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징야를 품고 있는 대구는 하스에서도 클래스를 잃지 않았다.
12일 오후 7시 30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36라운드 수원 삼성과 대구 FC의 파이널 B 경기가 펼쳐졌다. 원정팀 대구는 선제골 이 후 동점을 허용했지만, 역전을 해내는 드라마를 쓰면서 플레이오프 없는 1부 잔류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10위 수원은 지난 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승리하지 못하면서 강등 플레이오프가 유력했다. 대구에게 패하고, 서울이 김천전에서 승리한다면 리그 자력 잔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주포 오현규는 퇴장 징계로 출전할 수 없었다. FA컵 결승행은 좌절됐지만, 대구의 파이널라운드 성적은 좋았다. 서울과 수원 FC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면서 9위 자리를 지켜냈다. 승리 시 서울의 경기 결과에 따라 조기 잔류의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수원은 지난 서울전과 마찬가지로 노동건 골키퍼, 이기제-불투이스-고명석-김태환의 포백으로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2선은 전진우와 정승원이 좌우 측면을 맡고, 박형진과 한석종이 중원을 지켰다. 오현규가 빠진 최전방은 박상혁이 나서 안병준과 호흡을 맞췄다. 대구도 후방은 지난 경기와 동일하게 구성했다. 골키퍼에 오승훈, 쓰리백은 조진우, 홍정운, 정태욱이 출전했다. 홍철이 왼쪽 측면에서 선발로 출전해 젊은 이진용, 황재원, 장성원과 허리를 담당했고, 세징야와 정치인, 고재현이 공격의 첨병으로 나섰다.
대구는 전반 초반 공격을 주도했다.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 기회를 만들었고, 역습상황에서 황재원이 슈팅을 날리며 수원 골문을 위협했다. 수원은 볼을 돌리면서 분위기를 정비하고, 공격 기회를 엿봤다. 득점 기회는 몰아붙이던 대구에게 먼저 찾아 왔다. 전반 20분 수비 4명을 유도해 낸 세징야가 고재현에게 프리한 공간을 만들어줬다. 세징야의 패스를 받은 고재현이 골키퍼와의 1:1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대구는 1:0으로 앞서나갔다.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고재현은 시즌 13호골로 득점 공동 5위로 올라섰고, 세징야는 6호 도움을 기록했다. 수원은 이기제의 크로스와 프리킥 기회를 통해 득점을 노렸지만, 제대로 된 유효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전반은 대구의 1:0 리드로 종료됐다.
후반 수원은 마나부와 사리치를 투입하면서 반격을 개시했다. 후반 1분 이기제의 프리킥이 전진우의 머리로 정확하게 향했지만, 오승훈 골키퍼가 선방해냈다. 전진우는 이어진 코너킥 기회에서 이기제의 킥을 다시 한 번 헤더로 이어갔지만, 골라인을 넘어가지 못했고, 이어진 마나부의 헤더도 골대를 넘어갔다.
하지만 이기제의 정교함은 삼세번만에 통했다. 후반 5분 이기제의 코너킥이 문전으로 향했고, 안병준의 헤더가 대구의 골망을 갈랐다. 경기는 1:1 동점이 됐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안병준은 올 시즌 터뜨린 5골을 모두 헤더로 만들어냈고, 이기제와 4골을 합작해냈다. 이기제는 13호 도움을 달성하면서 김대원과 함께 다시 도움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수원의 거센 공세에 밀리던 대구는 후반 13분 이근호를 투입했고, 이 후 이용래마저 투입하며 노련미를 더했다. 동점골을 터뜨린 수원은 왼쪽 측면에서부터 계속 역전의 기회를 노렸다. 마나부는 개인기에 이은 돌파를 선보였고, 이기제의 크로스는 꾸준히 문전을 향해 날아갔다. 대구는 후반 33분 세징야의 코너킥이 수원의 파 포스트를 향했지만, 노동건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내면서 득점 기회를 노쳤다.
감각을 조율한 세징야는 곧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홍철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고, 세징야의 헤더가 수원의 골문을 뚫어냈다. 세징야의 시즌 11호골이자, 대구가 다시 2:1로 앞서나가는 역전골이었다. 다시 패전의 위기에 몰린 수원은 류승우와 강현묵을 교체인하면서 만회를 노렸다. 이에 맞서 대구는 고재현을 빼고, 김우석을 투입하면서 승리 지키기에 나섰다. 수원은 후반 45분 사리치에게 슈팅 기회가 찾아왔지만, 오승훈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마지막 기회를 날렸다. 추가시간에도 수원은 이렇다 할 득점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경기는 대구의 2:1 승리로 끝났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세징야는 ‘빅버드에서의 터프한 경기가 쉽지 않았지만, 찬스가 있었을 때 득점을 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대구가 11위에서 8위까지 올라선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마음이 운동장에서 나타난 것 같다. 가족같은 분위기가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승리한 대구는 승점 3점을 추가하면서 서울을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 승점 44점이 되면서 사실상 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다. 수원은 강등 플레이오프의 산을 올라야 하는 가능성이 커졌다. 9위 서울과의 승점차는 5점으로 자동 잔류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지만, 라이벌 서울의 경기 결과에 따라 명운이 좌우되는 굴욕을 맛보게됐다.
대구는 16일 홈으로 이동해 역시나 아직 잔류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김천을 상대한다. 같은 날 수원은 수원 FC와의 수원 더비에서 다시 한 번 희망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