에서 부상을 당한 윤영선 대신 구자룡이 박진섭의 센터백 파트너로 나섰고, 3선은 맹성웅과 류재문이 책임졌다. 최전방에 구스타보를 선발로 낸 전북은 송민규와 백승호, 김진규 카드를 그 아래 공격 라인에 배치했다.
전반 초반 전북 구스타보가 우라와 골문에서 헤더 경합 중 추락해 의식을 잃을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 후 다시 뛸 수 있었던 만큼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었지만,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팀들간의 ACL 4강전의 시작부터 아찔했다. 선제골은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은 우라와가 터뜨렸다. 전반 10분 오른쪽 측면 모베리에서 시작된 패스는 사카이의 크로스, 마쓰오의 골문 앞 터치로 이어지면서 득점으로 마무리됐다. 이른 시간에 터진 골로 우라와는 1:0으로 앞서나갔다. 우라와는 전반 29분 아쓰키가 중거리 슈팅을 날리며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이범수 골키퍼가 가까스로 선방해냈다. 전북은 전반 33분 바로우를 투입하면서 만회골을 위한 선수구성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전반 남은 시간 몇 차례 기회를 놓치면서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0:1로 뒤진채 후반을 시작한 전북은 류재문 대신 김보경을 투입하면서 동점골 획득에 무게를 실었다. 그리고 전반 16분 바로우의 패스를 받은 송민규가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우라와 수비수의 파울을 유도해내면서 천금같은 패널티 킥(PK) 기회를 얻어냈다. 오른발을 디딤발로 사용해 소유권을 확실히 장악했던 영리한 파울 유도였다. 온 필드 리뷰를 거쳤지만 판정은 유지됐고, 키커로 나선 백승호가 PK를 성공시키면서 스코어는 1:1 동점이 됐다. 이 후 한 점을 지키는 전술을 펼칠 수 없게 된 우라와의 공세가 이어졌다. 모베리는 후반 23분 오른쪽 측면 돌파 후 왼발 슈팅을 날리면서 전북의 골문을 위협한데 이어 후반 32분에는 고이즈미에게 침투패스를 연결해주면서 땅볼 크로스 기회를 만들어줬다. 크로스가 전북 문전 앞 우라와 공격수들에게 향했지만 이범수 골키퍼가 빠른 판단으로 연결을 차단했다.
전북도 바로우와 송민규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나란히 골문 앞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지만, 우라와 수비수들에게 한 발 빨리 차단당하거나, 골문을 벗어났다. 전북은 교체투입된 융케르에게 몇 차례 위험한 기회를 허용했다. 후반 36분 융케르의 왼발 슈팅은 떠버리면서 실점을 피했고, 후반 44분 융케르의 측면돌파 후 패스는 이어진 모베리의 슈팅이 떠 버리면서 극장골의 위기를 넘겼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이범수의 선방쇼가 펼쳐졌다. 융케르의 정확한 왼발 슈팅을 펀칭해낸 것을 시작으로. 코너킥 상황에서 이어진 이와나미의 슈팅도 각을 좁히며 나와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빈 골문을 향한 에사카의 슈팅마저 몸을 날려 발로 막아내면서 경기를 기어이 연장전으로 끌고 들어갔다.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른 전북은 선수들이 한명 두명 실려나갔다. 송민규가 가장 먼저 쓰러졌고 백승호와 구스타보, 맹성웅도 체력 소진을 버터내지 못했다, 문선민, 이승기, 한교원, 최철순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연장전반을 잘 막아낸 전북은 연장후반 역전골을 터뜨렸다. 교체선수들이 합작의 주인공이었다. 연장후반 10분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의 패스를 받은 이승기가 강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달려들어오던 한교원이 발을 갖다대 공을 잘라먹으면서 우라와의 골망을 흔들었다. 또 다시 터진 연장전 역전골에 전북은 환호했고, 경기는 거짓말처럼 연장전 끝 전북의 2:1 승리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그러나 결승행은 쉽지 않았다. 연장후반 14분 이범수 골키퍼가 막아낸 아키모토의 헤더 세컨드 볼을 융케르가 놓치지 않고 기어이 골문으로 밀어넣으면서 말 그대로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종료 1분을 남기고 터뜨린 우라와의 동점골로 스코어는 다시 2:2가 되었고, 양 팀은 연장을 다 소화하고도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까지 넘아간 경기는 우라와 이시카와 골키퍼가 전북의 1~2번 키커인 베테랑 김보경과 이승기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120분의 혈투가 무색하게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이범수 골키퍼도 모베리의 슈팅을 막아냈지만, 추가 PK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선방은 빛이 바랬다. 승부차기 최종 스코어는 1:3. 전북의 패배였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한 전북은 결승행이 좌절되면서 통산 3번째 ACL 우승의 기회를 우라와에게 먼저 내줬다. 본선 16강부터 4강까지 매 경기 120분 이상을 소화한 전북은 통산 4번째 4강행에 만족하는 것으로 ACL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의 체력방전과 부상선수들이 속출한 상황이지만 이제는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에 도전한다. 다가올 전북의 다음 리그 경기는 29일 홈에서 포항과의 일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