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강원FC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강등 플레이오프로 떨어진 뒤, 1차전에서 패하며 그야말로 벼랑 끝까지 몰렸었다. 마지막 순간 놀라운 괴력을 발휘하며 홈에서 승부를 뒤집고 1부리그에 남긴 했지만, 그렇다고 올해 강원의 미래를 좋게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늘 그렇듯 강원의 힘은 가장 힘든 순간에 발휘된다. 예컨대 4골 차로 패배를 앞두고 있을 때라든가, 비기기만 해도 강등이 확정된다든가. 이번에도 '간신히 잔류한 팀'이었던 강원은 승부처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상위 스플릿의 막차를 탔다. 그리고 파이널 라운드 결과에 따라, 사상 최초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티켓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독수리가 이끄는 곰 군단
강원의 선전 배경엔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지휘가 있다. 지난해 위기의 팀을 맡아 잔류로 이끈 최 감독은 이번엔 팀을 상위권까지 끌어올렸다. 6월 한때 부진하며 강등권까지 미끄러진 순간도 있었지만, '단짝' 이영표 대표의 신뢰 아래, 반등에 성공했다.
33라운드까지 최 감독은 공격력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공격수 출신이면서도 소위 '잠그는 축구'를 한다는 루머를 비웃듯 47골을 넣으며 순위표 위에 위치한 인천 유나이티드나 제주 유나이티드보다 골이 많다. 다만 파이널 A 최다실점(47골)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선두를 달리는 울산 현대 호랑이의 경우 실점 숫자가 28에 그친다.
최 감독은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위 스플릿에 전 만족 못합니다"라면서 "(팬들은) 기대치를 높이 가져가도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도움선두 김대원·초신성 양현준
최용수의 강원을 상징하는 '양 날개'는 공격수 김대원과 양현준이다. 두 사람의 공격포인트만 더해도 35개에 이른다. 파이널 라운드 강원의 운명이 이 두 사람 발끝에 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강원의 김대원은 올시즌 한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움은 13개로 선두다. 득점(10골)도 팀내에서 가장 많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김대원의 공격에서의 활약상은 강원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김대원이 그래도 리그에서 알아주던 기존 스타라면, 양현준은 올해 혜성같이 떠오른 신예다. 여름에 치러진 토트넘 홋스퍼와의 올스타전서 인상적 플레이로 전국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리그에서도 8골 4도움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아시아행 꿈은 이뤄질까
리그 4위까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티켓 획득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나마도 FA컵 4강에 올라있는 울산이나 전북 현대 모터즈, 두 팀 중 하나가 우승할 경우다. 그렇지 않으면 3위가 마지노선이다.
강원은 3위 포항 스틸러스와는 10점차로 꽤 벌어져 있지만, 4위 인천과는 4점차다. 파이널 라운드 선전에 따라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명예도 명예지만 아시아 무대는 '출전만 해도 상금을 타올 수 있는' 실용적인 무대다. 올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전남 드래곤즈도 약 12만 달러를 획득했다. 도민구단 강원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기도 하다.
한편, 강원의 파이널A 일정은 다음달 2일 제주 원정으로 시작한다. 이후 8일 인천(홈) - 11일 전북(원정) - 16일 울산(홈) - 23일 포항(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