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 서울은 지난 시즌 강등 위기 속에서 안익수 감독이 부임했다. 안 감독은 본인의 색깔을 발휘하며 팀을 7위까지 끌어올렸고, 올 시즌 성적 향상을 기대하게 했다. 세상사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듯이 서울은 시즌 초반부터 휘청거렸다. PK 오심과 코로나 감염 여파를 겪으면서 4R부터 6R까지 내리 3연패를 기록했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외국인 선수인 히카르도와 벤 할로란이 각각 1경기, 2경기씩만을 소화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외국인 선수 잔혹사도 이어졌다. 거기에 더해 주전 센터백 역할을 담당하는 오스마르와 이한범마저 부상에 신음하면서 서울은 올 시즌도 상위 스플릿으로 도약할 수 없었다. 3년 연속 하위 스플릿 행이었다.
'익수볼'의 부진과 공격진의 명암
서울 부임 후 첫 시즌을 파이널 라운드 포함 6승 4무 1패의 성적으로 마무리했던 안익수 감독은 올 시즌 정규 라운드를 10승 11무 12패로 아쉽게 끝마쳤다. 공격진에서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실점에도 불구하고 공격 지향의 수원 FC보다도 못한 득실차를 보여줬다(수원 FC –2, 서울 –4). 지난 시즌부터 익수볼의 ‘황태자’로 떠오른 조영욱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6득점에 5도움을 기록하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고, 헤더로만 4골을 기록하면서 필드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 중 2골이 결승골이었을만큼 영양가도 좋았다. 전북에서 이적 후 6골을 몰아치며 8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에 등극한 일류첸코의 활약도 빛났다. 반면 나상호의 부진은 아쉬웠다. 7골을 기록했지만, 5골이 PK골이었고, 필드골은 단 2골에 그쳤다. 팔로세비치(4골)와 박동진(3골)의 생산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바톤 터치 하는 수비진. 돌아온 오스마르, 떠나간 이한범
성적 부진에 수비진의 부상이라는 변명의 요소가 없지는 않다. 수비진의 기둥인 오스마르는 부상으로 18R부터 12경기 연속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선발 풀 타임도 이제 겨우 2경기를 소화했다. 오스마르의 센터백 파트너인 이한범도 16R 성남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약 2달을 놓쳤고, 24R 성남과의 순연경기에서 또 다시 부상을 당하면서 8월말부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9월에 전역 복귀한 김주성과 정현철의 합류는 팀에 보탬이 됐다. 두 선수의 합류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왼발 센터백 백업 자원과 기성용의 수비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경기력의 변수 : FA 컵과 슈퍼 매치
강등 위기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서울이다 보니 마음은 콩밭에 가 있을 수 있다. 바로 4강까지 올라가 있는 FA컵이다. 리그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 티켓 확보가 물 건너갔지만, FA컵 우승 시에는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이 전략적으로 컨디션 조절을 할지도 모를 이유다. 그러나 파이널 라운드 일정은 서울에게 최선을 요구한다. 서울의 FA컵 4강전 상대는 대구고, 그 이전에 치러지는 파이널 라운드 첫 상대도 대구다. 4일 간격으로 진행되는 연전은 기세와도 연관될 수 있다. 서울로선 34R 대구전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대구전이 끝났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수 없다. 35R 상대는 ‘영혼의 라이벌’ 수원이다. 가장 최근 홈에서의 맞대결 성적은 1:3 완패였다. 심지어 이번에는 원정이다. 서울보다 승점이 더 절실한 수원 입장에서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고, 거기에 슈퍼매치라는 판이 깔린 상황이다.
서울의 스플릿 라운드가 다소 싱거울 듯 보였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굵직한 이벤트 경기를 끝내고 서울은 홈에서 36~37R 경기를 소화한다. 상대는 김천(12일)과 성남(16일)이다. 그리고 22일 수원으로 이동, 서울의 '하스' 행을 결정지었던 수원 FC와 올 시즌 마지막으로 일전을 치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