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이 모처럼 골잔치를 벌이며 무더위에 경기장을 찾아준 홈 팬들에게 시원한 승리를 선사했다.
5일 오후 7시 김천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20라운드 김천 상무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김천은 올 시즌 최다인 4골을 퍼부으면서 제주를 4:0으로 완파했다.
9경기째 승리가 없었던 김천의 순위는 10위였다. 8월 주요 선수들의 전역을 앞둔 김천은 전력 누수 전 최대한의 승점 확보가 필요했다. 전북과의 7월 첫 경기에서의 패배는 그런 의미에서 뼈아팠다. 김천은 강등으로부터 안전한 순위 확보와 기수 교체라는 2가지 과업을 동시에 떠안은 상태였다. 득점 3위 조규성의 골 행진은 잠잠해졌지만, 대신 코너킥으로만 4개의 도움을 기록한 이영재가 도움 단독 1위에 올라섰다. 제주와는 지난 11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었고, 당시 주민규에게 헤트트릭을 허용하며 굴욕적으로 완패한 바 있다. 포백으로 전환한 수비라인에서는 정승현과 연제운이 센터백을 김한길과 강윤성이 좌우 풀백을 담당했다. 2선은 도움 1위 이영재와 권혁규, 한찬희가 나섰고 최전방은 조규성을 중심으로 김지현과 권창훈이 출전했다.
지난 서울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제주는 2연패를 벗어났지만, 3경기 연속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면서 포항에게 3위 자리를 내어줬다. 김범수라는 깜짝 영입은 성공했지만, 3경기에서 5실점을 기록한 수비진은 불안감을 노출했다. 지난 김천전에서 맹활약했던 주민규의 득점왕 도전 여부와 승점 3점 확보를 통한 리그 3위 자리 탈환이 관전 포인트였다. 수비는 김봉수 김오규와 함께 이지솔이 올 시즌 첫 선발 출전했다. 정우재의 왼쪽 측면 자리는 김명순이 나섰고 김범수는 전방에서 주민규, 제르소와 함께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김천의 공격력은 전반부터 타올랐다. 전반 16분 역습상황에서 권창훈의 패스가 조규성에게 연결됐다. 조규성은 박스 안에서 제주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를 가르는 패스를 했고, 반대편에서 달려 들어오던 이영재가 슬라이딩으로 왼발을 갖다 대면서 제주의 골망을 갈랐다. 김천이 1:0으로 앞서가는 선제골이자, 이영재의 올 시즌 첫 번째 골이었다.
실점한 제주는 전반 27분 김범수와 김명순의 22세 이하 자원을 조성준과 김경재로 교체하면서 정비에 나섰다. 제주는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갔지만, 주민규의 마무리 슈팅은 번번이 김천 수비수들에게 저지당했다. 제주의 공격이 봉쇄당하는 상황에서 김천은 추가골을 터뜨렸다. 전반 44분 드리블로 제주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던 김지현이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제주 골문을 뚫어냈다. 김천의 2:0으로 리드를 만든 골이자 김지현의 리그 2호 골이었다. 제주는 전반 종료 직전 이창민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구성윤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제주는 지친 주민규와 제르소를 빼고, 김주공과 링을 투입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김천도 조규성과 권창훈을 교체 아웃시키고, 명준재와 박상혁을 교체 인했다. 양 팀의 교체카드의 승자는 김천이었다. 후반 35분 역습상황에서 김한길의 크로스-김지현의 패스를 받은 박상혁이 낮은 크로스를 찔러줬고, 달려들어가던 명준재가 수비수와 경합해주면서 제주 김오규의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제주의 추격 의지를 꺾은 세 번째 골이었고, 스코어는 3:0으로 더 벌어졌다. 집중력을 잃은 제주는 더 이상 버텨내지 못했다.
후반 40분 김봉수의 실책이 박상혁의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이어졌고, 김동준 골키퍼의 선방마저 불운하게도 명준재에게 흘러가면서 또 다시 실점을 허용했다. 김천은 4골차로 앞서나갔고, 명준재는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이 후 양 팀은 링과 서진수가 각각 1:1 찬스를 잡았지만, 구성윤과 김동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면서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최종 스코어는 4:0 김천의 승리였다. 전역을 앞둔 명준재와 박상혁은 좋은 몸놀림을 보여주면서 고전하고 있는 원소속팀 수원의 후반기 반등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결승골을 터뜨린 이영재는 ‘경기전 언젠가 승리할 날이 오니까 참고 기다리자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날이 오늘이어서 좋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첫 골에 대해서는 ‘시즌 초반부터 골대를 많이 맞춰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골을 터뜨리면서 덜어낼 수 있었다’고 인터뷰했다.
승리한 김천은 9경기 연속 무승의 터널을 통과하면서 오랜만에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울산에 패한 강원을 제치면서 순위도 9위로 끌어올렸다. 곧 전역할 조규성의 자리를 대체할 김지현이 득점을 터뜨려 준 부분도 고무적이었다.
제주는 4경기 연속 무승에 원정경기 3연패에 빠지면서 인천에게 4위마저 위협당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