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중요합니다.

 

모든 게임에는 그에 걸맞은 ‘판’이 존재합니다. 장기판, 체스판, 바둑판처럼 각기 다른 규칙과 전략이 작동하는 공간이 필요하듯, 스포츠에도 그 나름의 ‘판’이 있습니다. 모든 스포츠는 '판'이 제대로 깔려 있을 때, 최상의 퍼포먼스가 펼쳐집니다.

 

축구의 경우, 그라운드가 바로 그 '판'입니다. 오늘은 그라운드, 그중에서도 ‘잔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최근 K리그와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이후, 그라운드의 잔디 상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수와 팬들 사이에서 관리되지 않은 잔디의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죠. 

 

축구는 그 자체로도 격렬한 스포츠인데, 잔디가 고르지 않다면 선수들은 경기 중  발목이 꺾이거나 넘어지는 부상 위험에 노출됩니다. 특히 경기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잔디 상태가 좋지 않으면 패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축구에서 패스는 공격 전개를 위한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잔디에서는 공이 예상한 방향으로 정확히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수들이 이를 의식하게 되면 패스를 아예 생략하고 길게 걷어차는, 일명 ‘뻥축구’를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라운드에서 바운드가 불규칙하다면 땅볼 패스를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격수의 슈팅 타이밍은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집니다. 그 순간 잔디 상태가 나쁘다면 정확한 슈팅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심지어 공이 둥글지만 불규칙한 바운드로 인해 마치 럭비공처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튈 때도 있습니다. 이는 골 기회를 무산시킬 뿐만 아니라, 경기의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립니다.

 

이처럼 축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잔디 상태는 경기 결과와 선수의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이들이 최적의 그라운드 컨디션을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잔디는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에 관리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반도의 경우엔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잔디 상태를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다시, 축구에서 삶의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여러분의 삶에 깔린 '판'도 항상 최상으로 유지되진 않습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개인적인 공간에서 그 판을 유지하고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함에도 말이죠.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판'의 중요성이 워낙 크기에, 오늘도 우리는 땀을 흘립니다. 어렵기에 더욱 박수받아야 합니다. 필자는 최적의 그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그 노력이 여러분들이 질주하는 곳에서, 각자의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퍼포먼스와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낼 거라 믿습니다. 

 

 

#. 에필로그

 

오늘은 조금 늦게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퇴근 시간이 다 돼가네요. 오늘 수고하신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사람별하트>에 수록된 시 '빨간 꽃'을 보냅니다.

 

<빨간 꽃>

 

                                                김승현

 

세수하려 하얀 세면대에 물을 받고

 

얼굴 한번 씻으려는데

 

코피 한 방울

 

뚝 떨어졌다

 

빨갛게 번지는 모양새가 장미꽃 같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한 송이 선물 받았네

 

고맙다

 

꽃은 이내 흐트러졌지만

 

기억할게

 

땀의 향기

 

 

김승현 논설위원

 

 

제주 태생, 글과 축구를 사랑하는 예술인.

 

시집 『사람별하트』 저자

 

現) 아인스하나(주) 이사

 

現) (사)한국문인협회 제주지부 청년문학위원

 

現) 스토리에이지(주) 편집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