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이 울산을 꺾고 2년만에 FA컵 결승에 올라섰다.
5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22 하나원큐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와 전북현대의 경기가 펼쳐졌다. 올 시즌 4번째 ‘현대가 더비’로 펼쳐진 경기에서 전북은 연장 접전 끝에 울산을 2:1로 꺾고 결승행 열차에 탑승했다.
나란히 리그와 FA컵 우승의 ‘더블’을 노리는 양 팀은 2020년 결승전 이후 2년만에 FA컵에서 조우했다. 당시 전북은 울산을 꺾고 우승하면서 ‘더블’에 성공했었다. 2017년 이후 5년만에 FA컵 우승을 노리는 울산은 준결승 단골고객이었다. 우승 이후 지난 4시즌(2018~2021) 동안 3번(결승 1회, 준결승 2회)이나 우승권에 근접했다. 범위를 10시즌(2012~2021)으로 늘려보면 준결승 이상 진출만 7회에 달한다. 그러나 통산 우승이 단 1회에 그쳤기에 우승 전력이 아닌 승리가 필요했다. 울산은 16강과 8강에서 2부 경남과 부천을 상대로 '로테이션'을 돌리고도 준결승에 안착했었다.
전북은 지난 시즌까지 5연속(2017~2021) 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동일한 위력이 FA컵까지는 미치지는 못했다. 2020시즌 울산을 꺾고 우승했지만, 나머지 시즌은 2부리그 이하 팀들에게 번번이 덜미를 잡히면서 8강 문턱에도 이르지 못했다. 울산의 리그 우승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FA컵 맞대결의 승리는 8일 펼쳐지는 리그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전북은 울산시민축구단과 수원을 꺾고 4강에 합류했었다.
울산은 조현우 골키퍼와 지난 FA컵 8강전에 선발로 출전했던 이명재, 임종은, 김기희, 설영우로 후방을 구성했다. 3선은 원두재와 이규성이 맡았고, 바코와 아마노, 오인표가 공격 지원에 나섰다. 최전방은 마틴 아담이 선발로 출전했다. 이에 맞서 전북은 골키퍼에 송범근, 포백에 김진수, 박진섭, 윤영선, 김문환을 내세웠다. 백승호와 맹성웅이 중원을 책임졌고, 바로우와 한교원이 좌우 날개를 맡았다. 전방은 송민규와 조규성 투톱으로 시작했다.
먼저 날카로움을 과시한 쪽은 전북이었다. 전반 6분 한교원의 크로스에 이은 송민규의 슈팅이 골대를 맞은데 이어 전반 9분 송민규의 컷 백에 이은 김진수의 슈팅도 골문으로 향했다. 전북은 초반부터 좌우 측면에서 유효 슈팅 기회를 만들어가며 울산을 흔들었다. 하지만 홈 팀 울산은 기회에 강했다. 전반 12분 왼쪽 측면 바코의 돌파에 이은 슈팅이 송범근 골키퍼에게 막혔으나 재차 오인표의 패스를 받은 원두재의 슈팅은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리그 포함 시즌 1호였던 원두재의 골로 울산은 1:0으로 앞서났다.
기세를 탄 울산은 전반 26분 이명재와 바코의 연이은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전북 송범근 골키퍼가 선방해냈다. 선제 실점을 허용한 가운데 조규성마저 막힌 상황에서 전북의 해결사로 바로우가 나섰다. 전반 38분 스로인을 받아 드리블해 들어가던 바로우가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울산의 골문을 갈랐다. 조현우 골키퍼가 몸을 날려보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바로우는 리그 포함 5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절정에 오른 컨디션을 과시했고 승부는 다시 1:1 원점으로 돌아왔다. 전반 추가시간 전북 백승호와 맹성웅의 중거리 슈팅이 연이어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전반은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후반을 시작하면서 엄원상 카드를 사용한 울산은 전북의 압박에 밀리면서 이청용을 추가 투입했다. 전북도 김보경을 투입하면서 노련함에 노련함으로 맞섰다. 화려한 공격속에서 골키퍼들의 선방은 눈부셨다. 송범근 골키퍼는 후반 23분 바코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선방해냈고, 조현우 골키퍼는 김보경의 중거리 슈팅과 조규성의 박스 안 슈팅을 막아냈다. 양 팀은 울산은 레오나르도, 전북은 문선민을 투입하면서 경기 막판 다시 한 번 공격에 불을 붙였다. 전북은 후반 막바지에 김진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울산 레오나르도가 전북 박진섭을 들이받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당하면서 도리어 수적 열세에 처한채로 후반을 마쳤다.
울산은 연장 전반 정승현을 투입시키면서 수비를 강화했고, 전북은 연장 후반 김진규를 투입하면서 중원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마무리의 기회는 조규성에게 찾아왔다. 연장 후반 3분 오른쪽 측면을 침투한 김문환이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다.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조규성이 왼발로 방향을 바꿔주었고, 공은 골대를 맞고 전북 골문으로 들어갔다. 복귀 후 첫 필드골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극적으로 터졌다. 이 후 추가 득점이 터지지 않으면서 경기는 전북의 2:1 승리로 끝났다.
결승골의 주인공 조규성은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승리해 기쁘다"라면서 "보고 올린 줄 알았는데 그냥 강하게 올렸다고 한 문환이 형의 크로스가 좋았다"라고 승리와 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승리한 전북은 결승에 진출했고, 2020시즌 이후 2년만에 FA컵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올 시즌도 중요한 순간에 울산을 꺾으면서 ‘더블’의 가능성도 여전히 살렸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울산은 2년 연속 준결승에서 무너졌다. 2020시즌 결승전에서 전북에 패하면서 준우승을 한 데 이어 또 다시 전북 징크스에 울었다. 주말 펼쳐지는 전북과의 리그 35라운드 경기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결승에 올라선 전북은 대구를 꺾은 서울과 FA컵 우승을 타툰다. 1차전은 27일 서울에서, 2차전은 30일 전주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