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1' FA컵 16강에 안착한 각 리그별 팀들의 숫자다.
큰 이변은 없었고, 지난 시즌 K리그1 4强(울산, 전북, 포항, 인천)이 등판하면서 FA컵 16강 라인업도 최종적으로 완성됐다. K리그1은 4팀에 더해 '대대광강'(대전, 대구, 광주, 강원)과 제주, 수원이 생존했고, K리그2는 김포, 성남, 경남, 전남, 서울이랜드가 살아남아 1부 팀들에 도전장을 내밀고있다. 준프로 이하 팀들 중 유일하게 생존한 파주시민축구단은 지난해 우승팀이 전북 현대를 상대로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인천 유나이티드(K1) VS 경남 FC(K2)
FA컵 첫 경기를 16강에서 시작하는 인천은 경남과 8강행을 겨룬다. 지난 3시즌 리그에서 성적 향상(11위-8위-4위)을 이루는 동안 FA컵에서는 번번이 3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 시즌은 3라운드를 프리 패스하고 16강에서 출발이다. 복병은 K리그2 팀들이다. 2020시즌 수원 FC(당시 K리그2), 2021시즌 FC 안양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에는 광주 FC(당시 K리그2)에 6골을 헌납하면서 1:6으로 대패했다.
경남은 FA컵 2~3라운드에서 K3 팀들을 연파하고 16강에 입성했다. 올 시즌을 포함하면 3시즌 연속 16강 안착이다. 16강까지는 설현진(2골 1도움), 권기표(2골), 조상준(1도움) 등 교체 자원들이 제 몫을 해줬다. 설기현 감독이 8강에서부터 공격의 첨병인 외국인 선수(카스트로, 글레이손)들을 가용할지 주목된다.
두 팀의 최근 맞대결은 2019년으로 인천이 4경기 1승 3무로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수원 삼성(K1) VS 대구 FC(K1)
FA컵 우승 5회, 준우승 3회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수원은 리그 성적부진 속에서도 FA 컵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7시즌 동안 우승 2회, 준결승(4강) 진출만 2회다. 올 시즌도 3라운드에서 안산을 완파하고 16강에 안착했다. 리그 득점이 없는 전진우(1골)와 류승우(1골)가 FA 컵에서 골 맛을 본 가운데 베테랑 염기훈(2도움) 또한 16강전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당장 김병수 감독 체제에서 리그 2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며 신임을 받고있다. 올 시즌 홈에서 1무 6패로 승리가 없는 수원은 대구를 제물로 홈 첫 승에도 도전한다.
대구 역시 FA컵에서 최근 5년간 우승 1회, 준우승 1회, 준결승(4강) 진출 1회를 기록하며 좋은 폼을 보였다. 올 시즌도 2라운드 천안시티전 연장 승리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수원은 대구에게 좋은 기억이다. 대구는 지난 11라운드 수원전에서 승리하면서 원정 5경기 무승의 징크스를 끊어냈고, 이후 원정 3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변수는 선수층이다. 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박세진-이진용-황재원의 젊은 허리라인의 체력 관리가 중요해졌다.

전남 드래곤즈(K2) VS 울산 현대(K1)
2021년 FA컵 4강전에서 격돌했던 전남과 울산이 2년 만에 8강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울산을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전남은 통산 4번째 우승컵을 안은 바 있다. 전남은 2라운드에서 FC 목포, 3라운드에서 충남 아산을 꺾으면서 16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리그 8경기에서 원정 4연패로 부진하지만 홈에서는 강한 면모(4경기 2승 2무)를 보였기에 '월척' 낚시에 도전해 볼 만 하다.
현 시점 K리그 최강자인 울산으로서는 설욕전이다. 팀을 맡은 지 2시즌 만에 리그 우승을 달성한 홍명보 감독은 FA 컵에서는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하고 번번이 준결승에서 미끄러졌다. 리그에서 2번의 6연승을 달리며 적수가 없는 위상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선수층이 두터운 울산이지만 FA컵은 패하면 탈락인 토너먼트 방식이다. 전 경기를 선발 출장하고 있는 조현우 골키퍼와 김영권, 출전 시간이 많은 주전 포백라인이 풀 가동될지가 관심사다.

제주 유나이티드(K1) VS 대전 하나시티즌(K1)
제주는 이창민이 복귀한 FA컵 3라운드에서 창원시청축구단을 2:1로 물리쳤다. 맞물려 리그에서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FA컵 경기 전까지 1승 2무 3패로 부진했던 제주는 이후 6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FA컵 16강은 3라운드와 분위기도 다르다. 정운과 임채민이 복귀한 쓰리백은 지난 5경기(리그)에서 2실점만을 허용하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최근 좋은 컨디션의 서진수와 유리 조나탄도 출격준비 완료다. 상대인 대전과는 10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었고, 3:0으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이민성 감독이 팀을 이끈 지난 2년간 대전은 승격을 위해 달렸다. 상대적으로 FA컵 성적은 좋지 못했다. 2021년에는 3라운드에서 수원에 패했고, 2022년에는 K3 화성 FC에 덜미를 잡혔다. 리그에 안착한 올 시즌은 한결 여유가 있다. K4 거제시민축구단의 돌풍을 가볍게 잠재우고 3라운드를 통과했다. 유강현에 더해 22세 이하 자원인 변준수-이동원-이선유도 골맛을 보면서 서브 멤버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성과도 거뒀다. 변수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리그 경기 2연패와 조유민의 부상, 주세종의 퇴장 등 악재 이슈가 속출했다. 3라운드와는 달리 16강 상대인 제주는 ‘이 대신 잇몸’으로 맞설 수 없는 상대이기에 차분히 분위기를 추스릴 필요가 있다.

성남 FC(K2) VS 포항 스틸러스(K1)
지난해 FA컵 16강 매치 파트너였던 성남과 포항이 데자뷰처럼 올 시즌 FA컵 16강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8강행의 주인공은 허용준이 멀티골을 터뜨렸던 포항이었다.
5년만에 2부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성남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FA컵 2라운드에서 K4 평창유나이티드를 제쳤고, 3라운드에서는 강호 김천 상무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수치상으로는 FA컵 2경기 2득점이지만, 성남의 공격력은 분명 이전과 다르다. 지난 2시즌 리그 최소 득점을 기록했던 성남은 올 시즌 리그에서 4위(20골)의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팀 득점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와 데닐손, 이종호가 건재하고, FA컵 득점자인 심동운과 정한민도 적시에 한 방을 터뜨려주고 있다. 특히나 정한민은 리그 경기에서 불규칙한 교체출전 속 공격포인트 3개(2골 1도움)를 기록하면서 공격진의 뎁스를 깊게 해줬다.
이에 맞서는 포항은 최근 상대 전적의 우위를 바탕으로 4시즌 연속 FA컵 8강 진출을 노린다. 지난 시즌 FA컵 경기 포함 4차례 맞대결에서 3승 1무로 성남을 압도했다. 성남 상대 득점을 기록한 바 있는 김승대와 고영준의 공격진은 포항의 강점이다. 반면 팀 득점의 40%를 헤더로 기록하는 등 달라진 성남의 공격 스타일을 수비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가 잠재적인 변수다.
한편, 혈통 축구 맞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포항 이호재가 경기에 출전한다면 성남 이기형 감독과 ‘父子 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포항 이준호(포항 김기동 감독 子)마저 출전 시 ‘1경기 2父子’의 진풍경이 연출된다.

김포 FC(K2) VS 강원 FC(K1)
FA컵 3라운드를 승부차기 끝에 통과한 팀들 간의 통산 첫 맞대결이다.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인 김포는 프로 전환 2년만에 구단 역사를 썼다. FA컵 16강은 2013년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요행도 없었다. 3라운드 FC 서울전에서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면서 대진운 없이 당당하게 16강행을 확정했다. 박청효 골키퍼를 비롯한 공수의 주전급 선수들을 모두 제외하고도 만들어 낸 놀라운 결과였다. 지난 주말 휴식 라운드를 가졌기에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할 수 있는 부분 또한 김포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강원은 5년 연속 FA컵 16강 진출이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2라운드 충북청주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7명의 키커가 나선 끝에 힘겹게 승리했다.최대한 전력을 가동했고, 충북청주가 K리그2 하위팀임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16강에서도 K리그2 팀을 상대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김포가 K리그2 무패 1위팀 임을 차치하더라도 강원의 최근 공격력 데이터는 상대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리그에서는 4경기째 득점이 없고, 14경기 7득점은 K리그2 최하위 천안시티(8골) 보다도 적은 수치다. 기대요소도 있다. 지난 시즌 리그 공격포인트(12골 13도움) 1위 김대원은 FA컵 2라운드에서 시즌 첫 골을 쏘아 올렸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고 있는 양현준 또한 부담을 던다면 초면의 김포 수비수들을 충분히 휘저을 수 있다.

전북 현대(K1) VS 파주시민축구단(K3)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FA컵 첫 경기다. 김두현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리그 4경기 무패를 기록중이고, 부상과 퇴장 징계 선수들도 복귀했다. 전북은 지난 3시즌 동안 2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만큼 FA컵 토너먼트에도 강했다. 선수 개개인이 장점인 팀이고, 최근 상승세다. 그러나 지난 2020시즌 16강전에서 K3 양주시민축구단에게 승부차기 스코어 9:10으로 패한 적이 있었던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파주시민축구단은 K3 팀들 중 유일하게 FA컵 16강에 생존했다. 16강 진출은 2019시즌에 이어 통산 2번째다. K3리그에서는 지난해 준우승, 올 시즌 3위를 달릴 만큼 강팀이다. 올 시즌 FA컵에서는 2라운드 시드를 받아 춘천시민축구단과 당진시민축구단을 상대하는 좋은 대진운도 탔다. 그러나 16강 상대는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명가’ 전북 현대고, 장소는 전주성이다. 지난 시즌 FA컵 2라운드 김천 상무전처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는 방법이 최선의 전략이다.

서울이랜드 FC(K2) VS 광주 FC(K2)
서울이랜드는 지난 2019, 2021년에 이어 통산 3번째 FA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방심한 팀들을 제물 삼았다. 1.5군이 나선 천적 부천을 2라운드에서 6:0으로 대파했고, 주전을 대거 제외한 수원 FC도 3라운드에서 2:1로 격침시켰다. 한 경기 해트트릭(이시헌), 도움 해트트릭(이동률) 동시 달성의 기록도 남겼다. 리그 4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최근 분위기도 좋다. 리그 4경기 5골을 몰아친 호난과 부상에서 복귀하는 이시헌이 팀 역대 최초 FA컵 8강 진출의 선봉에 선다.
광주는 3라운드에서 ‘어제의 동료‘ 부산을 꺾었다. 16강 상대도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함께했던 서울이랜드다. 최근 리그에서는 7경기 무승이지만, 승산은 높다. 역대 서울 이랜드를 상대 전적에서의 압도적인 우위가 근거다. 통산 11경기 8승 3무로 가장 최근 목동 원정에서도 4:0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 2번의 서울이랜드 원정에서 모두 득점을 기록한 엄지성과 FA컵 3라운드에서 멀티 도움을 기록했던 허율의 선발 출격이 유력하다. 승리 시 광주는 지난 2017년 이후 통산 2번째 FA컵 8강에 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