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K리그 중흥과 함께 리더의 변화가 선명해졌다.

29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라운드 울산 현대와 대구 FC의 35R 경기가 펼쳐졌다. K리그1 우승팀의 향방이 조기 확정될 수도 있는 경기에서 홈 팀 울산은 대구를 2:0으로 꺾으면서 지난 시즌에 이어 리그 2연패를 확정지었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우승 경쟁자로 꼽힌 포항이 전날 전북과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울산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상태였다. 경기 전 1위 울산(승점 67점)과 2위 포항(승점 60점)의 승점차는 7점으로, 승리한다면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 확정이었다. 대구 상대 지표도 좋았다. 올 시즌 3번의 맞대결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단 한차례도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유일한 우려 요소는 최근 리그 3경기동안 소식이 없었던 득점력뿐이었다. 울산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에서 복귀한 엄원상, 설영우가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청용과 바코, 마틴 아담 등이 출격시키면서 최정예로 조기 우승을 겨냥했다.

대구는 리그 6위로 파이널 A 끝자리에 극적으로 탑승한 상태였다. 리그 2위까지 주어지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티켓의 희망이 사라진 상황에서 3위에게 주어지는 AFC 챔피언스리그2(ACL2) 티켓 도전이 최선의 목표였다. 현 리그 3위 광주(승점 57점)와의 승점 차는 8점으로 울산 전 승리 시 5점차로 추격이 가능했다. 대구는 라인업은 변화가 있었다. 김강산이 홍정운, 김진혁과 함께 쓰리백을 구축했고, 이진용과 황재원이 동시 선발로 오랜만에 발을 맞췄다. 최전방에는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이근호가 배치됐다.

울산의 시작은 아슬아슬했다. 전반 11분 만에 대구 고재현에게 골키퍼와의 1:1 찬스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이 나오면서 선제 실점은 가까스로 모면했다. 양 팀의 전반은 대구 진영에서의 울산의 빌드업 작업과 대구 연습의 반복이었다.

울산은 이청용과 김영권의 패스를 기점으로 세밀한 공격작업을 전개했다.

대구는 견고한 수비로 울산의 유효 슈팅 기회를 사전 차단했고, 전방 이근호와 바셀루스를 향한 패스로 카운터를 노렸다.

울산은 전반 25분 아타루 교체카드를 사용하면서 선제골에 집중했다. 그러나 대구의 수비벽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격을 당했다. 바셀루스의 부상으로 에드가를 투입한 대구는, 높이를 활용해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32분 에드가가 헤더로 세컨드 볼을 만들어줬고 이진용이 울산 문전에서 슈팅 찬스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이진용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지만, 울산으로서는 전반에만 2번째 위기였다. 창과 방패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한 양팀의 전반은 득점없이 무승부로 종료됐다.

울산은 후반 초반까지도 대구의 역습 전술에 고전했다. 후반 6분 대구 고재현에게 또 한 번 유효슈팅을 허용했고, 조현우 골키퍼가 선방해내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스코어의 변화는 교체 선수들이 투입되면서 시작됐다. 울산은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김민혁이 아타루의 크로스를 헤더골로 완성하면서 다소 불안했던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다.

홍명보 감독의 교체카드가 적중하며 울산은 1:0 리드를 잡았다. 울산은 이후 1점 차이를 잘 지켜내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경기를 5분 남겨놓은 시점.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주민규와 이규성, 장시영 교체카드를 동시에 사용했고, 그 교체카드가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44분 주민규가 반대편에서 대구 문전으로 쇄도하던 장시영에게 롱 패스를 연결했고, 장시영이 간결한 터치로 공을 간수. 팀 우승의 쐐기를 박는 두 번째 득점을 성공시켰다. 올 시즌 울산에 입단한 신인 장시영은 프로 데뷔골을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렸고, 한 점을 더 달아난 울산은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대구는 김진혁을 전방으로 올리며 만회골을 노렸지만, 울산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경기는 울산의 2:0 승리로 끝났고, ‘2023 하나원큐 K리그1’ 우승팀은 35라운드만에 울산으로 확정됐다.

 

2연패를 달성한 울산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홈에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어서 기쁘다.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후반에 승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2연패는 영광스럽지만 개인 커리어보다는 울산 현대팀과 선수들의 성공을 위해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승의 기쁨을 선수들과 팬들에게 돌려드리고 싶다’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리그 2연패를 달성한 울산은 리그 우승컵의 숫자를 4개로 늘렸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의 4번의 우승 중 절반의 지분을 차지하면서 울산 구단 역사에 족적을 남기게 됐다. 35라운드만에 조기 우승을 확정 지은 울산은 포항과 전북과의 라이벌전이 포함된 남은 리그 3경기와 ACL 조별예선을 한결 편한 마음으로 치를 수 있게 됐다. 리그 우승으로 다음 ACLE 출전권이라는 선물도 확보했다.

울산의 다음 일정은 ACL 조별예선이다. 한국 시간 11월 7일(화) 오후 9시 말레이시아에서 조호르 FC와 I조 조별예선 경기를 치른다. 이 후 11월 12일(일) 울산 홈으로 복귀. 리그 경기를 소화한다. 36라운드는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