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월드컵 열차가 16강에서 멈춰 섰다.
6일 새벽 4시(한국시간) 카타르 스타디움 974에서 펼쳐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세계 최강 브라질에 1:4로 완패하면서 8강행이 좌절됐다. 16강을 넘어선 원정 월드컵 첫 8강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대한민국은 조별 예선을 거치며 활약한 최선의 멤버들로 베스트 일레븐을 구성했다. 골키퍼에 김승규, 포백에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이 나섰고, 미드필더 라인은 황희찬, 황인범, 정우영, 이재성이 이름을 올렸다. 최전방에서는 손흥민과 조규성이 발을 맞췄다.
경기는 초반 연속 실점을 허용하면서 어렵게 전개됐다. 전반 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하피냐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비니시우스의 슈팅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실점 후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번에는 정우영이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파울을 범했고, 브라질에게 패널티 킥(PK)이 주어졌다. 키커로 나선 네이마르가 여유 있게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전반 10분 만에 점수 차는 2점으로 벌어졌다. 만회에 나선 대한민국도 전반 16분 황희찬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브라질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브라질은 가볍게 2점을 따냈지만,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전반 28분 히샬리송이 탈압박 후 패스 및 문전 쇄도를 통해 브라질의 3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지난 6월 친선경기에서도 대한민국의 골문을 공략했던 히샬리송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다시 한 번 일격을 가했다. 전반 35분 역습 상황에서 파케타의 골까지 추가되면서 대한민국은 전반을 0:4로 크게 뒤진 채 마무리했다.
후반 대한민국은 체력이 고갈된 김진수와 정우영을 홍철과 손준호로 교체하면서 반격을 노렸다.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에게 1:1 기회가 찾아왔지만, 이번에도 브라질 알리송 골키퍼의 어깨 선방에 막혔다. 후반 22분 황희찬의 슈팅과 재차 이어진 손흥민의 슈팅마저 막혔고, 견고한 브라질 수비벽은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후반 중반 이후 황인범과 이재성을 빼고, 백승호와 이강인을 투입하면서 영패 탈출을 노렸다. 교체 카드는 성공했다. 후반 30분 이강인의 프리킥 세컨드 볼을 받아낸 백승호가 빨랫줄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철옹성같던 브라질의 골문을 뚫어냈다. 교체로 첫 경기를 소화한 백승호의 월드컵 데뷔골이었다. 추격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남은 시간 더 이상의 추가 골은 만들지 못했고, 경기는 대한민국의 1:4 패배로 끝났다. 조별 예선을 거치면서 소진된 체력과 전반 브라질의 공격 리듬에 휘둘리며 빠르게 재정비 타이밍을 갖지 못한 부분이 패인이었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어려운 경기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응원해주신 국민들과 팬분들께 죄송하다. 선수들이 자랑스럽게 싸워준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헌신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주장으로서 4년 동안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포르투갈 전 승리 후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16강행 결과를 기다렸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순간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는 말로 월드컵 마무리 소감을 밝혔다.
16강 문턱에서 멈춰섰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조별 예선을 통과함으로써 벤투 감독 빌드업 축구의 효용성을 증명했다. 대한민국 축구를 근성만이 아닌 전술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수준 높은 축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다음 세대의 경험도 소득이다. 손흥민, 황인범, 김민재 등 포지션별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도 위축되거나 포기하지 않고 16강을 이끌어내면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해외파인 이강인, 황희찬뿐만 아니라 K 리거인 조규성과 백승호도 월드컵에서의 공격포인트 경험을 쌓으면서 다음 세대의 성장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