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0주년을 맞은 K리그가 약 10달의 긴 여정을 마쳤다. 이번 시즌엔 유료관중 집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팬들이 구장을 찾아왔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열린 300만 관중 시대다. 창단 첫 2연패를 달성한 울산 현대, 광주FC의 돌풍을 이끈 이정효 감독 그리고 창단 최초 강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까지, 풋볼먼데이가 2023시즌 많은 이야기를 써냈던 리그1 팀들을 간략결산해 봤다.
FC 서울

기대와 실망이 반복됐다. 시즌 전 조영욱, 이상민, 윤종규가 입대로 팀을 이탈했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서울은 임상협, 이시영, 박수일, 김경민을 영입해 공수 부분에 전력 강화했다. 더불어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와 대전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윌리안을 임대 영입해 울산, 전북과 더불어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서울이 로빈1 돈 시점에서 2위로 마감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19R 슈퍼매치를 끝으로 황의조가 임대 종료로 팀을 떠난 뒤 서울은 흔들렸다. 20~27라운드 동안 1승 4무 3패로 황의조의 공백이 느껴졌다. 급기야 27라운드 경기 이후 안익수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자진사퇴 의견을 밝혔다.
정규시즌 6경기 남은 시점, 서울은 수석 코치였던 김진규를 감독 대행 자리에 앉혔다. 김진규 감독 대행은 5경기에서 2승 2무 1패로 준수한 성적을 보이며 5위를 기록하며 파이널 A 진출에 희망을 살려갔다. 최종전 전북과의 전북에 패해 7위로 내려갔다. 이로써 서울은 4년 연속 파이널 B를 기록했다.
관중 수 기록에서 서울은 올해 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19차례의 홈경기에서 누적 관중 43만 29명을 불러 모았다. K리그가 유료관중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첫 단일시즌 40만 관중이다.
대전 하나 시티즌

축구특별시의 화려한 부활이다. 지난 2020년 시민구단 체제에서 하나은행 투자를 뒤에 업고 기업 구단으로 변모한 대전은 승격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3번째로 맞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김천을 꺾고 리그1로 복귀하며 2023시즌을 맞이했다.
전반기 좋은 활약으로 상위 스플릿 진출까지 노려봤으나 결과적으로 1차 목표였던 잔류에만 성공했다. 이로써 승강제 시행 이후 대전은 최초로 1부 리그 잔류를 기록하게 되었다.
티아고(득점왕 2위), 레안드로(도움왕 2위), 김인균(8골 팀 내 득점 2위)이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울산, 서울에 이어 팀 득점(54득점) 순위 3위를 기록했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리그 최고 골키퍼 중 하나라 평가 받는 이창근과 안톤, 조유민 등의 수비진을 가지고 리그 최다 실점 2위를 기록하는 등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평균 관중 1만 명이 넘긴 대전은 축구특별시의 재도약을 알렸다. 지난 시즌 대비 평균 관중이 5배 이상 증가했으며 누적 관중은 24만 2474명을 기록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시즌 시작 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주민규, 윤빛가람, 제르소, 정우재 등이 팀을 이탈했다. 전략적 측면에서 큰 타격을 맞은 제주는 6R부터 10경기에서 8승을 몰아치면서 2위까지 오르는 반전을 보여줬다. 하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제주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안현범이 전북으로 떠났으며 김주원은 수원으로 이적했고 이창민이 군 문제 해결을 위해 거제 시민 축구단으로 임대를 떠나는 등으로 위기에 닥쳤다.
7월부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단 1승(3무 10패)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결국 약 3년 9개월간 감독직을 맡아온 남기일 감독이 감독직을 내려놨다. 순위도 9위로 밀려났을뿐더러 강등 위기까지 걱정했어야 했다.
파이널 라운드 정조국 감독 대행이 이끄는 제주는 36R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하게 되면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잔류를 확정하는 상황이었지만 제주는 이날 0-0 무승부를 거두며 아쉬움을 삼켰다. 다음날인 제주의 잔류가 확정됐다. 10위 수원FC가 수원과의 경기에서 전반 초반 상대 퇴장으로 수적인 우세를 점하고도 2-3으로 패했다. 이 경기 결과로 제주와 수원FC의 승점 차는 8점으로 유지됐고, 제주의 9위가 그대로 확정됐다.
잠시나마 2위까지 올랐던 순위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강등 위험에 직면했다. 다가오는 2024시즌을 맞이하는 제주는 겨울 이적 시장 개장 전, 김학범 감독을 선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강원FC

지난해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6위를 기록한 강원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갈레고, 알리바예프, 김우석 영입, 당시 팀 최고 이적료(12억 원)로 영입했던 디노까지 부상 복귀하며 이번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더불어 군입대로 이탈한 김동현을 제외하면 김대원, 양현준, 한국영, 임창우 등 주축 선수들을 지켜냈다. 기대감과 달리 강원의 시즌 초반은 순조롭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 체제 18경기에서 2승 6무 10패로 부진하자 ‘소방수’ 윤정환 감독이 투입됐다. 윤 감독 체제의 강원은 15경기 2승 8무 5패를 기록하며 승점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다행히 파이널 라운드에서 2승 2무 1패를 거두며 리그 10위로 다이렉트 강등을 면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김포 상대로 종합 2:1로 승리해 생존에 성공했다.
리그 41실점을 기록한 강원은 전북-광주-포항에 이어 리그 최소 실점 4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였고 강등 싸움의 분수령이 됐던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5경기에서 3실점을 기록하며 상대 공격력을 틀어막았다. 이에 반해 경기당 0.79 득점에 그친 공격진은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특히 강원의 날개를 맡고 있는 김대원의 부진과 양현준의 이탈이 뼈아팠다. 지난 시즌 12골 13도움을 기록한 김대원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지만, 이번 시즌 4골 4도움으로 아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양현준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셀틱으로 이적해 팀을 떠났다. 하지만, 후반기 김대원과 이정협이 부활하고 이적생 가브리엘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강원의 공격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수원FC

기사회생이다. 지난 시즌 많은 실점을 득점으로 만회했던 수원FC는 이번 시즌 불안한 수비와 함께 공격진까지 침체되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수원은 박주호의 은퇴와 간판 공격수 라스의 음주운전에 따른 퇴출 등 악재가 겹치며 공수가 불안정해졌다. 발등에 불 떨어진 수원FC는 여름에 K리그 경험이 있던 로페즈와 브라질 출신 중앙 수비수 우고 고메스를 영입, 더불어 이영재가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하며 전력 누수를 막았다. 마지막 10게임 동안 승리하지 못해 꼴찌로 자동 강등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수원보다 다득점에서 앞서 11위를 차지했다.
부산과 8년 만에 승강플레이오프 맞대결을 펼친 수원FC는 원정 1차전서 선제골을 넣고도 막판 집중력을 잃고 페널티킥으로 2골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2차전서는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부산에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은 끝에 후반전 2골을 넣어 1, 2차전 합계 3-3 동점을 만들었다. 기사회생한 수원FC는 연장전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3골을 추가하며 합계 6-4로 부산을 따돌리고 잔류를 확정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새 역사가 열리고 말았다. 좋지 않은 방향이다. 리그1 우승 4회, FA컵 최다 우승(5회),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에 빛나는 전통 명문 수원 삼성이 2023시즌을 끝으로 리그1에서 강등되는 최악의 수모를 겪었다.
지난 시즌, 10위로 마감하면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 치뤘던 수원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FC 안양을 합계 스코어 2:1로 꺾고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다. 당시 오현규(셀틱)의 활약으로 간신히 K리그 1에 잔류했던 수원이었으나 2023시즌도 역시 수원의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개막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2무 8패를 기록하며 무너졌고, 이병근 감독이 물러나고 김병수 감독이 소방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김병수 감독 부임 첫 경기였던 12라운드 전북과의 경기에서 0대 3으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1승 4무 5패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반기 종료 직전 선두 울산과 하위권을 머물던 강원을 연달아 제압하며 분위기가 잠시 반짝였으나 아쉽게도 이후 수원의 상황은 개선되지 못했다. 수원은 또다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후반기 시작 이후 리그 7경기에서 1승 1무 5패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김병수 감독과 이별을 선언했다.
김병수 감독이 사임한 뒤 수원은 살아있는 전설 염기훈 플레잉 코치를 감독 대행 자리에 승격시키며 반등을 노렸으나 잔혹한 운명은 피할 수 없었다. 파이널 라운드 돌입 이후 첫 경기에서 제주에 무너진 수원은 이후 대전과의 극적인 무승부를 시작으로 수원FC-서울을 연달아 격파하며 잔류 희망을 이어갔으나 승리가 필수였던 강원과의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하며 강등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