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이 ACL 본선에서 ‘120분 축구’의 강자로 떠올랐다.
22일 오후 4시 일본 Saitama Stadium 2002에서 펼쳐진 ‘2022 AFC 챔피언리스리그(ACL)’ 8강 비셀 고베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은 연장 후반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고베를 3:1로 꺾고 4강행 열차에 탑승했다.
전북은 16강에서 120분의 혈투 끝에 대구를 2:1로 꺾고 힙겹게 8강에 합류했다. ACL에서 는 조별 예선 포함 7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오고 있었지만, 최근 K리그에서의 아쉬운 득점력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J리그 최고 '큰손'으로 알려진 빗셀 고베는 J리그 16위 팀이지만, ACL 16강에서 J리그 1위 팀인 요코하마를 3:2로 잡아내면서 저력을 증명했다.
고베는 체력을 안배차 16강전에서 뛰지 않은 선수들 위주로 선발을 구성했다. 인천에서 활약했던 무고사와 강원에서 뛴 바 있는 코바야시가 선발출전을 했고, 요코하마전에서 활약했던 이이노는 교체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은 이범수 골키퍼가 16강전에 이어 골문을 지켰고, 송민규의 제로톱에 바로우와 한교원이 좌우 날개를 이루는 공격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2선은 김보경과 맹성웅, 백승호가 맡았다.
양 팀의 전반은 16강전의 피로감을 반영하듯 다소 속도감 없이 진행됐다. 고베는 전반 19분 오다가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이범수 골키퍼가 무리없이 막아냈다. 전북도 전반 36분 백승호가 프리킥을 얻어내 직접 키커로 나섰지만, 골문을 크게 벗어나면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북은 김진규를 빠르게 교체 투입하고, 박진섭과 윤영선이 무고사를 잘 막아냈지만, 선제골은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양 팀의 전반은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후반 전북은 구스타보를 고베는 이이노를 투입하면서 공방의 시작을 알렸다. 전북은 구스타보의 연계를 활용한 공격을 전개했고, 고베는 이이노의 침투를 노린 패스가 이어졌다. 전북은 후반 15분 백승호가 고베의 박스 안에서 수비수 4명을 제치면서 슈팅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마무리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득점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고베는 후반 16분 요코하마전에서 선제골 도움을 기록했던 유루키를 투입했고, 투입된지 2분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북 문전에서 오자키가 날린 슈팅이 이범수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세컨드 볼로 흘러나오자 이를 놓치지 않고 전북 골문에 차넣은 것이다. 유루키의 선제골로 고베는 1:0으로 앞서나갔다.
실점한 전북은 문선민과 이승기를 투입하면서 공격라인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실점 후 2분만에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0분 구스타보의 침투 패스를 받은 바로우가 드리블로 고베 문전을 향해 치고 들어가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바로우의 이번 ACL 1호골이자 구스타보의 ACL 1호 도움이다. 1:1이 되면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전북은 교체 투입된 문선민이 고베 수비진을 휘저으면서 몇 번의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 슈팅의 힘과 정교함이 떨어졌다. 고베는 후반 27분 고케 유타가 후반 44분에는 유루키가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날리면서 전북 문전을 위협했다. 이범수 골키퍼가 몸을 날릴만큼 정교한 슈팅이었다. 전북도 후반 44분 김진수가 올려준 크로스를 김진규가 다이빙 헤더로 만들어내면서 마에카와 골키퍼의 선방을 이끌어냈다. 양 팀이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하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전북은 연장전반 센터백 윤영선이 쓰러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연장전반 13분 바로우의 크로스를 구스타보가 헤더골로 만들어내면서 패전의 불안한 기운을 떨쳐냈다. 바로우와 구스타보는 서로의 골을 만들어주면서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전북은 2:1로 앞서나가면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연장후반 고베는 총력전을 펼치면서 전북 골문을 두드렸지만 이범수 골키퍼와 전북 수비진은 침착하게 선방과 클리어를 이어갔다. 마에카와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한 연장후반 추가시간의 코너킥 상황. 이범수 골키퍼가 펀칭한 공을 잡은 고베 선수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문선민이 공을 인터셉트했다. 그리고 전력질주를 시작해 단숨에 고베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도달, 여유있는 왼발 슈팅으로 전북의 3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ACL 3호 골을 기록한 문선민은 지난 조별예선 호앙아인 잘라이 전 결승골 때 보여준 '관제탑 셀레브레이션'을 다시 한번 선보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문선민의 쐐기골로 전북은 고베를 3:1로 격침시키고 4강에 진출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승리를 이끈 주장 김진수는 이날 "두 차례 연장전으로 선수들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승리의 기쁨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힘들게 4강에 올라왔는데 힘든 상황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응원해주신 현지 팬분들과 K리그를 대표하고 사랑해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한편, 4강에 오르면서 2016년 ACL 우승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전북은 내친김에 우승을 정조준한다. 결승 길목에서 만날 상대는 16강, 8강에서 동남아시아 팀들을 대파한 우라와 레즈다. 양 팀은 25일 오후 7시 30분 일본 Saitama Stadium 2002에서 결승진출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