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력이 살아난 전북은 리그 1위 울산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19일 오후 6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16라운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이 펼쳐졌다. 전북은 울산을 3:1로 꺾으면서 시즌 첫 번째 ‘현대가 더비’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리그 1위 울산은 거침이 없었다. 최근 3연승에 5경기 연속 무패행진, 홈 8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가고 있었다. 엄원상은 6월의 벤투호에 탑승하면서 경험치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고, 레오나르도와 바코, 아마노의 외국인 선수 트리오도 부상 없이 건재했다. 올 시즌 전북과의 첫 번째 맞대결도 깔끔하게 승리했었고, 지표면에서도 압도하고 있었기에 ‘현대가 더비’ 연승이 전망됐다. 조현우 골키퍼와 설영우-김영권-임종은-김태환의 포백라인, 고명진-임종은의 3선은 지난 수원 FC전과 동일하게 구성됐다. 최전방은 레오나드로가 5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고, 그 뒤는 노련한 이청용과 아마노와 패기의 김민준이 받쳤다.
전북은 매 경기 다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승리를 확보하면서 제주에 이은 리그 3위를 유지했었다. 특이하게도 패한 4경기 중 3경기를 홈에서 당하면서 안방에서 유독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원정경기 6연승을 기록중이고, 울산전이 원정이기에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원정 경기가 오히려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전북은 김진수, 김문환 국가대표 풀백 듀오와 박진섭-홍정호 두 센터백으로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류재문과 백승호가 공수의 연결을 담당했고, 공격적인 쿠니모토가 최전방 구스타보와 바로우, 첫 선발 출전한 신예 이준호의 뒤를 받쳤다.
전북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김영권의 실책을 틈타 득점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바로우의 패스를 받은 이준호가 문전에서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이전 라운드보다 날카로운 공격기회를 이어가던 전북은 전반 17분 홍정호의 롱 패스를 받은 바로우가 조현우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는 슈팅으로 울산 골문을 가르면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바로우의 시즌 3호골이었고, 전북은 이른 시간부터 1:0으로 앞서나갔다. 실점 후 엄원상을 투입한 울산의 반격이 예상됐지만, 선제골 이후 경기의 주도권은 예상밖에 전북으로 넘어갔다. 전반 20분 백승호의 패스를 받은 쿠니모토가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울산 골문 오른쪽 구석을 뚫어냈다. 조현우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닿지 않았을만큼 좋은 코스였다. 추가골을 기록한 전북은 2:0으로 앞서나가면서 대어 사냥의 기회를 잡았고, 쿠니모토는 시즌 2호골을 터트리면서 공격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울산 상대 골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했지만, 쿠니모토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전반 29분 바로우의 패스를 받은 쿠니모토가 드리블 후 왼발 슈팅으로 다시 한 번 조현우 골키퍼를 무너뜨렸다. 타이밍을 뺏으면서 키를 넘긴 감각적인 골이었다. 쿠니모토의 2번째 골이자 시즌 3호 골이었고, 스코어는 3:0으로 벌어졌다. 위기에 처한 울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바코를 투입하면서 공격진을 보강한 울산은 전반 40분 송범근 골키퍼가 막아낸 아마노의 중거리 슈팅 세컨드 볼을 엄원상이 놓치지 않고 골문에 밀어 넣으면서 1점을 만회했다. 엄원상은 7호골로 레오나르도와 함께 득점 공동 4위로 올라섰고, 울산은 추격의 시작을 알리면서 3:1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울산은 점유율을 높이며 공세를 펼쳤고, 전북은 수비를 강화하며 지키기에 나섰다.
울산은 리그 1위의 득점력을 기록중인 팀이었지만, 전북 또한 울산에 이은 최소 실점팀이었다. 전북의 수비진은 그 명성을 후반에 증명했다. 박진섭은 아마노의 프리킥을 얼굴로 막아내는 허슬플레이를 보여줬고, 쿠니모토는 퇴장을 무릅쓴 태클로 아마노의 돌파를 저지하며 바짝 들어간 기합을 선보였다. 김진수도 측면을 돌파하는 김태환을 향한 태클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주장 홍정호도 엄원상의 돌파 길목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울산은 아마노가 날카로운 크로스와 패스로 몇 차례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분전했지만, 체력을 소진한 공격수들의 발이 따라주지 못했다.
전북의 수비에 고전하던 울산은 후반 45분 득점이 될 뻔했던 바코의 중거리 슈팅마저 송범근 골키퍼의 손끝에 걸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반등의 모멘텀을 얻지 못했다.
추가시간 홍정호가 레오나르도의 슈팅마저 막아내면서 올 시즌 두 번째 ‘현대가 더비’는 전북의 3:1 승리로 마무리됐다.
승리한 전북은 올 시즌 고질적인 문제였던 득점력 가뭄을 해소했고, ‘현대가 더비’ 설욕까지 성공하며 전년도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리그 3위를 유지하면서 우승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생존한 AFC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 가능성에 더해 트리플 크라운의 가능성도 높였다.
울산은 올 시즌 2번째 패배를 전북전에서 기록하면서 라이벌을 확실하게 떨쳐버릴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1위를 여전히 지켰지만 3연승과 홈 무패행진은 마감했다.
양 팀은 8월 7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7라운드에서 리그에서의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