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이 이번에도 제주를 넘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까.
9일 오후 7시 30분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 첫 번째 경기가 펼쳐진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매치 업이다. 결승행 마지막 관문인 FA컵 4강은 단판으로 결승 진출자를 가린다. FA컵 무관의 제주와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포항 중 우승컵에 한 발짝 다가서는 팀은 어느 팀이 될까?
양 팀은 인상적인 FA컵에서의 맞대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2 대한축구협회 FA컵’ 4강전에서 만났고 당시 포항이 제주를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이듬해인 ‘2013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리매치가 성사됐다. 이번에도 결승행 티켓의 주인공은 포항이었다. 2년 연속 제주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포항은 FA컵 2연패(2012~2013)를 달성했고, 제주는 포항 우승의 결정적인 조연으로 남게됐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 제주와 포항은 FA컵 결승 길목에서 또다시 마주쳤다.
이번 FA컵 4강전은 제주 남기일 감독과 포항 김기동 감독의 힘겨루기 연장선이다. 두 감독은 2019년 각각 제주와 포항의 지휘봉을 잡고, 제주가 승격한 2021시즌부터 본격 맞대결을 펼쳤다.
기록은 제주 남기일 감독 편이다. 포항과의 10차례 맞대결(5승 2무 3패)을 우세로 이끌었다. 홈(3승 1패) 승률은 더욱 빛났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2021시즌에는 무패(3전 2승 1무)였던 상대 전적이 2022시즌(4전 2승 1무 1패)을 거친 뒤 올 시즌에는 열세(3전 1승 2패)로 전환됐다. 최근 2차례 포항 원정 패배의 영향이다. 리그 성적 부진도 4강전을 앞둔 제주의 심적 변수다. 10경기 연속 무승으로 인해 순위가 강등의 마지노선인 9위까지 하락했다. 2021시즌 이후 매해 순위 상승(7위➝3위➝2위) 곡선을 그리고 있는 포항과 대조적이다. 제주의 믿는 구석은 FA컵에서의 집중력과 자신감이다. 리그에서의 무패/무승 흐름과 관계없이 FA컵 3라운드, 16강, 8강 토너먼트에서 신승을 거뒀다. 승부차기로 울산을 제압한 8강전이 화룡점정이었다. 그 경기를 통해 지구력도 더했다. 제주 유니폼을 입고 포항 상대 매 시즌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김주공의 활약과 제주의 새로운 중원 조합이 된 김건웅과 김봉수의 안착 여부가 결승행의 관건이다.
이에 맞서는 포항은 10년만에 도전하는 ‘FA컵 우승’ 자체가 동기부여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 7월 18일 FA컵 준결승 조추첨식에서 ‘목표는 우승이다’라는 인터뷰로 그 의지를 확실하게 밝힌 바 있다. 이미 FA컵 16강전부터 로테이션 없는 풀전력을 가동함으로써 진심이 말뿐이 아님도 증명했다. 올 시즌 분위기도 좋다. 리그 성적은 울산에 이은 2위(승점 45점)로 안정적이다. 승부의 방향을 바꾸는 후반 40분 이후 득점(8경기) 경기를 꾸준히 펼치면서 끈끈함도 장착했다. 남기일 제주 상대로 통산 전적은 열세(3승 2무 5패)지만, 최근 2차례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주도권 전환의 키도 잡았다. 올 시즌 제주전 득점자(고영준, 김승대, 박승욱, 그랜트 등)들을 비롯, 구성원들의 남기일 제주 경험치가 높다는 점이 포항의 강점이다. 리그 경기의 기세로 제주 원정의 부담을 극복한다면 제주와의 준결승=FA컵 우승이라는 공식도 만들 수 있다.
이번 FA컵은 ‘최다와 최초의’ 의미를 갖는다. 결승 구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와 관계 없이 최다 우승팀과 최초 우승팀이 탄생한다. 전북과 포항은 FA컵 최다 우승팀의 단수(전북 6회), 복수(전북, 수원, 포항 각각 5회)여부, 인천과 제주는 구단 최초 FA컵 우승에 도전한다.
FA컵 준결승에 오른 4팀은 리그 경기의 부담 속에서도 최선의 라인업을 꾸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심을 쏟은만큼 어느팀이 결승에 오르더라도 이변이라고 부를 수 없다. 우승컵을 들어 올릴 최후의 후보는 과연 누가 될까? 그 첫 번째 후보는 9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결정된다.
한편, 같은 날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여러 요소들로 인해 연기됐다. 추후 경기 일정은 대한축구협회와 양 구단의 협의 후 공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