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는 이불 밖에서 안전함을 넘어 강했다. 그야말로 '원정 괴물' 모드다.
14일 오후 7시 수원 종합운동장에선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 수원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펼쳐졌다. 5위와 6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경기는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종횡무진 활약한 서진수를 앞세운 제주가 5:0으로 승리했다. 제주는 5연승을 달렸고, 3위로 올라섰다.
시즌 2번째 맞대결이었다. 지난 1R 맞대결은 득점 없이 무승부였고 지난 시즌 4번의 맞대결 도 3번이 무승부 일만큼 두 팀의 경기 전 상호 전적은 팽팽했다.
지난 대전 원정에서 패했지만 수원 FC는 순위는 6위(승점 14점)였다. 올 시즌 4승을 모두 홈에서 기록했을만큼 홈 경기는 수원 FC 승점의 텃밭이었다. 지난 시즌 친정팀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선발 출격한 윤빛가람을 필두로 박주호, 김선민 두 베테랑이 중원을 책임졌다.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이승우는 마수걸이 골을 노렸고, 득점 2위(6골) 라스는 3경기 연속골에 도전했다.
제주는 최근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이는 팀이었다. 5라운드에서 12위로 바닥을 찍은 뒤 6라운드부터 원정 4연승을 달린 제주는 어느새 리그 5위(승점 20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4연승으로 흐름을 탄 제주는 수원 FC를 상대로 5연승과 원정 5연승을 노렸다. 임채민이 부상 복귀 후 첫 선발로 출전한 수비 라인은 정운-임채민-김오규의 쓰리백이 재가동됐다. 지난 시즌 수원 FC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기혁 또한 부상에서 복귀, 친정팀을 상대로 시즌 첫 선발출전 기회를 잡았다. 최전방은 서진수-곽승민-김대한의 젊은 카드를 내세웠고, 헤이스와 유리 조나탄, 김주공이 벤치에서 출격을 대기했다.
전반 초반은 양 팀 모두 탐색전을 펼쳤다. 제주는 전반 11분 헤이스와 김주공을 조기 투입하면서 공격진을 빠르게 정비했지만, 제대로 된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수원 FC도 라스와 이승우, 윤빛가람이 한 차례씩 골문을 노린 슈팅을 날렸지만, 제주 문전에 결정적인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전반 중반 이후 제주가 먼저 움직였다. 제주는 전반 33분 이창민의 힐 패스에 이은 김주공의 슈팅으로 좋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를 살려냈다. 전반 41분 공격에 가담한 임채민이 수원 FC 문전에서 신세계의 파울을 유도하면서 패널티 킥(PK)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서진수가 공을 침착하게 차 넣으면서 제주는 1:0으로 앞서나갔다.
리드를 빼앗긴 채 후반을 시작한 수원 FC는 루안과 무릴로를 투입하면서 공격진을 보강했다. 제주 또한 안태현을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제주는 앞서 있는 상황에서도 전방에서부터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수원 FC를 괴롭혔다. 제주의 압박에 수원 FC는 패스 미스가 잦아졌고, 공격 전개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 수원 FC의 위기를 제주는 놓치지 않았다.
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원 FC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잠시 흔들렸다. 헤이스의 코너킥을 받은 서진수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고, 터닝 슈팅으로 제주의 2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제주는 2:0으로 한 점 더 달아났고 서진수는 멀티골을 기록하며 헤이스와 함께 팀 내 득점 공동 선수(4골)로 올라섰다.
수원 FC는 만회골을 위해 오인표와 정재용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오히려 제주가 마수걸이 득점자들을 양산했다.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안태현이 안현범의 크로스-김주공의 힐 킥 연계로 흘러나온 공을 마무리하면서 팀의 3번째 골을 기록했고, 후반 38분에는 김주공이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헤더골을 터뜨리면서 시즌 1호 골 대열에 합류했다.
4:0으로 앞선 제주는 사실상 전의를 상실한 수원 FC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투입된 유리 조나탄이 후반 45분 쐐기골을 터뜨리면서 제주는 수원 FC를 완벽하게 침몰시켰다. 서진수는 5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하면서 2골 1도움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최종 스코어는 5:0. 제주의 완벽한 승리였다.
수훈선수로 선정된 서진수는 “제주가 초반에 안 좋았다. 하지만 팀을 믿었기에 최근 연승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5연승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의 좋아진 플레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경기력만을 생각하는 선수였는데 올 시즌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부분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저에게 신뢰를 주시고, 저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갖고 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승리한 제주는 다득점에서 앞서면서 포항으로부터 3위 자리를 넘겨받았다. 5연승은 리그 1위 울산과 동률이다. 후반 초반 수비수 2명(정운, 임채민)이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도 무실점을 지켜낸 제주는 5연승 기간 동안 13골을 득점하면서 단 1골만을 실점했다.
수원 FC는 시즌 최다인 5실점을 허용하며 2연패에 빠졌다. 대구에게 6위 자리를 내어주면서 순위도 7위로 내려앉았다. 24실점으로 리그 최다 실점의 불명예도 짊어졌다. 경기 후 김도균 감독은 팬들에게 “베테랑 선수들이 3경기를 연속으로 소화하다 보니 지쳐 있었다”고 패인을 진단하며 “홈에서 충격적인 대패를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두 팀의 일주일 후 14라운드 원정 경기를 소화한다. 나란히 자리다툼 매치다. 제주는 20일(토) 승점은 같고, 다득점에서 앞선 서울을 상대로 2위 탈환과 6연승, 원정 6연승에 도전한다. 4라운드 맞대결은 1:2로 패한 바 있다.
수원 FC는 21일(일) 최근 3경기 무패를 기록 중인 8위 전북을 상대로 순위 방어전에 나선다. 지난 4라운드 홈 경기에서는 라스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