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0주년을 맞은 K리그가 약 10달의 긴 여정을 마쳤다. 이번 시즌엔 유료관중 집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팬들이 구장을 찾아왔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열린 300만 관중 시대다. 창단 첫 2연패를 달성한 울산 현대, 광주FC의 돌풍을 이끈 이정효 감독 그리고 창단 최초 강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까지, <풋볼먼데이>가 2023시즌 많은 이야기를 써냈던 리그1 팀들을 간략결산해 봤다.
울산 HD FC

호랑이가 2년 연속으로 포효했다. 2연패를 기록한 울산은 시즌 처음과 끝 모두 1위로 마무리지었다. 시즌 초반부터 디펜딩 챔프 다운 강한 면모를 보인 울산은 개막 6연승을 달성했다, 승격팀 대전에 발목이 잡혀 개막 최다 7연승 대기록엔 실패했지만, 이후 승승장구한 울산에 적수가 없었다. 35R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홍명보 감독과 재계약하며 왕조 건설의 의지를 보였다.
다만 울산도 경기장 내외적 부분서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시즌 중반 이명재, 박용우, 이규성이 인스타그램에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박용우가 이탈한 뒤 수비형미드필더 자리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내며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 스틸러스

구단 창단 50년을 맞이한 포항은 FA컵 우승을 거두며 트로피를 하나 수확했다. 포항은 결승전서 전북에 1-2로 끌려가다가, 이적생 김종우와 여름에 돌아온 홍윤상의 활약에 힘입어 4-2 승리를 거뒀다. 더블을 거둔 2013년 이후 10년 만의 트로피다. 더불어 FA컵 우승 5회로 수원, 전북과 최다우승팀 타이를 기록했다.
낮은 선수층을 보유한 포항이 FA컵 우승과 리그 순위 2위를 기록하기에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먼저 37경기 출전해 12골(리그 기준 3위) 7도움(5위)을 기록한 제카는 득점력과 더불어 연계 플레이에 장점을 보이며 포항의 최전방을 지켰다. 그리고 오베르단이 볼 획득 256회(1위)로 중원에서 빈틈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랜트와 완델손은 건재를 과시했다.
매년 부족한 지원에도 꾸준히 성적을 내며 ‘갓기동’, '기동 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기동 감독이 2019년부터 이끌던 포항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기동타격대의 역사는 마무리됐고 감독직에 대한 공석은 포항의 레전드 박태하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감독직을 맡았다.
광주 FC

지난 시즌 광주를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86) 기록과 함께 우승으로 이끈 이정효 감독은 2023시즌 K리그1에서도 1부 팀들을 누르고 팀을 3위에 올려놨다. 선수 장악력과 뛰어난 지도력을 보여줬다. 상대 팀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높은 점유율(56%, 리그 기준 2위)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승격팀으로 약체라고 평가받던 이정효의 광주는 이번 시즌 새로운 역사 및 최고의 기록을 써냈다. 16승 11무 11패로 팀 최고 순위는 물론 승리, 승점을 달성했다. 더불어 구단 사상 최초로 아시아 클럽 대항전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또한 올해 첫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이순민을 비롯해 2023 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정호연, 도움왕을 도전했던 두현석까지 광주는 이정효 감독의 전술만큼 선수들의 활약도 빛난 한해였다.
전북 현대 모터스

전북 정도 명문에겐 불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성적표다. 매년 울산과 우승 트로피를 걸고 경쟁했던 전북은 시즌 내내 중위권에 머물렀다. 구단 최초로 파이널 B로 내려갈 위기에 놓인 전북은 정규시즌 파이널 라운드인 33R에서 서울을 2:0으로 꺾으며 파이널A에 안착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2승 2무 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4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또한, FA컵 결승전에 올랐지만, 포항에 발목이 잡히며 10년 만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북은 시즌 중 감독 교체, AG 선수 차출 등 온전히 구단을 이끌기에 어려운 시즌이기도 했다. 개막 10경기에서 3승 1무 6패를 기록하는 등 시즌 초반부터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 김상식 감독을 10R 강원 전 패배한 뒤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고, 새로운 감독으로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정식 선임했다. 또한, 전북은 AG 차출로 인한 전력 누수도 있었다. 팀의 핵심인 백승호, 박진섭, 송민규, 박재용, 김정훈이 리그 도중에 AG에 차출되었다. 전북은 리그 팀 중 가장 많은 선수를 AG에 보냈다.
전북은 올해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으로 고충을 겪었으나, 지난 27일 주민규와 득점왕 경쟁한 대전의 티아고를 영입함으로써 내년 재도약을 노린다.
인천유나이티드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하며 올해 구단 역사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엔 리그 5위에 머물려 2년 연속 ACL 진출에 실패했지만 나쁜 성적을 거두진 않았다. 3위 광주와 승점 3점 차이에 불과했다.
인천의 이번 리그 페이스는 대기만성형이었다. 시즌 전 제르소, 천성훈, 신진호 등 전력 보강에 성공했으나 전반기 19경기에서 단 4승에 그치면서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7월 이후 10승 6무 3패 되살아났다. 후반기 에르난데스와 제르소의 득점력 폭발과 인천의 레전드 무고사까지 돌아오며 중상위권으로 발돋움했다.
ACL에서 인천은 동아시아 그룹 G조에 속해 필리핀 카야FC, 중국 산둥 타이산, 일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 경쟁했다. ACL 조별리그에서 최종 탈락했지만,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4승 2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인천은 전 시즌 J리그 우승팀 요코하마를 홈과 원정 경기에서 두 번 모두 이기며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한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대구FC

최원권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13승 14무 11패(승점 53)로 6위를 기록했다. 1년 만에 파이널 A 복귀만큼 좋은 소식은 5년 연속 시민구단 중 가장 많은 관중이 DGB대구은행파크(대팍)을 방문했다. 이번 시즌 총 11회 매진을 기록했으며 약 200,000명이 대팍을 찾았다. 리그1 전체 12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 관중 2만 명을 돌파한 FC서울과 우승팀 울산, 대전과 전북, 수원에 이어 대구는 총관중과 평균 관중 6위를 기록했다.
대구는 이번 시즌 키워드 중 ‘딸각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클릭 한 번으로 득점을 만드는 역습 축구를 선보이며 여러 팀을 무너뜨렸다. 대구가 패스와 점유율 지표에서 최하위를 머물렀지만, 최원권 감독은 특유의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날카로운 역습을 앞세워 확실한 팀 색깔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대구는 이전 고재현, 황재원, 이진용 등 젊은 자원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올해 ‘팔공산성’의 한 축으로 올라선 조진우와 데뷔 시즌 33경기 출전한 박세진이 중원과 수비에서 잠재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