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아쉬울 수 있다. 상위 스플릿인 파이널A에 진출하긴 했지만, 제주의 올 시즌 기대치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분명 선전(善戰)인데 기대 이상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득점왕 주민규가 건재했고 윤빛가람 등을 영입하며 알찬 보강을 해냈다. 팀의 레전드 플레이어 구자철이 독일서 중동을 거쳐 돌아왔다. 현대 양강을 흔들 '우승 전력'이란 전망이 나돌았다.
막상 시작된 리그는 만만치 않았다. 제주는 승리시 팬들의 기대치 이상의 무력을 보이다가도, 허망한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내내 상위권을 지키긴 했지만 미묘한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갔다. 그 결과가 5위다. 순위보다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안정권인 3위 포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게 뼈아프다. 지난해 4위를 하고도 대구가 FA컵 우승을 놓치며 코앞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친 기억이 떠오른다. 남은 것은 전력투구 뿐이다.
남기일 체제, 파이널 라운드서 탄력받나
제주는 충격의 강등 이후 '승격 청부사'로 널리 알려진 남기일 감독을 선임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지난해 승격과 동시에 파이널 A에 진출했다. 올해도 파이널 A행이 2년 연속 결정되자, 지난 18일 제주는 남 감독과의 2년 재계약을 알렸다.
남기일 체제의 조기 결정은 제주가 장기적으로 강팀으로써 팀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간판 공격수인 주민규나 윤빛가람과의 불화 루머가 간간이 흘러나오는 가운데에서도 제주는 남 감독에게 힘을 실었다. 파이널 라운드의 결과는 그래서 중요하다. 남은 5경기, 좋은 마무리는 향후 제주의 체제 안정화를 가속시킬 공산이 크다.
남 감독은 지난 18일 강원FC와의 경기서 패한 뒤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라고 평한 뒤, "파이널 라운드에 들어가면 부상자들도 복귀할 수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골에 굶주린 주민규의 피날레는?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는 제주의 간판 공격수다. 올해도 초반 도움만 쌓으면서 '슬로우 스타팅'을 하더니, 어느새 15골을 넣으면서 다시 선두에 올랐다. 작년에 1개에 그쳤던 도움도 벌써 7개나 올리며 공격수로써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기록은 좋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주민규를 둘러싼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주민규는 올해 지난해 대비 출전 시간이 줄었다. 8월 이후 제주가 치른 9경기 중에선 선발이 2경기 뿐이었다. 지난 18일 열린 33라운드 강원FC전서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주민규를 두고 제주가 '포스트 주민규'를 준비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선수 본인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출전 시간을 언급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는 신호다.
남 감독은 부상이 있는 주민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출전시간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전시간과 부상, 두 가지 변수 모두 주민규의 득점왕 레이스에서 좋은 변수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주민규가 파이널 라운드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리그의 역사를 다시 쓸지도 관심사다.
부상자 돌아오면…파이널 A 최대 변수
제주는 현재 전력(全力)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팀이 부상자를 안고 있지만 제주는 유독 심하다. 다만 현재 부상 중인 핵심 자원들 대부분에게 심각한 장기 부상이 없다는 것이 위안이다. 잘만 하면 파이널 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안현범, 이창민, 조성준, 김주공을 비롯해, 구자철과 주민규까지 가동된다면 제주는 파이널 A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한편, 제주의 파이널A 일정은 다음달 2일 강원과의 홈경기로 출발한다. 이후 8일 포항(원정) - 11일 인천(원정) - 16일 전북(홈) - 23일 울산(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