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팀’ 포항의 전력은 측정불가였다. 1위를 달리는 라이벌을 잡아내면서 고점을 보여줬다.
2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1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의 올 시즌 2번째 동해안 더비는 홈 팀 포항의 2:0 완승으로 끝났다.포항의 설욕으로 동해안 더비 전적은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다.
시즌 2번째 동해안 더비를 맞이하는 포항의 최근 상황은 ‘약간 흐림’이었다. 수원 FC와 김천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2경기 승점 1점을 적립하는데 그쳤고, FA컵에서는 대구에게 석패하면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과정과 내용은 고무적이었다. 터줏대감 강현무 골키퍼가 돌아왔고, 허용준은 FA컵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면서 출장시간에 대한 무력시위를 시작했다. 울산과의 1차 동해안 더비는 0:2로 패했지만, 이번 맞대결은 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중인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다. 승리 시 타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단숨에 3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돌아온 강현무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 포항은 왼쪽 풀백에 심상민 대신 박승욱을 투입했다. 이수빈이 신진호와 함께 3선을 맡았고, 김승대가 5경기만에 선발출전 기회를 얻었다. 최전방은 최근 몸놀림이 좋았던 허용준이 나섰다.
리그 1위 울산은 주중에 펼쳐진 FA컵 8강전에서 부천을 승부차기 끝에 꺾으면서 힘겹게 4강 티켓을 확보했다. 바코와 이청용, 레오나르도, 김태환 등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로 포항 원정에 나서게 된 부분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여전히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공격력 폼이 올라온 전북이 승점 8점차로 치고 올라왔기에 1경기도 방심할 수 없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아마노와 엄원상이 체력적 부담이 없기에 선발출전이 예상된다는 점이었다. 1명만으로도 상대를 흔들어 놓을 수 있기에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이 기대됐다. FA컵에서 휴식을 취한 조현우 골키퍼와 김영권이 선발 출전했고, 이명재와 김태환이 좌우 풀백으로 나섰다. 이규성과 박용우는 3경기 연속 3선에서의 호흡을 맞췄고, 바코와 레오나르도는 주중 FA컵 이후 주말 19라운드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FA컵 경기 휴식을 취한 아마노는 어깨가 무거워졌고, 울산 유스 출신으로 독일 쾰른에서 임대 복귀한 황재환은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울산은 전반 초반부터 하프라인을 넘어서 포항을 강하게 압박했다. 압박으로 얻어낸 공격기회가 바코에게까지 이어졌지만, 바코의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벗어났다. 선제골은 포항이 터뜨렸다. 전반 15분 역습상황에서 신진호의 침투패스를 받은 고영준이 울산 골문 앞까지 질주했다. 고영준은 조현우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반대편 김승대에게 패스를 연결해주었고, 기다리고 있던 김승대는 침착하게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포항은 1:0으로 앞서나갔고, 김승대는 올 시즌 1호골을 신고했다. 고영준도 시즌 1호 도움을 기록했다. 일격을 맞은 울산은 포항의 압박을 이겨내며 반격을 시도했으나 전반 22분 오히려 위기를 맞았다. 포항의 허용준의 날카로운 침투가 이루어졌지만, 울산 입장에서 다행스럽게도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선제골의 주인공 김승대도 전반 33분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면서 추가골을 예열했다. 만회를 노리는 울산도 김태환의 오른쪽 측면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통해 동점골을 노렸고, 전반 35분에는 이규성이 한 뼘 차이로 골문을 빗나가는 중거리 슈팅을 날리면서 쉽사리 포항에게 분위기를 내어주지 않았다. 남은 시간에도 공방을 주고받은 양 팀의 전반은 포항이 1:0으로 앞선 상태로 끝났다.
포항의 역습은 후반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후반 8분 왼쪽 측면에서 돌파해 들어가던 임상협의 크로스가 반대편 허용준에게 흘렀고, 슈팅 타이밍을 놓친 허용준이 다시 크로스를 올렸다. 이번에도 골문 앞에 자리를 잡고 있던 김승대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다이빙 헤더로 팀의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김승대의 멀티골이자 허용준의 1호 도움에 힘입어 포항은 울산을 상대로 2:0 리드를 잡았다. 2골을 넣었지만 포항의 역습은 계속 위협적였고, 임상협은 2차례 패널티 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슈팅을 날리며 울산 수비진을 흔들었다. 울산은 포기하지 않고 박주영과 설영우를 투입하면서 만회에 나섰고, 후반 29분 설영우의 낮은 크로스가 포항 문전을 날카롭게 파고들었지만 레오나르도의 마무리 터치가 골문을 완전히 벗어났다. 포항도 2골의 주인공 김승대를 정재희로 교체하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했다. 정재희는 후반 34분 역습상황에서 허용준으로부터 완벽한 패스를 받았지만 터치 후 스텝이 꼬이면서 3번째 골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포항은 심상민과 완델손도 투입하면서 교체인한 선수들의 체력을 바탕으로 남은 시간도 지키는 경기를 펼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정재희는 후반 종료 직전에도 흘러나온 프리킥의 낙하지점을 잡았지만, 발에 맞추지 못하면서 또 한 번 개인적인 아쉬움을 삼켰다.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올 시즌 2번째 동해안 더비는 포항의 2:0 설욕으로 마무리됐다.
승리의 주인공이 된 김승대는 ‘컨디션이 걱정스러웠는데 감독님이 자유로운 움직임을 허락해 주셔서 2골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득점 소감을 밝혔다.
적극적인 활동량을 보여준 부분에 대해서는 ‘부상에서 복귀해서 몸을 테스트하고 싶었고, 두려움과 걱정이 반반이었다. 컨디션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다리에서 고통이 올 때까지 뛰었던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승리한 포항은 제주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며 리그 3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리그 1위 울산을 꺾으면서 포항 역습 축구의 경쟁력을 보여주었고, 한명 한명이 단단하게 결속된 원팀임도 증명했다.
울산은 급속도로 떨어진 체력과 마무리의 정교함 부족이 패인이었다.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엄원상의 부재가 더욱 아쉬웠던 경기였다. 리그 1위는 유지했지만, 2위 전북에게 승점 5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독주를 통한 무난한 우승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