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상위 스플릿 턱걸이에 성공했던 수원 삼성은 올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첫 경기를 김건희의 퇴장과 패배로 시작한 수원은 3R부터 7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도 완패, 결국 레전드였던 박건하 감독마저 자진 사퇴하는 비상 상황을 맞이했다.
위기에서 등판한 이병근 감독은 생산성이 부족했던 김건희-그로닝 대신 오현규와 전진우, 류승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연승을 기록하면서 잠깐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다시 시즌 중반 10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을 반복하면서 순위가 다시 한 번 추락했다. 후반기에도 연승과 무승의 사이클을 다시 한번 반복한 수원은 시즌 내내 지난 시즌 순위인 6위를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그 결과 강등 플레이오프 순위에 해당하는 11위에 매달린 채 정규 라운드를 마감했다.
군필 ‘매탄 소년단’ 듀오의 투지
팀 성적은 부진했지만 이병근 감독의 부임과 함께 전진우와 오현규는 각성을 시작했다. 상무에서 얻은 부상으로 재활이 길었던 전진우는 12R 성남전에 시즌 첫 선발 출전했고, 수 차례 골대를 맞추는 불운이 이어진 경기에서 집념의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수원 소속으로 무려 4년 만에 터뜨린 감격적인 골이었다.
"4년의 시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고, 그 결과가 나타나서 감사하다"라는 인터뷰로 그간의 심정을 대신한 전진우는 현재 5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오현규는 스탯적인 면에서 더 화려했다. 군 제대 후 첫 시즌을 맞이한 오현규는 11골을 작렬시키면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헤더만 7골일 정도로 투지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올 시즌 명실상부 수원의 중심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완벽한 배송과 헤더 퍼레이드
올 시즌 수원이 다소 부진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지만, 그런 수원 득점의 시발점인 되어준 이기제는 돋보였다. 도움 12개를 기록하면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고, 팀 순위와 관계없이 리그 도움 2위를 달리고 있다. 수원의 올 시즌 득점이 35점임을 감안하면 이기제의 기여도는 무려 33% 이상이다. 이기제의 왼발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상상할 수 없다. 코너킥, 프리킥, 크로스만으로 이뤄진 순도 높은 도움은 헤더 골의 폭발이라는 흐름도 가져왔다. 오현규(3골)외에도 안병준(3골), 고명석(3골)이 그 수혜자다. 헤더는 파이널 B 경기에서 수원의 날카로운 창이 될 전망이다.
슈퍼 매치와 수원 더비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강등 플레이오프를 벗어나는 게 최우선 과제이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더비들도 남아있다. 서울과의 슈퍼 매치와 수원 FC와의 수원 더비다. 두 팀은 강등권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기에 강등을 다투는 나머지 팀들보다 경기 결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이 덜 하다.
그러나 수원은 올 시즌 두 팀과의 맞대결에서 열세를 보였기에 경기 결과에 부담을 안고 있다. 수원 FC와의 3차례 맞대결에서 1승 2패를 기록했고, 서울과의 슈퍼 매치에서도 1승 2패로 밀렸다. 수원의 두 팀과의 더비는 하위 스플릿 경기의 의 주요 이벤트로 떠올랐다.
희망 회로 작동 : 하위 스플릿 팀들과의 상대 전적
11위라는 순위가 주는 압박은 상당하지만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대구, 김천과의 치열한 승점 다툼이 예상되지만, 하위 스플릿 팀들을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 수원은 올 시즌 상위 스플릿 팀들을 상대로는 제대로 기를 못 폈다. FA컵 8강을 포함하면 전북에게 4전 전패를 당했고, 3위 포항과 4위 인천을 상대로 단 한 번의 승리도 기록하지 못했다. 리그 성적만 놓고 보면 2승 6무 10패로 하위 스플릿(6승 4무 5패) 대비 확연한 열세였다. 하위 스플릿 팀들을 상대로는 수원 FC와 서울을 제외하면 성남과 김천, 대구를 상대로 단 1패밖에 허용하지 않을만큼 강했다. 대구전 1패도 11R로 까마득하다. 강자들이 사라진 파이널 B에서 상대전적에 기반한 잔류의 자리는 수원에게 무주공산이다.
수원은 3일 가장 힘겨운 고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34R 성남전으로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한다. 이후 홈에서 3연전을 치른다. 9일은 수원(35R)과의 슈퍼매치, 12일은 대구(36R), 16일은 수원 FC(37R)와의 수원 더비다. 그리고 22일 김천으로 이동해 마지막 37R 경기를 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