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3차 예선 경기에서 86분 54초, 강력한 손흥민 선수의 슛이 골대를 강타했습니다. 허무한 표정의 선수 얼굴과 탄식으로 가득 찬 관중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높이 2.44mm, 폭 7.32m, 지름 12cm, 원형의 크로스 바. 목표의 경계선. 오늘은 흔히 '골대'라고 부르는 골포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까웠던 슛처럼, 축구에서 가장 극적이고 다이나믹한 순간은 공이 골포스트에 맞고 튕겨 나가거나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때일지도 모릅니다. 크로스 바를 맞고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공격하는 선수들에게 도전 의식을 더욱 불러일으켜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의 갈림으로 바뀌는 찰나. 이 순간 선수와 팬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듭니다.
공격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골이 들어갈 높은 확률의 지점은 골키퍼와 가장 거리가 먼 골포스트 지점입니다. 일명 '야신 존'이라 부르는 골에어리어 상단 구석이 그곳입니다. 훈련이 끝날 즈음 선수들이 주로 하는 놀이 중 하나가 골포스트 맞추기입니다. 재미 요소를 넘어서 축구 선수들의 골에 대한 본능이 녹여든 그들만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선수들은 일상적으로 골 성공을 위해 골포스트 가까운 안쪽을 노리고 있습니다. 물론 벗어날 확률도 높아지기도 하지요.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목표, 골을 향해 많은 슛을 날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골포스트를 계속해서 만납니다.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여정이죠. 마치 축구 경기에서 골포스트가 승부를 가르듯, 우리의 삶에서도 중요한 순간들이 갈림길에 놓입니다. 어떤 이는 작은 기회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이는 그 앞에서 절망을 마주합니다. 그 차이는 때로는 아주 작은 요소에서 비롯되지만, 그 결과는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습니다.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선택이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에, 여기에 매달릴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안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더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골포스트를 맞고 나간 공을 아쉬워하는 대신, 그다음 슈팅을 준비하는 것이 바로 삶이 아닐까요.
끊임없는 도전이 바로 우리의 본질이며, 골대 앞에서의 승부처럼, 삶의 순간들도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합니다. 오늘은 2024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두 번째 경기인 오만전이 있는 날입니다. 위대한 선수인 손흥민도 지난 경기 골포스트에 머리를 감싸 쥐었지만, 오늘은 또다시 일어나 골 안쪽을 노릴 것입니다. 시원한 슛이 골 망을 출렁였으면 합니다. 서늘해지는 가을 날씨와 함께, 우리의 삶도 도전 끝에 뻥 뚫리는 순간이 오길 기다리면서요.
#. 에필로그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응원을 합니다. 애증이 섞인 소리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비판과 비난의 경계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응원을 하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입니다. 많은 관심과 함께, 오늘 늦은 시간이지만 열띤 응원을 하며 우리 마음속에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열熱’이라는 시를 보냅니다. 뜨겁게 응원합시다. 대한민국 축구 화이팅!
<열熱>
김승현
뜨거운 입김을 내뿜어라
세상이 얼음장처럼 차가울지라도
너만은 뜨겁다는 증거일 터이니
입김으로 손을 데우고
입김으로 투명한 유리창에 불어넣어 사랑을 쓰라
여러 입김은 태양만큼이나 뜨거울지니
따뜻해져 더는 입김이 나지 않는 날까지
너의 아궁이 속을 내보이라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
인스타그램 : instagram/david_s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