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스틸러스의 시즌 전 전망은 좋지 않았다. 팀의 레전드 출신 '철인' 김기동 감독이 부임한 이후, 객관적 전력차를 뒤집으며 선전했지만 그 한계가 지난해 명백히 드러나서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선 도장깨기에 성공하며 준우승에 성공했지만, 결국 얇은 선수층을 극복하지 못하고 리그에선 9위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보강 없이 시작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기동타격대'는 놀라운 조직력을 앞세워 순항을 지속했다. 33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선, 2위 전북을 6점차로 바싹 뒤쫒고 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포항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많다. 순위 방어에만 성공해도 못다한 아시아 무대 평정 재도전이 가능하다. 동해안 더비 라이벌 울산 현대 호랑이의 우승도 방해해야 한다. 포항의 파이널 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명장 반열에 오른 김기동의 리그 집중
김기동 감독의 능력에 물음표를 다는 리그 팬들은 이제 없다. 지난 시즌 일류첸코, 송민규 등 지속적인 자원 유출 등 악재가 겹쳤지만 김 감독의 지휘 아래 포항은 아챔에서 준우승이란 결과물을 냈다. 다만 병행 후유증으로 리그 성적은 좋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그런 김 감독이 다시 '리그에 집중한' 해다. 김 감독이 최소 자신의 최고 성적인 3위를 넘어서는 결과를 노리고 있음은 자명하다. 앞서 김 감독은 2020년 3위를 기록하고서도 최초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신진호·허용준·정재희…호조의 강철군단
포항의 이번 리그 선전 뒤엔 좋은 폼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현 포항의 핵심으로 미드필더 신진호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노장 반열에 드는 34세의 나이에도 리그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다. 국가대표 발탁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신진호의 이번 시즌은 화려하다.
지난 시즌 막판 상무에서 돌아온 허용준과 전남 드래곤스에서 영입한 정재희 등의 컨디션도 호조다. 포철동초-포철중-포철고를 나온 포항의 '순혈 성골' 고영준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믿고 쓰는 호주산 수비수'를 다시한번 증명중인 그랜트도 수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윙어였던 완델손을 레프트백으로 기용한 것도 지금까진 성공적이다.
킹메이커? 선두권 추격하는 다크호스
포항과의 일전에 이번 시즌 우승팀이 달렸다고 해서 '킹메이커'로도 지목받았다. 이와 관련, 김기동 감독은 28일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김상식, 홍명보 감독 두 분께 미안하지 않으려면, 2경기 다 이기는 게 나을 것 같다"라면서 "이 2경기를 이기면 2위 이상도 가망이 있을 것 같은데, 도전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정규리그에서 울산과 전북 현대 모터스에게 3승을 따낸 팀은 포항이 유일하다. 현재 포항과 전북의 승점차는 6점으로, 쉽진 않지만 아주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는 아니다. 선두권을 위협하는 유일한 복병이 포항이다.
또한 지난 시즌엔 라이벌 울산과 스플릿이 갈렸지만, 파이널 A에 함께 속했던 2019년 막판 동해안 더비 대승으로 울산의 우승을 좌절시키는가 하면, 2020년 마지막 동해안 더비도 대승하며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라이벌의 뒷덜미를 잡아채던 포항이 이번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줄지도 팬들의 관심사다.
한편, 포항의 파이널A 일정은 다음달 1일 . 이후 8일 강원(원정) - 11일 제주(홈) - 16일 포항(홈) - 23일 전북(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