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동해안 더비’는 비겼다. 장군과 멍군이 오간 사투 끝에 울산과 포항 모두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22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8라운드 울산 현대 호랑이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리그 1위와 2위의 ‘백중지세’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지난 라운드 패전으로 연승을 6에서 마감했지만, 울산은 여전히 리그 1위였다. 홈 경기 아직 연승 중이었고, 포항에 승리한다면 4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울산은 지난 경기 교체 투입 후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바코와 리그 득점 1위 루빅손은 올 시즌 처음으로 동시 선발 출전 시켰다.
리그에서 유일한 무패팀(4승 3무)으로 남아있는 포항은 8경기 연속 무패를 노렸다. 승리 시 승점에서 울산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다. 신광훈과 오베르단을 선발출전 시키면서 3선을 단단히 한 포항은 2선에 김승대와 김인성의 베테랑들을 배치하면서 노련미와 경험을 더했다.
‘2023 동해안 더비’의 개막포는 포항이 쏘아 울렸다. 전반 13분 심상민이 왼쪽 측면에서 울산 수비 뒷 공간을 보고 찔러준 패스를 고영준이 놓치지 않고 선제골로 만들어냈다. 고영준의 시즌 3호골이었고, 포항은 1:0으로 리드를 잡았다. 심상민은 2경기 도움을 만들어내면서 정교한 왼발을 과시했다. 홈에서 먼저 일격을 맞은 울산은 지체없이 만회에 나섰으나 번번히 기회는 무산됐다. 전반 25분 엄원상의 크로스를 받은 주민규의 슈팅은 수비벽에 막혔고, 전반 31분 박용우의 헤더는 골문을 살짝 넘어갔다. 라이벌전답게 경기 중 긴장감도 감돌았다. 울산 주민규는 자신을 거칠게 마크하는 포항 오베르단을 신경질적으로 밀치면서 흥분된 모습을 드러냈다. 포항은 득점 후 선수 교체 없이 수비를 강화하면서 전반을 실점 없이 버텨냈다.
후반 양 팀은 선수 교체의 패를 꺼내들었다. 울산은 이청용, 포항은 김종우를 투입하면서 중원지휘의 임무를 맡겼다. 후반에도 먼저 기회를 만들어 낸 쪽은 포항이었다. 후반 6분 제카의 위협적인 헤더로 예열을 마친 포항은 바로 추가 득점을 터뜨렸다. 후반 9분 제카의 패스를 받은 고영준의 중거리 슈팅이 울산의 골망을 흔들렸다. 고영준은 멀티골이자 시즌 4호골을 터뜨렸고, 포항은 2:0으로 한 점 더 달아났다. 도움을 기록한 제카 또한 도움 4개로 리그 도움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패전의 위기에 몰린 울산은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지만, 이에 맞서 포항은 공격수인 김인성, 김승대에게 울산 풀백들의 공격 차단 임무를 맡기는 등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다. 오베르단 또한 철저한 마크를 펼치면서 울산 공격수들의 멘탈을 흔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승팀 울산의 위기 극복 능력 또한 김기동 감독 전술에 못지 않았다. 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포항 수비를 맞고 흐른 세컨드 볼을 주민규가 침착하게 포항 골문에 밀어 넣었다. 주민규는 포항의 거친 견제에 시달렸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만회골을 터뜨리면서 '클래스'를 과시했다.
점수는 1점차로 좁혀졌고, 분위기는 다시 달아올랐다. 포항은 백성동과 이호재를 교체 투입하면서 상대 공세에 새로운 공격진으로 맞불을 놓았다. 울산 또한 조현우가 제카와 고영준의 슈팅을 선방해내고, 김영권이 이호재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면서 추가 실점을 차단했다.
종료 직전 울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44분 포항 문전 앞 혼전 상황 중 날린 바코의 바운드 발리 슈팅이 골대를 맞으면서 들어갔고, 극적으로 울산의 동점골이 완성됐다. 바코의 시즌 마수걸이 골은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극적인 골로 기록됐다. 후반 추가시간 포항은 이호재의 헤더 슈팅이 빗나가면서 승점 3점을 최종적으로 놓쳤고, 울산은 설영우의 결정적인 슈팅이 황인재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대역전 드라마 완성에 실패했다. 양 팀의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힘겹게 무승부를 만들어 낸 울산은 2위와 승점 3점 차이를 유지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홈에서 패하지 않으면서 안방 무패 행진도 4경기째 이어갔다. 포항은 몇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실점이 수비 시 세컨드 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8경기 무패를 이어갔지만, 오늘 경기 승리한 서울에게 밀리면서 순위 또한 3위로 내려앉았다.
양 팀은 주중 9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울산은 25일(화) 인천 원정에 나서 시즌 7승을 달성을 노린다. 같은 날 포항은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9경기 연속 무패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