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은 울산의 공세에 인천은 투혼으로 맞선 경기였다.
14일 오후 7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12라운드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 2번째 맞대결은 2골씩을 주고받은 공방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울산은 8승 2무 1패로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10라운드 수원 원정에서 첫 패배를 맛봤지만, 연패에 빠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주었다. 홈 경기도 4승 1무로 아직까지 무패다. 레오나르도와 엄원상, 아마노의 공격포인트 합은 조규성과 무고사도 부럽지 않은 상태다. 그 뒤에는 바코, 윤일록, 마크 코스타, 김민준 등 화력을 더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해 있었다.
인천은 지난 경기 전북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무패행진과 무고사의 연속골이 6경기에서 끝났다. 리그 순위도 2위서 4위로 떨어졌지만, 다득점에 밀린 결과일 뿐 인천의 경기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전북에 이어 울산을 연이어 상대하는 일정은 다소 부담스럽다. 그러나 지난 맞대결에서의 무승부와 원정경기에서 3승 1무로 강했던 기록은 울산의 홈 경기 무패행진과 맞물린 관전 포인트였다.
울산은 수비 자원들의 부상으로 인해 지난 강원전에 이어서 원두재가 김영권의 파트너로 센터백을 맡았다. 그 위에 박용우와 이규성을 포진시키면서 안정감을 더했다. 팀 득점의 75%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레오나르도와 엄원상, 아마노는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인천은 라인업에 변화를 많이 주었다. 이태희 골키퍼가 올 시즌 첫 선발출전했고, 김동민이 지난 8라운드 퇴장징계 후 오랜만에 센터백의 중심을 맡았다. 이강현이 여름 대신 선발로 나와 김도혁과 이명주를 서포트하고, 좌우 윙백은 이주용과 민경현이 나섰다. 지난 5라운드 이후 두 번째로 가동한 투톱은 무고사와 이용재가 담당했다.
무고사가 일찌감치 골로 사투의 시작을 알렸다.
전반 6분 이강현의 패스를 받은 무고사는 패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왼발 로빙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최소실점을 기록중인 조현우를 상대로 허를 찌른 골이었다. 다시 득점을 가동한 무고사는 시즌 9호골을 기록하면서 김천 조규성을 제치고 득점 단독선두에 올라섰고, 인천은 울산에 1:0으로 앞서나갔다.
선제골을 터뜨린 인천은 기세를 탔고, 추가골을 몰아쳤다. 주인공은 이용재였다.
전반 10분 이명주가 코너킥 세컨드 볼을 문전으로 크로스 해주자, 자리를 잡고 있던 이용재가 그림같은 헤더로 울산의 골망을 갈랐다. 해외에서만 활동했었던 이용재의 K리그 첫 골이자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이었고, 이명주의 시즌 2호 도움이었다. 인천은 무고사-이용재의 연속골로 2:0으로 앞서나가며 투 톱 전술의 성공을 알렸고, 울산은 올 시즌 처음으로 2실점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울산은 전반 19분 이청용을 빠르게 교체투입하면서 반격을 준비했다. 인천도 부상을 당한 이주용을 대신해 김보섭을 투입하면서 베스트 멤버 구축으로 맞섰다.
전반 남은 시간 울산은 점유율 장악을 바탕으로 공세를 펼쳤지만, 이태희 골키퍼의 선방을 바탕으로 단단히 닫힌 인천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후반 울산은 이규성 대신 바코를 투입하면서 공격에 방점을 찍었다. 인천은 후반 4분 이용재가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날린 결정적인 발리 슈팅이 골대를 넘어가면서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용재는 몸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투지를 보여줌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했다.
후반 11분 델브리지의 부상으로 인한 교체 상황에서 인천의 수비가 정비되지 않은 틈을 노린 울산은 엄원상의 패스를 받은 아마노가 왼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아마노는 시즌 5호 골, 엄원상은 4호 도움을 기록했고, 울산은 1:2 한 점차로 추격을 시작했다.
인천은 후반 24분 치열한 경기에 체력을 소진한 이강현과 이용재를 여름과 홍시우로 교체투입하면서 마지막 전력을 쏟아부었다. 울산은 이번에도 인천의 어수선함을 놓치지 않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인천 이태희 골키퍼가 원두재의 헤더를 막아낸 순간 레오나르도가 득달같이 세컨드 볼에 달려들어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2:2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동점골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시즌 6호골을 기록하면서 주민규와 함께 득점 공동 3위에 올라섰고, 본격 득점왕 경쟁에 합류했다.
동점골까지 허용한 인천은 설상가상 오반석이 부상을 당했지만 교체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까지 처했다. 사실상 10:11로 남은 시간 울산의 파상공세를 버텨내야만 했다.
후반 39분 인천은 여름이 울산 바코의 슈팅을 막아내고, 레오나르도의 헤더가 골문을 살짝 빗나가면서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울산 김태환의 크로스에 이은 레오나르도의 결정적 헤더를 이태희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울산 바코의 마지막 슈팅마저 골문을 크게 벗어나면서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양 팀의 두 번째 맞대결도 2:2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고, 승점 1점씩을 나누어 가지면서 상대전적의 백중세를 유지했다.
울산은 1위를 유지했고 홈 경기 무패기록은 이어갔지만, 승점에서 2위 그룹을 크게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인천은 수비진에서 부상선수들이 발생하면서 출혈이 컸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패전의 위기를 면했다.
울산은 18일 제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다시 한 번 2위 그룹 제압에 나서고, 인천은 첫 맞대결에서 승리했던 대구를 홈에서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