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력은 바닥났지만 저력은 있었다.
29일 오후 7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23라운드 순연경기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전북은 후반 초반 2점을 실점했지만, 남은 시간 2점을 만회하면서 포항과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북은 지난 2주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일정을 소화했었다. 16강과 8강에서 연장 후반까지 120분을 뛰며 체력을 소진해 정상 컨디션이라곤 볼 수 없었다.
3위 포항은 전북의 2위 자리를 노렸다. 최근 리그에서는 울산 대비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전북의 체력적 빈틈을 노려 승점 3점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승리 시 승점 차를 2점으로 좁힐 수 있었다.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토너먼트 경기에서 체력을 아낀 송범근 골키퍼가 선발 출전했다.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센터백 박진섭의 자리는 구자룡이 대체했고, 왼쪽 풀백 김진수의 자리는 22세 이하 박진성으로 출발했다. 백승호와 김진규, 맹성웅의 젊은 선수들로 허리를 꾸렸고, 최전방은 송민규가 제로톱의 역할을 담당했다. 포항은 완델손을 2경기 연속 왼쪽 풀백으로 가동했다. 포백의 나머지 자리는 그랜트-박찬용-신광훈이 섰고, 3선은 신진호와 이승모가 2경기 연속 호흡을 맞췄다. 2선의 이광혁-고영준-정재희에 최전방 허용준까지 김기동 감독은 지난 인천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포항은 전반 수비에서 신광훈이 바로우를 밀착 마크하면서 예봉을 차단하고, 공격에서는 허용준을 앞세워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전북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22분 교체 투입된 임상협을 향한 패스로 슈팅 기회를 생산한 허용준은 3분 뒤 신진호의 롱 패스를 가슴으로 정재희에게 연결해주면서 재차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전북은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과 수비진의 집중력으로 실점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긴 전북은 전반 25분 김보경과 한교원, 김진수를 교체투입하면서 라인업을 핵심 선수들로 빠르게 정비했다. 그러나 포항으로 넘어간 분위기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전반 41분 오프사이드였지만 포항 이승모가 돌파 후 패스는 정재희의 득점까지 이어졌고, 전반 43분에는 신진호의 코너킥이 그랜트의 헤더로 이어지면서 높이에서도 포항이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포항이 수차례 기회를 득점으로 마무리 하지 못하면서 전반은 득점없이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 전북은 구스타보를 투입하면서 문제점 보완에 나섰지만, 끊임없이 전북 문전을 두들기던 포항이 먼저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1분 임상협의 크로스가 전북 윤영선의 헤더에 막히면서 신진호에게 흘러갔다. 신진호가 그대로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전북 맹성웅을 맞고 굴절되면서 송범근 골키퍼가 반응할 수 없는 구석으로 흘러들어갔다. 포항의 지속적인 공격에 응답한 행운의 골이었고 포항은 1:0으로 앞서나갔다. 신진호는 시즌 3호골을 달성했다. 어렵게 첫 골이 터진 뒤 추가골은 빠르게 이어졌다. 후반 4분 정재희-허용준-고영준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북 박스 안을 휘저었고, 고영준의 땅볼 크로스를 정재희가 실수 없이 마무리하면서 포항의 2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정재희는 시즌 6호 골, 고영준은 시즌 3호 도움이다.
패전의 위기에 처한 전북은 이승기 카드를 꺼내들면서 공격 지향을 대책으로 가동했고, 그 전략은 바로 효과를 봤다. 후반 9분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가 올려준 크로스가 포항 문전으로 휘어져 올라갔고, 구스타보가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하면서 헤더골을 만들어냈다. 전북 공격의 정석을 보여준 골이었고, 스코어는 1:2가 되면서 전북이 1점차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구스타보는 시즌 8호골이자 5번째 헤더골을 기록하면서, 득점의 절반 이상을 헤더로 만들어내는 독보적인 능력치를 보여줬다.
전북의 만회골로 경기는 다시 뜨거워졌고, 양 팀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포항 고영준이 맞이한 1:1 찬스는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반격에 나선 전북은 김진수 크로스-구스타보 헤더로 다시 한 번 득점을 노렸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포항 신진호의 패스를 받은 임상협이 슈팅 기회를 만들자, 전북은 김보경이 왼발 슈팅으로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리고 그 공방의 끝에서 전북이 득점기회를 잡았다. 포항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바로우의 패스를 받은 한교원이 포항 박찬용의 파울을 유도해냈고, 온 필드 리뷰를 통해 PK를 얻어냈다. 후반 40분 키커로 나선 백승호가 강현무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는 킥을 성공시키면서 전북은 마침내 2:2 동점까지 만들어냈다. 백승호는 리그에서의 첫 골을 극적인 동점골로 기록하는 기쁨을 누렸고, ACL 4강전에 이어 PK 강심장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뽐냈다.
남은 시간은 전북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다. 김승대의 침투와 허용준의 슈팅을 침착하게 막아낸 송범근은 후반 추가시간 임상협과 완델손과의 1:1 찬스도 선방해내면서 필드에서 힘겹게 만들어낸 승점 1점을 지켜냈다. 양 팀은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동점골을 터뜨린 백승호는 체력적인 부담에 관한 질문에 ‘전북은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팀이고,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보다는 이겨내고 좋은 경기를 보이자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다.
시즌 첫 골이 된 결승 PK골에 대해서는 ‘동점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집중해서 빨리 동점을 만들고 역전으로 갈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패전의 위기를 넘긴 전북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면서 가까스로 2위 자리를 수성했다. 울산과의 승점 차이는 9점으로 아직까지 아득하지만, 3위 포항과도 5점차로 약간의 거리를 두었다. 승리 대신 무승부를 받아든 포항은 가시권에 들어왔던 2위 탈환을 다시 뒤로 미뤘다. 턱밑까치 추격해온 인천과 3위 자리 탈환을 노리는 제주를 떨쳐내기가 당면과제다.
전북은 9월 3일 조규성 없는 김천과 시즌 3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포항은 리그에서 2무, FA컵에서 1패의 쓴맛을 맛보게 해준 대구를 상대로 승리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