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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코너플래그] 그라운드의 안의 룰, 하지만. 

오늘은 스포츠와 관련된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7월 26일 시작된 파리 올림픽이 8월 1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올림픽은 평화와 화해와 인류애를 표방하는 스포츠 축제입니다. 이 대회는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며, 전 세계가 하나 되어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리전쟁’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설명될 수도 있습니다. 국가 간 더비전이 흥미와 몰입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올림픽 헌장은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 종교 인종적 선전을 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극도의 순수성과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올림픽을 정치와 이념의 장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49개국이 참가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나치를 선전하는 장으로 활용되었던 과거를 떠올려본다면 이러한 규정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대회마다 이 규정과 관련된 이슈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 종목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선수 마니자 탈라시가 경기 후 실격 처리됐습니다. 공연 도중 ‘FREE AFGAN WOMEN(아프간 여성에 자유를)’이라는 글이 적힌 천을 펼쳤다는 이유에서입니다. IOC는 이를 정치적 메시지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겪은 바 있습니다. 2012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주인공 박종우 선수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과의 각축전이 벌어졌고, 우리나라는 2 대 0이라는 스코어로 승리했습니다. 이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표지를 들고 셀러브레이션 하는 박종우 선수가 포착됐습니다. 이 행위가 문제가 되어 그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계 관계자들은 첫째,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쓰였고, 둘째, 관중석에서 던져줬다는 점에서 계획적이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강조하며 복권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이듬해 동메달은 그에게 다시 돌아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불편하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니자 탈라시 선수는 결과의 박탈이라는 징계를 예상하고도 퍼포먼스를 보여준 결의와 이유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바라보는 이들은 앞서 언급한 보편적 인류애까지는 아닐지라도 개인적인 감정이입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자리에서 스포츠와 관계없는 행위로 인해 순수함을 해한다는 의견도 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내용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내용과 형태는 달라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러한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덧붙여 필자는 2012년 박종우 선수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리 인류는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종우 선수는 과거 인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룰과는 별개로 우리 서로 이를 인정해야 ‘화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여 잊힐지언정 역사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아픈 역사와 함께 서로 상반된 감정과 분위기에도 평화와 인류애를 외치는 올림픽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에필로그

 

1년 전 제 개인 SNS계정에 박종우 선수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https://www.instagram.com/p/ChR650JrTvT/?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응원하는 의미에서 한번 더 전문을 올립니다. 

 

나는 부산아이파크 박종우 선수를 좋아한다.

 

(현재 태국 프로 리그 농부아 핏차야FC 소속)

 

8월 15일 광복절은 한국사에서는 광복이고, 세계사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날이다.

 

독립투사들은 일제의 위협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그의 길을 걸었다.

 

법은 있었겠다. 부당한 법. 그 법을 지키면 독립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법. 친일과 독립운동의 갈림길에서 저항과 고난을 선택한 그 들.

 

태극기의 무게는 무척이나 무거웠겠다.

 

광복 이후에도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영토의 이슈

 

그의 플래카드 '독도는 우리 땅'은 무거웠겠다.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도 법은 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만을 만끽해도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그가 머리 위로 든 글자는 만세 세리머니 이상의 강렬한 외침이었다.

 

세상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영향력에 비례한 리스크도 크다.

 

이후 정치적인 의미를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룰에 의해 여러 가지로 맘고생 한 그였을 것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2012년 뜨거웠던 여름.

 

런던의 박종우.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

 

인스타그램 : instagram/david_s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